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살영락경 제13권
38. 정거천품[4]
[끊음 없는 법을 굴리는 여섯 가지 총지]
부처님께서 다시 천자에게 말씀하셨다.
“여러 부처님 세존께서 이 여섯 가지 법을 닦아 위없는 바르고 참다운 도를 이루고, 널리 중생을 교화하고 깊이 법륜을 굴려서 총지의 문에 들어가나니,
어떤 것이 총지인가?
소위 총지라는 것은 법을 즐기는 청정한 총지[樂法淸淨總持]를 말하니, 보살로서 이 총지에 들어간 이는 능히 중생으로 하여금 법락(法樂)의 기쁨을 즐기게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다시 천자에게 말씀하셨다.
“다시 끝없는 총지가 있으니, 보살이 이 총지를 얻으면 끝없는 중생으로 하여금 8해탈(解脫)에 서게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다시 천자에게 말씀하셨다.
“다시 끊음 없는 법을 굴리는 총지가 있으니, 보살이 이 총지를 얻으면 여러 중생으로 하여금 법 듣는 것을 끊지 않게 하느니라.
다시 깨달음의 도(道)로 중생의 근본을 요달하는 총지가 있으니, 보살이 이 총지를 얻으면 아승기 중생으로 하여금 본래의 쫓아온 바를 알게 하느니라.
다시 행적이 걸림 없는 총지가 있으니, 보살이 이 총지를 얻으면 자연히 법이 일어남도 없고 멸함도 없음을 아느니라.
다시 법을 외어 잊지 않는 총지가 있으니, 보살이 이 총지를 얻으면 여러 가지 법문을 수호하여 법의 생각을 일으키지 않느니라.
이와 같이 천자여, 보살의 총지는 백천억 수로서 마음으로 헤아릴 수 있는 바가 아니니라. 보살은 이 총지로 말미암아 문득 백천 삼매에 유희하게 되느니라.”
[네 가지 성현 여래의 변재]
부처님께서 다시 천자에게 말씀하셨다.
“네 가지 성현 여래의 변재[四賢聖如來辯才]가 있으니, 보살이 이 성현의 변재를 얻으면 열반의 문을 향하는 데 걸림이 없다.
어떤 것이 성현의 변재인가?
천자여, 여기에 혹 어떤 보살이 처음 마음을 발하여 정에 들었다가,
나중에 마음으로 도를 향해 여래의 지혜[如來智]를 행하면서도, 처음 마음을 발하여 정에 들어간 뜻을 무너뜨리지 않으면,
이것을 소위 보살의 성현 변재라 이르니라.
다시 천자야, 보살이 정에 들어가 앞의 생각과 뒤의 생각이 고요하여 움직이지 않고,
능히 상호를 갖추어 세상 사람에게 나타내 펼치면서도 순전히 보살로 좌우에 시위(侍衛)하면,
이것을 소위 보살의 성현 변재라고 이르느니라.
다시 다음에 천자야, 혹 어떤 보살이 만약 현재 정에 들어가 마음이 한량없는 여러 부처님 세계에 노닐면서 훌륭한 성현의 법률을 채취(採取)하지만,
온갖 중생은 깨달아 아는 자가 없으며,
다시 다음에 천자야, 어떤 보살이 멸진삼매의 형상 없는 바른 선정[滅盡三昧無形正定]에 들었다가,
다시 선정으로부터 일어나 무수한 변화를 지음에,
온갖 중생이 깨달아 아는 이가 없는데,
혹은 현재의 한 겁(劫)으로부터 백천 겁에 이르기까지,
혹은 현재의 한 달, 혹은 현재의 하루로부터 이레에 이르기까지,
혹 현재에 성불하여 열반을 취한다.
천자여, 이것을 보살의 변재 공덕이 한량이 없다고 이르느니라.”
그때에 세존께서 천자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어떤 보살이 삼계(三界)를 홀로 걸으면서 온갖 부처님께 공양하고자 하는 이는 먼저 마땅히 이 성현의 변재를 익혀야 한다.
만약 성문이나 벽지불을 초월하고자 하는 이, 여러 부처님께 공양하고자 하는 이, 3세(世)의 한량없는 법을 다하고자 하는 이, 부처님의 해탈과 같은 해탈을 얻고자 하는 이, 중생으로 하여금 일시에 같이 성불하고자 하는 이라면,
천자야, 이와 같은 보살마하살은 마땅히 이 성현의 변재를 익혀서 받아 지니고 외우고 남을 위하여 해설하여야 하느니라.
