코와 입으로 들이 마신 산소는 폐포(기관지 가장 끝에 있는 아주 작은 공기주머니) 주위를 감싸고 있는 작은 모세 혈관을 거쳐 혈액으로 흡수된 뒤 심장을 통해 우리 몸 여러 조직에 공급된다. 반대로 이산화탄소는 모세 혈관을 통해 폐포로 빠져나와 호흡을 통해 공기 중으로 방출된다.
폐포는 폐와 우리 몸 사이에 '산소와 이산화탄소의 교환이 일어나는 공간'이라 할 수 있다. 폐섬유화증은 이 공간에 이상이 발생, 섬유화가 진행되는 폐 질환을 말한다. 폐섬유화증은 다양한 원인에 의하여 말랑 말랑한 폐가 굳어져 산소 공급을 하지 못해 혈중 산소 농도가 떨어져 호흡곤란이 진행되는 경우를 통틀어 지칭한다. 유해물질 흡입, 류마티스성 질환 등에 의하여 발생할 수도 있으나 제일 흔한 경우가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없는 특발성 폐섬유화증이다.
◆원인 및 증상
2003년 겨울 인기리에 방송된 TV드라마 '완전한 사랑'은 '특발성 폐섬유화증'이란 불치병을 앓고 있는 여자 주인공과 그 가족의 이야기를 다루어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특발성 폐섬유화증은 인구 10만 명 당 1명 정도 환자가 발생한다. 아직까지 발병 원인이 밝혀지지 않고 있으나 어떤 항원이 폐에 도달하여 그에 대한 항체가 생겨나는 면역반응 과정에서 폐에 염증이 발생, 폐 섬유화가 진행된다고 추정된다.
운동시 호흡 곤란과 마른 기침이 가장 대표적인 증상이다. 운동시 호흡곤란은 여러 폐 질환에서 공통적으로 가장 일찍 나타나는 증세다. 편안히 쉬고 있을 때는 괜찮다가 평지를 많이 걷거나 계단을 오를 때 숨이 차다. 운동을 하여 우리 몸이 산소를 많이 필요로 하게 되지만 폐가 제기능을 하지 못해 산소 요구량을 충족시켜 주지 못하기 때문.
마른 기침은 염증과 섬유화로 인해 기도와 폐가 자극을 받아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 담배를 많이 피워 생기는 만성 기관지염이나 세균이 감염되어 생기는 폐렴은 기침을 할 때 가래가 많지만 특발성 폐섬유화증 환자들은 가래가 없는 마른 기침을 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 외에도 발열, 체중 감소, 피로감, 근육통, 관절통 등을 호소하는 환자들도 있다.
특발성 폐섬유화증은 50세 이상 연령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 마른 기침이나 운동시 호흡 곤란을 느껴도 나이에 따른 가벼운 증상으로 여겨 발병 사실을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증상이 보통 몇 년에 걸쳐 아주 천천히 나타나기 때문에 많은 환자들이 일상생활에 불편이 생길 정도로 증상이 심해진 뒤 병원을 찾아 온다.
◆진단 및 치료
X-선검사, 흉부전산화단층촬영(CT)에서 양쪽 폐 하부에 망상 결절 모양의 섬유화가 주로 관찰된다. 또 폐활량검사에서 폐가 뻣뻣해지면서 폐활량이 저하되는 현상을 보이거나 폐조직 검사에서 염증과 섬유화가 섞여서 나타난다. 확진을 위해서는 흉부전산화단층촬영 이외에 폐기능검사나 기관지 내시경검사, 폐조직검사 등이 필요할 수 있다.
약물 치료는 조직검사를 통해 효과가 있다고 판단되면 실시하게 된다. 부신피질호르몬제, 사이클로포스파마이드, 이뮤란 등으로 치료를 하며 최근에는 인터페론 등을 쓰는 경우도 있으나 아직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다. 초기에 질환을 발견하면 약물 치료 등으로 치유가 가능할 수 있지만 대부분 병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에서 병원을 찾게 돼 어떤 치료에도 반응하지 않고 호흡부전으로 사망하게 된다. 외국에서는 폐이식을 하는 경우도 있으나 치료 성적은 그렇게 좋지 않다. 따라서 중년 이후 마른 기침이 지속되고 호흡곤란이 조금씩 진행된다면 호흡기 전문의의 진찰을 받는 것이 좋다.
특발성 폐섬유화증은 서서히 진행되어 5년 내에 환자 대부분이 사망하지만 갑자기 나빠지는 경우도 있다. 원인은 면역반응이 갑자기 심해지거나 세균 감염 등의 합병 때문으로 추정된다.
사진: 정확한 발병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특발성 폐섬유화증은 흉부전산화단층촬영, 기관지 내시경검사, 폐조직 검사 등을 통해 병의 유무를 확인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