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경요집 제14권
23. 십악부(十惡部)(1)
[여기에는 열 가지 연(緣)이 있음]
23.1. 살생연(殺生緣)
대개 형상을 받아 여섯 갈래 세계[六趣]에 태어나면 연연(戀戀)해 하며 생(生)을 탐하지 않는 사람이 없고,
본질[質]을 이의(二儀 : 陰陽, 즉 父母)에서 받으면 모두가 구구(區區)하게 죽음을 두려워한다.
비록 또한 오르고 내림이 만 가지요, 어리석고 지혜로움이 천 갈래가 되더라도 괴로움을 피하고 편안함을 구하는 데 이르러서는 그 정황이 어찌 따름이 있겠는가?
그런 까닭에 놀란 새가 책상에 몸을 던지고도 오히려 위군(魏君)에게 목숨을 살려달라 간청했고,
곤궁에 빠진 짐승이 여막[廬]에 들어와서 구씨(區氏)에게 살려달라고 빌었던 것이다.
한왕(漢王)은 미끼를 버려 마침내 명주(明珠)의 갚음을 감득(感得)하였고 양 보(楊寶)는 꽃을 보시하여 곧 백환(白環)의 보답을 받았으며,
나아가 사미(沙彌)는 개미를 구제해 주고 현세에 긴 수명을 얻어 오래도록 살았고,
유수(流水)는 물고기를 구제하자 하늘에서 진귀한 보물이 내려왔으니
이와 같은 사실들을 어찌 다 갖추어 진술할 수 있을 것이며,
어찌 싫어함이 없다고 하여 제멋대로 행동하고서 이러한 공양이 있기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남의 기명(氣命 : 목숨)을 끊고 남의 음신(陰身)을 잘라서 마침내 그들로 하여금 고통을 안고 죽음으로 나아가게 하거나 슬픔을 머금고 죽음으로 향하게 한다면
이 땅이 아무리 넓다 해도 도망쳐 숨을 곳이 없을 것이요,
하늘은 이미 너무 높아 그의 호소를 따라주지 않을 것이다.
그런 까닭에 경에서 말하였다.
“일체 중생들은 칼이나 몽둥이를 두려워하고 수명을 아끼지 않는 이가 없으니, 자기 자신을 용서하여 효시하듯이 죽이지도 말고 몽둥이로 때리지도 말라.”
이렇게 말했으나 다만 범부와 속인들은 뒤바뀌어서 삿된 견해를 일으켜 밝지 못하다.
그리하여 혹은 길흉(吉凶)을 위해 공적ㆍ사적으로 제사를 지내고 손님을 대접하기 위하여 요리를 장만할 때에는 푸춧간[庖廚]에서 잡류(雜類 : 짐승)들의 몽뚱이를 삶고 구워서 여러 사람들에게 음식으로 공양하는가 하면,
혹은 다시 해가 바뀌는 세밑이 되어 일에 여유가 생기고 하늘에서는 암담하게 서리를 내리면
들에는 온통 불을 붙여 태우는 것으로 온갖 짐승들을 핍박하면서 때맞추어 바람을 쫓는 듯한 빠른 말을 타고 번개처럼 빠르게 나는 좋은 매를 들고 나가는데
그럴 때 쓰는 칼은 거궐(巨關) 이나 간장(干將)이요 활은 오호(烏號)나 번약(緊弱)이다.
드디어 모든 늪지대를 누비고 저 숲 속을 다 뒤져 둥지를 뒤엎고 짐승이 사는 굴 속을 파헤치며 들엔 온통 그물을 펼쳐 놓고 높은 산에는 덫을 놓는다.
혹은 앞 길을 은밀하게 차단하며 왼쪽에서 맞이하고 오른쪽을 끊으며 티끌과 먼지는 햇볕을 가리고 연기와 불은 하늘을 찌른다.
드디어 새들로 하여금 짝을 잃고 놀라서 날아가게 하고 짐승들은 무리를 이탈하여 이리 뛰고 저리 뛰게 하면,
기러기는 활 시위 소리를 듣자마자 앞다투어 떨어지고 원숭이는 나무를 안고 애처롭게 우나니,
모두가 험한 골짜기에 다달아 슬피 부르짖고 높은 숲을 대하여 절규(絶叫)하지 않는 것이 없다.
이리하여 활은 헛되이 쏘지 않고 화살은 빗나가지 않아 저들의 겨드랑이를 관통하고 가슴을 뚫으며, 또 저들의 머리를 가르고 가슴을 무너지게 한다.
