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입법의 근거규정 정비
조정찬
2018년 03월 09일 17:01 오후
제75조 대통령은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받은 사항과 법률을 집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에 관하여 대통령령을 발할 수 있다.
제95조 국무총리 또는 행정각부의 장은 소관사무에 관하여 법률이나 대통령령의 위임 또는 직권으로 총리령 또는 부령을 발할 수 있다.
현행 위 2개 조문은 제헌헌법 이래 유지되어 온 조항입니다.
오늘날 국회가 제정하는 법률만으로는 전문적이고 긴급한 사항을 입법하기 어렵기에 행정입법이 인정됩니다.그러나 입법은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제정한 법률이 기본이고 헌법은 기본권 제한 등 중요사항은 반드시 법률로 다루도록 하였으며 이러한 법률에서 다루지 못할 사정이 있는 경우에만 행정입법에 의하도록 하였습니다.
행정입법에는 대통령령과 총리령 부령이 있고 실무적으로 보면 시행령은 대통령령으로, 시행규칙은 총리령이나 부령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대통령령의 경우 행정입법은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받은 사항"과 "법률을 집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에 한하여 발령할 수 있는데, 총리령 부령의 경우는 "위임 또는 직권으로" 발령할 수 있도록 하여 발령요건이 서로 다른 것처럼 되어 있습니다.
구체적 위임의 원칙은 포괄위임 금지의 원칙으로서 나치정권을 탄생시킨 수권법의 악몽이 재현되지 않도록 막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그런데 법률에서 총리령이나 부령에 위임할 때는 이러한 제한이 없는 것처럼 규정되어 있어 있습니다.
이대로라면 법률에서 총리령이나 부령에 대하여는 문언만 가지고 본다면 포괄위임이나 백지위임도 가능하다고 주장할 수 있는데, 실제 그러한 사례는 없겠지만 최고규범인 헌법에서 문장을 명확히 규정하는 것은 중요한 요소입니다.
다음으로 법률을 집행하기 위하여 대통령령을 발령할 수 있다는 것도 실무상 별 의미가 없습니다. 보통 절차적인 사항 등을 의미한다고 하는데 최근 영미법의 영향으로 절차법의 중요성이 인식되고 있어 집행에 관한 사항은 마치 법률에서 위임하지 않은 사항까지 정할 수 있다는 식으로 오해될 소지가 있습니다.
세번째로 총리령 부령에서 직권으로 발령할 수 있다는 표현도 위에서 본 것처럼 법률의 위임이 없어도 가능하다는 오해를 가져오기 십상입니다.
네번째로 지적할 사항은 총리령이 부령보다 상위에 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국무총리와 행정각부 장관은 권한이 다르고 위계가 다르며 따라서 헌법은 제4장 정부 제2절 행정부 제1관 국무총리와 국무위원을 두고 같은 절 제3관에서 행정각부를 규정하였으며, "국무총리는 대통령을 보좌하며, 행정에 관하여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각부를 통할한다"(제86조제2항)라고 하여 행정각부보다 우위에 있음을 규정하였는데, 총리령은 행정각부의 장이 발령하는 부령과 같은 조문에서 규정하여 마치 총리령이나 부령이 같은 위계인 양 규정되어 있습니다.
실무상으로는 원(현재는 없음)이나 처, 총리 소속의 중앙행정기관으로서의 위원회(공정위 등)의 경우 부령을 발령할 수 없다고 하여 시행규칙에 해당하는 사항을 총리령으로 발령하며 그 위계는 부령과 같은 효력을 인정합니다.
원 처 위원회 등은 헌법이 예정하고 있지 아니한 행정기관이지만 실제 행정각부와 동일한 업무를 수행합니다.
총리령은 바로 이러한 기관들의 시행규칙을 대신 발령해 주는 역할에 그치고 있습니다.
현재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을 막기 위하여 책임총리제 등이 거론되기도 하며 현행헌법에서도 총리는 국무위원이나 행정각부의 장의 임명제청권과 통할권 등을 가진 상급기관인데 총리령의 역할은 그런 기능을 전혀 수행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총리령은 마땅히 위 제1관에서 따로 규정하여야 하고 총리령의 위상은 행정각부를 통할하는데 필요한 사항을 정하도록 하여 부령보다 상위에 두는 것이 헌법의 취지나 시대정신에 부합된다고 하겠습니다.
다섯번째로 원 처 위원회도 각각 부령에 상당한 행정입법을 발할 수 있는 근거를 신설하는 것인데 이것은 제안하는 글자수가 제한되어 위훤회 등의 헌법적 근거 마련 제안에서 다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