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예윤의『외로울 사』, 김소영의『그러니 사람이어라, 흥정』
박수정의 『길들여지다』, 이주형 안무의『4.5인치』, 조용신 안무의『 1+1+1+1...00』
해마다 벚꽃이 필 무렵 포이동 M극장에는 보름간 작은 춤판이 벌어진다.
2013 떠오르는 안무가전(2013 Spring Season M Performance Project)이 바로 그것이다. A팀: 2013년 4월 6~7일(토, 일), B팀: 4월 13~14일(토, 일)이 4일간 춤전용극장에서 열띤 경합을 벌였다. 춤에 빠져든 30대 주축의 재기발랄함과 그들의 미래를 가늠하는 춤판이었다.
M극장 주최의 이 안무가전에서 A팀은 김지나 안무의 『그녀의 이름』(Her name..), 이예윤 안무의『외로울 사』(Lonely), 김소영 안무의『그러니 사람이어라, 흥정』(Act as a Brocker) 세 편은 가족, 자신의 현재의 위치, 행복에 관한 안무가 자신의 무염(無染)의 낙관을 보여주는 공연이었다. 그들은 이 공연을 통해서 봄날의 만개를 알리고 싶어 한다.
B팀은 박수정 안무의 『길들여지다』(Become tamed), 이주형 안무의『4.5인치』(4.5 Inch), 조용신 안무의『 1+1+1+1...00』세 편이었다. 그들의 이름, 우리가 그들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까지 그들은 묻혀있는 진주였다. 현대적 감각, 문명에 길들여져 시대정신(Zeitgeist)을 찾고자하는 그들의 노력이 들추어지는 시간이었다.
김지나(천안시립무용단 상임단원) 안무의 『그녀의 이름』은 ‘어머니의 이름’에 대한 단상을 무상(舞想)으로 구성한 것이다. 김민우와 호흡을 맞춘 듀엣은 영상의 도움으로 흐린 기억 속의 어머니를 들추어낸다. 엄마로만 살아온 그녀도 본명이 분명 있다는 항변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서울예술단 연수단원으로 활동했던 그녀의 상상력이 발동된 작품이다.
‘태평무’ 재구성, 『고도를 기다리며』,『바보 zone』,『한국의 빛』에서 보여준 사유적 발상은 시적 상상으로 연결되고, 딸로서 어머니의 잃어버린 청춘에 대한 미안함을 표현하다. 흑백으로 처리된 영상, 어머니를 통해본 김지나의 ‘근대화 풍경’은 약간 슬프지만 정묘(精妙)하고 아름답다. 주제에 밀착된 춤은 심중의 외침으로 어머니께 헌무(獻舞)한다.
이예윤(한예종 강사) 안무의『외로울사』는 ‘외로움’을 춤으로 전개시킨 5인무이다. 희극성을 담보한 이 작품은 부드러움에서 절정으로 이르는 음악사용의 묘(妙)를 잘 살리고 있다. 그녀는 역 조명을 사용, 반항을 나타내기도 하고, 커플 사이의 아름다움과 갈등을 해금과 피리 같은 전통 사운드에 실어 애절함과 격렬함을 동시에 표현한다.
스폿으로 잡혀지는 여인의 운명을 상징하는 버선, 주변의 자연과 하나 되는 새소리 등은 전통의 고수 속에 대부분의 춤꾼들이 자신의 길에서 정진하면서 세월이 지나감을 아쉬워하는 심리를 표현하고 있다. 안무가의 시적 상상, 이에 부합하는 댄서들이 창출해내는 분주한 조합이 주제에 밀착된다. 지금 그녀는 자그만, 간지러운 외로움을 타고 있음이다.
김소영(김운미 쿰무용단 정단원) 안무의『그러니 사람이어라, 흥정』은 극무용의 입장을 견지한다. 쌀과 인간, 현실과 예술, 타협과 자존 사이의 함수관계를 ‘빵과 장미’에서 보이는 동시대의 고통을 감내하고 있는 안무가는 거칠게 도전한다. 휠 체어위의 남성이 상징하는 부조리한 사회의 단면, 생존의 쌀자루, 감시와 압제의 선글라스가 메타퍼로 다가온다.
무사정신을 소지한 ‘쿰’에서 춤의 정신을 연마하고 있는 그녀,『메마른 땅』,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곁에 또 곁에』,『짐Zim酙』같은 사회성이 두드러진 제목으로 행복과 동행, 진정한 동지를 구하고 있음을 고하는 그녀의 흥정은 가상공간 외부에 있었다. 갱스터탄쯔라고 부르고 싶은 모던 댄스, 먹고, 쏟고, 던지는 김소영의 ‘쌀 이야기’는 충격이었다.