혹은 또 흐린 물에 낚싯줄을 드리우고 맑은 못에 미끼를 흩으면,
하진(河津)에서 잉어 낚는 법을 배우고 정곡(井谷)에서 붕어를 쏘는 것과 같아서
붉은 비늘이 이미 걸렸으니 더 이상 믿을 만한 재능을 기다릴 필요가 없고,
소질(素質 : 칼 이름)을 이미 달아 놓았으니 배를 띄울 조짐이 영원히 없어졌다.
그 몸뚱이를 어지럽게 회(膾)를 치자 소반을 꺼내 비처럼 흩어 놓는다.
혹은 또 험윤(獫狁 : 凶奴의 別名)이 매우 치성하자 군대를 보내 마구 정벌하는 것이 마땅하다 하고, 변방 지역에서 반란을 일으키자 일삼아 신비한 무예를 힘입어 정벌한다.
비록 훌륭하고 어진 제왕이요 군주라 하더라도 오히려 창과 방패를 동원했고,
지혜로운 왕후요 밝은 임금이라 하더라도 오히려 정벌(征伐)을 필요로 했던 것이다.
그런 까닭에 승이(升陑 : 地名)의 전쟁에서 마침내 높은 이름을 드러냈고 목야(牧野)의 군사 동원에서 비로소 훌륭한 덕이 일컬어지게 되었으니, 그 가운데서 혹 백만의 군대에 둘러싸여 마구 돌아다니기도 했고 오천의 군사를 거느리고 깊이 진입(進入)하기도 했던 것이다.
적벽(赤壁)에서 조공(曹公 : 曹操)을 쳐부수고 오강(烏江)에서 항제(項帝 : 項羽)를 치며, 왕망(王莽)의 머리를 고대(高臺)에 매달고 통탁(董卓)의 시체를 도시(都市)에서 쓰러뜨린 그 때는 다 영웅들이 하루 아침에 위엄 있는 무예를 떨쳤던 것이다.
그 당시의 이와 같은 흐름을 이루 다 기록할 수는 없지만 모두가 뼈를 쌓아 산을 이루지 않음이 없었고, 피가 흘러 방패가 떠다니지 않음이 없었다.
이제 왕의 군대가 천둥처럼 움직여 요망한 역적을 소진(掃珍)하려고 군대를 드날리고 부절(符節)을 끼고는 경계(境界)를 살피고 변경을 엿보며, 이윽고 전구(前驅 : 행렬의 앞잡이)에 참예하고 외람되게 후경(後勁)에 있었으니 구름처럼 펄럭이는 깃발 아래 어찌 감히 스스로 편안할 수 있겠는가?
서릿발 같은 칼날이 오가는 사이에는 참으로 위험이 많다. 그러므로 칼 아래 머리를 조아리고 창 밑에서 목숨을 벌였으니, 이와 같은 죄를 갖추어 진술할 수 없다.
대체로 이 중생들은 서로서로 침해하면서 원수가 되고 적이 되어 목숨을 등지고 몸을 등짐으로써 혹은 수명이 짧아지는 원인이 되고 혹은 병이 많은 결과를 초래하였다.
그러니 부디 지금부터는 이런 일들이 서로 이어지는 것을 영원히 단절하고 미래 세계가 다하도록 보리(菩提)의 권속이 되어 좋은 인연과 법성(法城)의 동반자들 무너뜨리지 말기를 바란다.
또 『정법념경(正法念經)』에서 말하였다.
“어떤 것이 살생하지 않는 것인가?
만약 벼와 같은 곡식이나 기장ㆍ보리 따위에 미세한 벌레가 생기면 그 곡식을 찧어서도 안 되고 갈아서도 안 되며,
거기에 벌레가 있는 줄 알았으면 이 벌레의 목숨을 보호하기 위해 더욱 그 곡식을 남에게 주어서는 안 된다.
또 살생하지 않는다는 것은 만약 소ㆍ말ㆍ낙타ㆍ나귀 따위에 점을 싣고 다니다 생긴 등의 부스럼에 벌레가 생겼을 적에 그 부스럼을 장수(漿水)로 씻어줄 때에는 약초물을 써서 이 벌레의 목숨을 끊지 말고
새 깃털로 그것을 씻어 벌레들을 모아 냄새나고 문드러진 다른 고기 속에 옮겨 두어 그 벌레들로 하여금 목숨을 보전하게 하고 아울러 이 나귀나 소들도 보호해 주어 그들의 목숨을 해치게 될까 걱정해야 한다.