비록 많이 할 수 없다면 하룻밤도 좋고, 만약 하룻밤도 못하겠다면 한 시간도 좋고, 만약 한 시간도 못 하겠다면 손가락 튀기는 동안이라도 좋으니라.
왜냐하면 3세 모든 부처님의 온갖 도가 다 여기로부터 나왔고, 세상의 광명이 되어서 온갖 곤궁하고 고통스러워하는 이들이 이로 인해 편안해졌기 때문이니라.
만일 어떤 선남자나 선여인이 몸에 부스럼이 나서 고름과 피가 흘러넘치면, 그 사람은 이 성현의 변재를 듣는 즉시 쾌차함을 얻으며,
만일 선남자나 선여인이 등성마루 뼈가 굽어서 하늘을 지고, 눈이 멀고, 귀가 먹고, 벙어리가 되어 말을 못하면, 선지식을 만나 네 가지 성현의 변재를 설해 주는 즉시 해탈을 입어 온갖 고통이 없어지느니라.
이와 같이 천자야, 만일 내가 옛적에 네 가지 성현의 변재를 얻지 못했다면, 끝내 성현의 네 가지 변재를 이루지 못하였으리라. 왜냐하면 그 공덕과 복은 헤아리기 어렵기 때문이니라.
만일 한 겁으로부터 백천 겁에 이르기까지, 다시 무수한 항하 모래 수효의 겁 속에서 이 법을 찬탄한다고 하더라도 비유로 삼을 것이 없느니라.”
부처님께서 다시 천자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이제 그 요점을 간략히 말하리라.
만일 어떤 선남자나 선여인이 부처님 처소에 가서 땅에 엎드려 발아래 절하고는 이것으로 으뜸을 삼고, 나아가 시방의 한량없는 찰토에 이르기까지 섬기고 공양하면서 신심(信心)이 끊어지지 않는다면,
갖가지의 꽃과 향과 다른 비단[懸繪], 깃대와 일산[幡蓋]으로 부처님의 깊은 뜻을 물어서 공덕을 더 늘리고, 온갖 법이 요술 같고 허깨비 같음을 알고, 아울러 일체를 교화하여 보살의 도를 설하고, 평등의 대도를 낱낱이 분별하느니라.
보살의 온갖 행도 각각 같지 아니하며, 중생의 성행(性行)도 또한 마찬가지라서
가지가지 보살의 경계, 가지가지 보살의 지혜, 가지가지 보살의 위의(威儀), 가지가지 보살의 묘한 행, 가지가지 보살의 신족(神足), 가지가지 보살의 출요(出要), 가지가지 보살의 물들어 집착하지 않음에 들어간 경계[入下染着境界], 가지가지 보살의 미혹이 없는 마음으로 스스로 즐기는 것[危惑心自娛樂], 가지가지 보살의 법요(法要)는,
한량없는 법을 분별하기 때문이며,
가지가지 보살의 통혜(通慧)는 중생의 순숙(純熟)한 근기를 관하기 때문이며,
가지가지 보살의 도의 지혜[道慧]는 본말의 정(定)을 버리지 않기 때문이며,
가지가지 보살의 깊은 관(觀)은 정의(定意)에 들어가기 때문이며,
가지가지 보살의 큰 서원은 본래의 소원을 어기지 않기 때문이며,
가지가지 보살의 용맹은 여러 가지 법을 이루어 갖추기 때문이며,
가지가지 보살의 정진(精進)은 게으른 마음을 품지 않기 때문이며,
가지가지 보살의 근고(勤苦)는 겁의 멀고 가까움을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며,
가지가지 보살의 큰 자비[大慈悲]는 마음이 평등하기 때문이며,
가지가지 보살의 대비(大悲)는 온갖 것을 불쌍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며,
가지가지 보살의 기쁜 마음[喜心]은 일찍이 화를 일으키지 않았기 때문이며,
가지가지 보살의 수호하는 마음[護心]은 온갖 것을 놓아버리기 때문이며,
가지가지 보살의 부정관(不淨觀)은 스스로 안의 여러 가지 법을 관하기 때문이며,
가지가지 보살의 나가고 들어가는 숨[出入息]을 세는 것은 안으로 스스로 뜻을 거두어 잡기 때문이며,
가지가지 보살의 12연기(緣起)는 스스로 온갖 법을 멸하기 때문이며,
가지가지 보살의 5음(陰)을 관함은 온갖 상념을 멸함을 생각하기 때문이니라.