박수정(서울시무용단 단원) 안무의 『길들여지다』는 공간, 사람, 사랑에 ‘길들여짐’에 대한 명상을 시도한다. 침묵 속에서 집중을 요하는 춤은 가변의 위치잡기와 다양한 제스처, 강렬한 표정연기로 사랑과 평화가 대안이 될 수 있음을 밝힌다. 현대를 탈취한 창작무는 춤의 확장성을 띄고 있다. 느림, ‘길들일 수 있는지’에 대한 진지한 모색은 느리게 온다.
그녀는 전통춤 경연대회에서 대통령상을 받은 재원이다. 『해는, 달이 꾸는 꿈』,『춘몽별곡』,『상사몽』,『미롱』,『탈』,『꽃피고, 사랑피고』등을 안무해왔다. 그녀가 다짐한 ‘길들여지지 않기’로 자신의 구심축을 마음에 내장하고, 전통춤의 변주에 동시대적 감성을 불어넣어 극기하고자하는 자세는 비트음의 유혹과 같은 자유와 자유정신의 발로이다.
이주형(댄스씨어터 4P 단원) 안무의『4.5인치』는 모바일 폰의 화면을 통한 소통의 ‘창’을 염두에 두고 개념을 확장시킨 작품이다. 소박한 상상에서 출발한 그가 추구한 몸 담론(Body Discourse)은 모던 댄스의 정석을 크게 벗어나지 않고, 세상을 관조하고, 힐난하는 대범함을 보인다. 이창(裏窓)의 껍데기를 벗기고, 역광으로 닫힌 세상을 향해 절규한다.
그가 찾은 일상의 소중함은 반복된 몸동작으로 이미지를 만들어가며 작은 공간의 축소와 확대와 같은 수사(修辭)로 ‘의식’의 문제를 해결한다. 그의 상상은 바로 춤의 상위개념으로 인정된다. 탄탄한 기본기 위에 자신의 기량을 선보이며, 느긋하게 논리를 전개해 나가는 자세는 바람직하다. 출구를 찾기 위해 방황하는 것은 특권이다. 희망을 꿈꾸기 때문이다.
이주형은 33회 서울무용제 현대무용 남자연기상, 10회 동경 나가노 국제콩쿨에서 현대무용 전체 시니어 1등상,4회 서울국제콩쿨 컨템포러리 시니어 남자부문 1등상, 40회 전국 신인무용경연대회 수석상을 수상했다. 감옥 같은 현실에서, 동시대의 풍경은 문명의 쓰레기들로 가득하다. 그가 병리현상을 치유해낼 공간은 없다. 다시 작아질 수밖에 없다.
조용신(발레노바 단원) 안무의『1+1+1+1...∞』는 ‘한사람 더하기 한사람 더하기 한사람은 무한대’, 이들이 모여 좋은 세상이 되고, 더불어 사는 사람은 무한대의 행복을 누릴 수 있다는 긍정적 사고에서 출발한다. 보호막이 될 수 있는 우산 쓴 남자, 현실적인 여러 여인들, 나로 구분된 등장인물들은 자신들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다.
발레노바에서 조련된 그녀의 발레구성, 신비감을 불러일으키는 조명 전략, 음악사용, 발레에 적합한 신체가 만들어낸 이 작품은 통합, 조화, 명석으로 짠 ‘외로움’에 관한 짧은 명상을 값지게 한다. 조용신은 창작발레의 풋풋함은 발레의 법칙을 수용한다. 그 발레위에 인간과 자연이 얹혀 진다. 꽃이 된 낭만적 발레의 설득력은 ‘순수’와의 소통에 성공했다.
주변의 소재에서 상상적 창의력에 집중한 작품들은 떠오른 안무가들의 무관(舞觀)을 보여주었다. 그들은 스승들의 섭정기(攝政期)를 벗어나 자유를 꿈꾸며, 대지를 품고자한다. 그들이 M극장에 뿌린 땀은 착상이 되어 잉태될 것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최대의 무기인 젊음으로 바위를 들어 올릴 용기와 국제무대에 당당히 설 자신감을 가져야한다. 무대에 선 그들의 용기에 격려를 보낸다.
<장석용 댄스 칼럼니스트/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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