또 벌레들의 목숨도 보호하되 나아가 개미새끼에 이르기까지 보호하고 밤이나 낮이나 방일(放逸)하게 행동하지 않고 마음으로 죽일 생각도 하지 말며,
만약 다른 중생이 그 벌레를 잡아먹으려고 하면 제가 먹을 음식으로써 그것을 바꾸어 주어서 그 벌레들을 거기에서 벗어나게 해야 한다.”
또 『비나야(鼻奈耶)』 율(律)에서 말하였다.
“옛날 부처님께서 세상에 계실 때였다. 사위국(舍衞國)에 어떤 바라문(婆羅 門)이 있었는데, 항상 가류타이(迦留陀夷) 나한(羅漢) 비구에게 공양하였다. 그 바라문의 오직 하나뿐인 아들이 장성하여 아내를 맞이했다.
그 때 바라문은 임종할 무렵이 되어 그 아들에게 유언을 하였다.
‘내가 죽은 뒤에도 너는 존자 가류타이를 잘 보살펴 내가 오늘까지 한 것처럼 조금도 모자라는 것이 없게 하라.’
부모가 죽고 난 뒤에 그 아들은 부모의 유언을 받들어 다시 가류타이를 공양하기를 마치 부모가 살아 계시던 날과 조금도 다름이 없게 하였다.
그 뒤 어느 때에 바라문의 아들이 출행(出行)하여 집에 있지 못하게 되자 아내에게 공양을 부탁하고 떠났다.
그날에 문득 오백 명의 도적떼가 있었는데 그 중 한 도적의 얼굴이 매우 단정하였다. 그의 아내는 멀리서 이 도적을 보고 사람을 시켜 그를 불러오게 하여 그와 함께 정을 통하였다.
가류타이는 예전처럼 자주 그 집에 갔는데, 그 부인은 이 사문이 이 일을 누설할까 두려워한 나머지 뒤에 이 도적과 공모하여 방편을 써서 그 가류타이를 죽여 버렸다.
바사닉왕(波斯匿王)은 존자 가류타이가 도적에게 피살되었다는 말을 들었다. 왕은 존자와의 옛정을 생각하고 화를 내며 고민하다가 즉시 바라문의 가족을 죽이고 아울러 그의 측근에 살고 있던 열여덟 가구 남짓한 사람들도 모두 죽였으며, 또 오백 명의 도적들을 잡아 그들의 머리와 발을 끊어버리고 모두 구덩이 속으로 던져버렸다.
비구들이 그 사실을 보고 나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가류타이는 본래 무슨 악한 업을 지었기에 바라문의 아내에게 죽임을 당했습니까?’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가류타이는 지난 과거생에 큰 천사(天祀)의 주인이 되었었다. 그 때 오백 명 의 사람들이 있었는데, 염소 한 마리를 끌고 와서 네 발을 끊어 천사에 가져다 올리고는 함께 소원을 빌었다. 그 천사의 주인은 그 염소를 얻고 난 뒤에 곧바로 잡아먹었었다. 그는 그 염소를 죽인 것으로 인해 지옥에 떨어져서 한량없는 고통을 받았다.
옛날 그 천사의 주인이 바로 지금의 저 가류타이이다. 그가 비록 아라한을 증득하기는 했으나 남은 재앙이 아직 다 끝나지 않아 지금 이런 과보를 받는 것이다.
그 때 그 염소는 지금 저 바라문의 아내이고 그 때 염소의 네 발을 끊은 오 백 명의 사람은 지금 바로 저 왕에게 손과 발을 잘리운 오백 명의 도적떼이니라.’
부처님께서 비구에게 또 말씀하셨다.
‘만약 어떤 사람이든 살해(殺害)하는 일이 있으면 그가 받을 과보는 끝내 없어지지 않느니라.’
또 『현우경(賢愚經)』에서 말하였다.
“옛날 부처님께서 세상에 계셨을 때의 일이다. 사위성 안에 어떤 한 장자(長者)가 살고 있었으니, 그 이름을 여기미(黎耆彌)라고 하였다. 그에게는 모두 결혼한 일곱 명의 아들이 있었다. 그 중 제일 작은 아들의 아내인 비사리(毘舍離)는 매우 어질고 지혜로워서 무슨 일이든 알지 못하는 것이 없었다.
그 때 여기미는 그 가업(家業)을 몽땅 작은 며느리에게 맡겼으니 그것은 그녀가 제일 현명하고 지혜로웠기 때문이었다. 바사닉왕(波斯匿王)도 그녀를 공경하고 예우하여 누이동생으로 삼았다.
