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번 시도했는데 글쓰기 등록이 안되어 거의 포기했는데 다행히 등록이 되었읍니다.
옆눈이 가리워진 전장의 말처럼 그저 전진! 전진!하며 살아왔는데 이런생각,글 오랜만에 써보고 공유해 봅니다. 이런 두런거림도 나눌 수 있는 오솔길이 있어서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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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초한담(閒談 )
오늘 일요일 늦은 아침에도 테니스에서 돌아오자 마자 뒤뜰로 곧장 달음박질 한다. 거의 마무리되는, 그래서 오늘 드디어 끝내고자 하는 잡초제거 작업에 내심 설렌다. 그 동안 거의 한 달여 짬 날 때 마다 , 마음 내킬 때마다 잔디 밭을 다듬으면서 또렷하게 삶의 순간들과 연결되던 기억들을 잊을 수가 없어 다시금 더듬어 보게 된다.
이마와 등에서는 아직 덜 식은 테니스의 속 땀, 잡초 뽑는 땀이 범벅이 되어 싫지 않게 흘러 내린다.
남의 집을 방문할 때나 지나칠 때면 그 집 정원에 있는 잔디를 우선 보게 되었다.
하루 한차례 정해진 시간에 물이 공급 되기 때문에 요즘 같은 건기에 푸릇푸릇 하게 잔디를 보존하기는 기실 그 정성이 보통이 아니어서 관리가 잘된 집은 벌써 옷깃을 여밀 정도로 존경심이 들었고 우리 집 잔디가 관리 부실로 누렇게 떠 있으면 세수 않고 외출한 마냥 뒤통수 관리가 적잖이 신경 쓰일 정도였다.
주말에만 와보곤 하던 집의 잔디가 전혀 의식조차 안되더니만 요즘 집에 와있다 보니 역시 대공사를 치러야 할 지경이었다.
누렇게 떠있고 잡초 밭이라 할 정도로 산재해 있는 잡초를 열라 있는 대로 잡아 뽑아본다.
일주일 째 계속 물을 줘 보지만 잔디는 뿌리까지 손상이 되었는지 다시 나올 기미가 안 보이는 지라 밭을 갈아 버리고 다시 잔디를 입혀볼까도 궁리해 본다.
잡초도 잡초지만 잡초 속에 섞여 있는 또 다른 잡초는 속 `나도잔디` 격인 까라바오 잔디가 있다. 이는 흔한 풀잎 같은 정도의 품질 이라서 정원용 잔디로는 부적합 하기 때문에 제거된다. 골프장의 페어웨이 정도에만 박혀 있어도 안 뽑혀 나가고 잘 살 건데 ……인재도 적재적소에 배치 되어야 그 가치대로 능력을 발휘겠구나 하고 되뇌이게 되며 `까마귀 노는 곳에 백로야 가지마라` 라든가 어렸을 적 동화로 색깔이 다른 오리 새끼가 천대 받는 그런 생각들이 얼른 지나간다.
잡초는 생식력, 번식력이 참으로 강하다는 걸 느끼게 된다. 잔디는 그 뿌리들이 연합하여 거대한 군을 형성하면 이미 죽어 보이는 잔디도 물이 공급되면 다시 살아날 정도로 강하지만 그 튼튼한 뿌리를 내릴 때 까지는 갖은 정성을 요구한다.
하지만 잡초는 시내 주행 시 새치기에 능란한 택시를 연상 시키듯 잔디 사이에 빈 공간이 있으면 바로 그 몸을 틀어 또 다른 털 같은 뿌리를 내리며 번식에 번식을 거듭함을 보게 된다.
잡초는 깊은 뿌리를 내리기 보다는 번식력의 욕심에 확장의 가치를 중시하는 거 같다. 잡초는 박토에 더 관심이 있어서 흙 밑에 돌멩이가 있으면 잔디는 못살고 잡초가 거기에 있다. 잡초제거 시에는 물론 돌멩이도 같이 제거해 줘야 잔디 뿌리가 추후에 뻗어나게 된다. 잡초 제거 시에는 줄기들을 거꾸로 따라 올라가 그 왕뿌리를 공격하면 그 이하는 쉽게 제거된다. 다만 너무 어지럽게 얽혀 있어서 그 두목 찾기가 쉽지가 않다. 그래서 위가 들어 나도록 하부조직을 몇 차례 긁어 된다.환한 햇볕에는 약해서 바삐 움직이고자 중심세력을 공격 후 대충 덮어 놓고 다음 날 보니 나머지 줄기들은 낮 시간 햇볕에 벌써 말라있다.