이와 같이 천자야, 보살마하살은 여러 가지 법의 불가사의를 관찰하여 온갖 자취를 깨끗이 해서 일체지(一切智)에 응하고,
한 도[一道]의 근본을 이루어 하나의 열반에 돌아가고,
그리하여 성현의 변재에 응하여 여래가 설하신 경계[經戒]를 분별하느니라.
어떤 것을 경(經)이라 하는가, 이른바 경이란 것은 계경(契經)ㆍ노래[歌]ㆍ수결[授決]ㆍ본말구원사(本末久遠事)ㆍ상응(相應)ㆍ생경(生經)ㆍ방등(方等)ㆍ미증유법(未曾有法)ㆍ인연경(因緣經)ㆍ비유(譬喩)ㆍ심장단결(深藏斷結)이다. 천자야,
이것을 소위 보살마하살이 이 법을 배우면 문득 능히 갖춘다고 이르느니라.”
부처님께서 다시 천자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어떤 보살이 여래의 신상(身相)을 갖추고자 한다면, 그리하여 32대인의 모습[大人相]ㆍ80종호(種好)ㆍ여덟 가지 갈비음성(羯毘音聖)ㆍ둥근 광명[圓光] 일곱 자[尺]와 같은 모습을 얻고자 한다면, 마땅히 성현의 변재를 배워야 하며,
여래의 법신을 얻어서 5분법신을 갖추고자 하는 이는 마땅히 성현의 변재를 배워야 하며,
온갖 보살을 거두어 잡아서 6바라밀을 갖추어 일체지(一切智)를 이루고 불법을 갖추고자 하는 이는 마땅히 변재를 배워야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다시 천자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어떤 중생이 여러 가지 법을 끊지도 않고 4대(大)에 의지하지도 않고서 여래의 깊고 그윽한 묘한 법에 통달하고자 한다면 마땅히 성현의 변재를 배워야 하며,
지혜의 깊은 못에 들어가 3세(世)에 통달한 지혜를 타고서 백천 삼매에 노닐고자 한다면 마땅히 변재를 배워야 하며,
본래의 성과 이름을 멸하고 여래의 이름을 이루고자 해서 속박과 집착을 떠나 가업(家業)을 즐겨하지 않고자 한다면 마땅히 성현의 변재를 배워야 하느니라.
이와 같이 천자야, 보살마하살이 여러 가지 법을 두루 배워서 이미 대승의 자취[大乘迹]를 이루고, 본래의 염원을 갖추고, 부처님 나라를 성취하고, 중생을 청정히 하면,
부처님의 법장(法藏)에서 걸리는 바 없고, 온갖 법이 요술 같고, 메아리 같고, 파초나무 같고, 거울속의 형상 같고, 꿈속에서 본 바 같고, 또한 허깨비 같아서 있는 바가 없음을 이해해 요달한다.
이와 같이 천자야, 보살이 온갖 법을 이해해 요달하면,
문득 여러 부처님 세존을 능히 섬기면서 한 부처님 나라로부터 한 부처님 나라에 이르기까지 부처님의 법을 듣고 받아들여서 깊고 묘한 갈무리[深妙藏]에 들어가리라.”
부처님께서 다시 천자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어떤 선남자나 선여인이 전륜성왕[轉輪聖]의 7보(寶)를 소유하고 4천자를 거느리고자 하거나, 범천왕(梵天王) 및 석제환인(釋提桓因)이 되고자 한다면, 이는 마땅히 성현의 계율을 배워야 하느니라.”
그때에 부처님께서 이 말씀을 설하실 때에 아라한(阿羅漢)을 얻은 98억 명이 모두 변하고 뉘우치는 마음을 품고서 앞에 나아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희들은 허물이 무거워서 본래 익힌 바를 버리고 이렇게 변제(邊際)에 떨어졌나이다.
오직 원하옵건대, 세존께서는 불쌍히 여기시어 가르쳐 주소서. 성현의 변재를 닦아 익히고 싶습니다.”
이렇게 하기를 두 번, 세 번하자 부처님께서는 잠자코 허락하셨다.
다시 수없는 중생이 법문을 듣고 나서 온갖 티끌의 때가 다 없어지고 법안(法眼)의 청정함을 얻었다.
부처님께서 정거천자에게 말씀하셨다.
“이 현겁(賢劫) 동안에 7백 부처님이 지나가는데, 너도 반드시 부처가 되리라.
그 이름은 지적(智積) 여래ㆍ지진ㆍ등정각ㆍ명행성위(明行成爲)ㆍ선서(善逝)ㆍ세간해(世間解)ㆍ무상사(無上士)ㆍ도법어(道法御)ㆍ천인사(天人師)라 하고, 불세존(佛世尊)이라 호칭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