그녀는 그 때 아이를 배어 달이 차자 서른두 개의 알을 낳았는데, 그 하나의 알 속에서마다 한 사내 아이가 나왔다. 그들은 용모가 단정하고 용맹스럽고 건강하였으며, 범상하지 않아 혼자서도 천 사람을 대적할 만한 힘이 있었다.
그 아이들은 점점 자라 아내를 맞이했는데, 그녀들은 나라 안에서 제일 부자요 현명한 집안의 딸들이었다.
그 때 비사리가 부처님과 대중 스님을 자기 집에 초청하여 공양하였는데, 부처님께서 그들을 위해 법을 설하시자 온 집안이 다 수다원과(須陀洹果)를 증득하였다.
그러나 오직 그녀의 가장 어린 아들만은 도적(道跡 : 須陀洹)을 얻지 못한 채 코끼리를 타고 놀러 나갔었는데, 보상(輔相 : 재상)의 아들이 수레를 타고 다리 위로 오는 것을 보고 곧 발로 차서 다리 아래 구렁텅이로 떨어뜨렸다.
그 아이는 몸을 다친 채 집으로 돌아와 그 아버지에게 일렀다.
그러자 보상이 아들에게 말하였다.
‘저 사람은 힘이 장사인 데다 또한 국왕의 친척이니 그와 싸운다 해도 절대로 이기기 어렵다. 마땅히 비밀리에 보복할 길을 생각해 보자.’
그리고는 곧 일곱 가지 보배로써 말채찍 서른두 개를 만들고 순수한 강철로 칼을 만들어 말 채찍 속에 넣어가지고 알에서 나온 사람들에게 각각 하나씩 증정했다.
그러자 그들 모두가 그것을 받고는 좋아하고 기뻐하면서 왕을 알현하기 위하여 출입할 때에도 항상 손에 들고 드나들곤 하였다.
그 당시 국법(國法)으로는 왕을 알현할 때는 칼을 지니지 않는 것이 예법이었다.
그 때 보상은 그들이 채찍을 받아 가지고 다니는 것을 보고 곧 왕에게 참소하여 아뢰었다.
‘비사리의 아들들은 나이도 젊은 데다 힘이 세어 혼자서 천 명을 대적할 수도 있습니다.
지금 그들은 다른 생각을 품고 대왕님을 살해하기 위하여 각기 예리한 칼을 만들어 말채찍 속에 감추어 두고 있습니다. 그 사실을 살펴보면 분명해질 것입니다.’
왕이 곧 조사해 보았더니 과연 그 말과 같았다. 왕은 그 말이 사실이라고 생각한 나머지 그들을 모두 죽여 버렸다.
다 죽이고 나서 서른두 사람의 머리를 한 상자에 담고 봉인(封印)한 다음 그것을 그 누이 동생인 비사리에게 보냈다.
그 날 비사리는 부처님과 스님들을 집으로 초청하여 공양하다가 왕이 보낸 함을 보고는 왕이 공양을 돕는 것이라고 말하면서 곧 그 함을 열어 보려고 하였다.
부처님께서 그것을 말리면서 공양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라고 하셨다.
공양을 마치고 난 뒤에 부처님께서는 비사리를 위하여 모든 법은 덧없는 것으로서 다 고통스러운 것이라고 설법하시자 그 때 바사리는 아나함과(阿那含果)를 증득하였다.
부처님께서 떠나가신 뒤에 비사리는 함을 열고 자기 아들 서른두 명의 머리를 보았다.
그러나 그는 이미 욕애(欲愛)를 끊었기 때문에 그다지 고민하지 않았으나 다만 이런 말을 하였다.
‘아, 애통하고 슬프구나. 사람은 이 세상에 태어나면 반드시 죽음이란 것이 있어 그리 오래가지 못하고 다섯 갈래 세계를 돌아가나니, 어찌 이와 같이 괴롭단 말인가?’
서른두 명 아들들의 처가(妻家) 친족들이 이 사실을 듣고 모두 고민하고 괴로워하면서 소리내어 말하였다.
‘대왕이 무도(無道)하여 억울하게 착한 사람들을 죽였다.’
그리고는 원수를 갚기 위하여 함께 군대와 말을 모았다.
그러자 왕은 두려워 서 곧 부처님 계신 곳으로 달아났다. 그러자 여러 사람들이 군대를 이끌고 가서 기환(祇桓)을 에워쌌다.