잡초는 복잡한 지하철 노선 처럼 잔디를 에워싸는 형태로 올가미 씌어 잔디에게 제공되는 수분 및 양분을 불로취득 한다
잡초제거 시에는 얼마 간의 건전한 잔디의 희생은 불가분하다. 뽑고 나서 잡초와 함께 한 웅큼 잡힌 잔디를 보고 후회 해 보지만 어쩔 수 없는 일…. 아까워서 다시 얼른 땅에 놓고 밟아 보지만 재생이 힘들 뿐만이 아니라 설혹 다시 살아나도 많은 대가를 치뤄야 한다, 잡초는 커나가기 전에 빨리 제거해 주어야만이 제거 시 잔디의 희생도 줄이고 양성적으로 잔디들이 튼튼하게 성장해 갈 수 있는 토양을 제공해 줌은 불문가지…..
잡초도 연한 줄기 때는 잔디와 구분이 잘 안 되는 경우가 있다. 이에 잡초를 일찍이 구별해 낼 수 있는 관리자의 혜안이 요구된다. 일찍 제거될수록 오리지날 잔디의 양분은 극대화 되어 조직은 두루 건강하게 지켜진다.
물론 잔디인지 잡초인지 구별 못하는 눈도 있다. 그래서 잡초를 내버려 두는 경우인데 이에 반해 잔디에 물을 정기적으로 주면 자꾸 자라나서 잘라주기가 귀찮아서 물을 안주는 사람도 있다. 세상에 사람은 각양각색 …..
피어있는 꽃이 아름다움은 세상이 다 아는 사실이지만 이미 땅에 떨어져버린 꽃잎은 봐주기 뭐하다.
수명이 다하지 않은 꽃잎이 떨어진 경우는 애처롭기 까지 하다.
꽃이 달려있는 나무를 다루는 손길은 각별해야 한다. 기술이 없는 손은 아차 하는 순간 제 스스로 꽃잎을 떨어뜨리며 그다지 기술 없이 꽃을 다루는 내 손에,내 인생에 잠시 실소를 머금는다.
전지를 하는 사람에게는 예술성 이외에도 분별력, 과감성 , 세심함 등 많은 조건이 요구된다.
예술성은 자신의 의지 보다는 보는 사람들의 눈이 평가에 결정적이며,살아있는 나뭇가지를 자를 부분, 남길 부분을 골라내야 하니 분별력이 필요하고, 아직 생명이 왕성하나 나무 전체를 위해서는 과감히 부분을 잘라내야 하며, 자를 때 필요 없는 부분이 잘리지 않도록 세심함이 요구되는 것이다.
지금 깔아진 잔디는 버뮤다그라스(2급) 이니 아예 이 기회에 최상급 블루그라스 (골프장 그린에 쓰이는 잔디) 로 전체를 갈아 버리자 하고 잠시 속셈을 해보니 적지 않은 예산이다. 갈아 엎고 다시 하는 일은 별 보람이 없을 것 같기도 하고 또 내가 직접 가꾸어 보아야지, 이 집은 내 집도 아니고 세 들어 사는데………
내가 자꾸 현명(현실에 밝게)한 쪽으로 기울어 감을 느낀다.
듬성듬성 양호한 부분도 있으니 불량한 부분에 패치 웤을 하기로 결정했다.
잔디와 흙을 사고 잔디 심어본 경험이 없어서 조경원 주인한테 방법을 경청하고 해서 삽은 잔디 산 집에서 빌려와 드디어 잔디를 심게 되었다. 앞뜰 부분 공사는 전문가 일꾼을 시켜서 했고 뒤뜰은 내가 손수 했는데 뒤뜰 잔디가 현저하게 튼실하게 자라남을 보게 된다.
기술 보다도 정성이 뒤뜰에 더 갔음을 느낀다. 해보니 잔디는 심고 난 바로 후에 물을 듬뿍 주어 철벅거릴 때 체중을 이용하여 발로 짓이기듯이 밟아 주면 뜯어 붙인 경계선이 없어질 정도로 서로 밀착하여 동족애를 느껴 쉽게 붙는 건데. 그래서 금새 자리 잡는데 일당 받고 하는 사람은 이해는 하여도 여기까지 정성껏 실천하기란 그리 쉽지가 않은 것 같다.
잔디 심는 겸에 꽃도 몇 뿌리 심어 놓으니 그럭 근사한 정원이 되었다.
나는 요즘 특히 뒤뜰 정원을 보고 또 본다. 지난 날에는 필히 앞뜰을 내가 열심히 가꾸었을 거였다. 하지만 가끔 생각해본다. 지금 나에게 뒤뜰에 물주게 만들어준 이런 일로도 하나님께 감사를 드려야 하는 건지.
March 20, 2005 / Victor from Mani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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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상에는 선한 사람만이 있지않고 없어야 될 사람이 있듯이...잔디속의 잡초처럼 악은 없어지지 않지요.악의 생명력은 의외로 잡초처럼 강하지요.정원을 관리하며 여유로운 모습과 여러모양의 비유의 글로보아 글솜씨가 대단하군요.항상건강하시고 즐테하세요~이곳은 아직도 봄의 문턱에 와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