아난(阿難)은 왕이 비사리의 서른두 명의 아들을 죽이자 그 부인들 집안 친족들이 복수하려고 하는 것을 보고 합장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무슨 인연이 있기에 서른 두 명 아들들이 대왕에게 죽임을 당했습니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지난 과거 세상에 저 서른두 명의 사람들은 남의 소 한 마리를 훔쳐 함께 끌고 어떤 한 노모(老母)의 집에 가서 그 소를 잡아먹으려고 하였다. 그러자 노모가 기뻐하면서 그것을 잡을 도구를 마련해 주었다. 칼로 내리쳐 잡으려 할 때에 그 소가 꿇어앉아 살려달라고 애걸하였으나 모든 사람들은 탐하는 마음이 더욱 성하여 마침내 그 소를 잡았다.
그 때 그 소가 죽으면서 맹세하였다.
〈너희들은 지금 나를 죽이지만 나는 장차 다음 세상에선 결코 너희들을 가만 두지 않겠다.〉
마침내 그 소가 죽자 그들은 함께 먹었고
노모도 배불리 먹고는 기뻐하며 말하였다.
〈지금까지 손님들을 치렀으나 아직껏 오늘 같은 날은 없었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그 때 그 소는 바로 지금의 비사닉왕이고, 그 소도둑들은 바로 오늘날 바사리의 서른두 명 아들이며, 그 때의 노모는 바로 지금의 바사리이나라.
저들이 그 때 그 소를 잡아먹었기 때문에 오백 생 동안 항상 죽임을 당하였고
노보는 기뻐하였기 때문에 오백 생 동안 줄곧 그들의 어머니가 되어 아들이 피살될 때마다 매우 고뇌하는 마음을 품게 되었고
지금은 나를 만났기 때문에 아나함과(阿那含果)를 증득하게 되었느니라.’
부인들 집안의 친족들은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 분한 마음이 곧 풀려 각각 이렇게 말하였다.
‘이 사람들이 제가 심은 것을 지금 과보로 받은 것이구나.
한 마리 소를 죽인 까닭으로도 그 과보가 이와 같거늘 하물며 많이 살생하는 것이겠는가?
저 바사닉왕은 그래도 우리들의 왕이니, 어찌 원한을 품고 살해하겠는가?’
그리고는 곧 왕의 앞에 나아가 용서를 빌고 참회하였다.
왕도 또한 모두 이해하고 그 죄를 묻지 않았다.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들은 또 무슨 복을 지었기에 호귀(豪貴)하고 용감하고 건강하며 부처님을 만나서 도를 얻었습니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지나간 과거 가섭(迦葉)부처님 때에 어떤 노모가 있었는데 여러 가지 향을 모아 기름에 섞어서 불탑에 바르려고 하였다.
그녀는 길을 가는 도중에 서른두 명의 사람을 만났고 그로 인해 그들에게도 권유하여 함께 가서 불탑에 발랐다.
그 일을 마치자 이렇게 발원하였다.
〈우리는 태어나는 생(生)마다 존귀하고 영화로우며 부자의 집안에 태어나 항상 모자(母子)가 되게 하고 부처님을 만나 도를 얻게 해 주십시오.〉
이런 일이 있은 이후로 이들은 오백 생 동안 항상 존귀하였고 늘 모자가 되었으며 지금은 부처님을 만났기 때문에 각각 도적(道迹)을 증득하게 되었느니라.’”
정보송(正報頌)을 말한다.
희롱하고 웃으면서 남의 목숨을 죽이면
슬피 울며 지옥에 들어가서
냄새나고 더러운 물과 구리 녹인 물을
그 입에 끊임없이 쏟아 넣게 된다.
칼날 위를 달리고 불 속으로 나아갈 때
찔리고 찢어지고 불에 타는 고통 너무 심하여
억 년 동안 그 고통 갖가지로 많으니
아픈 마음 이루다 기록할 수 없네.
습보송(習報頌)을 말한다.
살생하면 네 갈래[四趣]에 들어가서
세 갈래 세계의 괴로움을 받다가 다 마치고 나면
다시 인간 세계에 태어난 다음에도
수명이 짧고 온갖 질병 너무 많아 근심하게 된다.
병들어 쇠약한 고통을 받고
수명 또한 짧아서 항상 침몰(沈沒)하게 되나니,
만약 그가 지혜롭고 인정 있는 사람이라면
어떻게 제멋대로 죽일 마음을 갖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