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사자의 전도 활동
사회사업으로 어르신을 만나다 보면 신앙심이 깊은 분을 뵐 때가 있습니다.
종교의 자유를 존중하지만, 어떨 땐 당사자 본인이 믿는 종교를 강요하기도 합니다.
사회복지사에게 전도 활동을 할 때가 있지요. 그럴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난감합니다.
동료 사회복지사는 지역사회보호사업을 담당할 때 한 어르신을 만났다고 합니다.
그 어르신은 초기 상담 내내 하느님을 찾고, 하느님으로 인해 자신이 새 생명을 얻었다고 했답니다.
동료 사회복지사는 종교의 자유가 있음을 이해하고 부담 없이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후 만날 때마다 어르신은 하느님 믿음에 관한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사회복지사는 자기는 다른 분을 믿는다며 정중하게 거절했지만
‘지금은 아니어도 언젠가는 꼭 전도할 것’이라며 당부했다고 합니다.
만날 때마다 전도하시니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상담이 부담스러워졌답니다.
그 사회복지사의 이 고민이 제게도 와닿았습니다.
저 또한, 지역사회보호사업을 담당할 때 어르신들에게 자주 들었던 말이기 때문입니다.
어르신이 아니더라도 사회사업으로 당사자를 만날 때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르신의 종교활동을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생각해보던 중, 어르신에게 종교는 어떤 의미일지 궁금해졌습니다.
노인들에게 있어서 종교생활은 노인에 선택할 수 있는 중요한 비공식적 지지기반이다.
따라서 노인들이 감당해야 하는 배우자 상실이나
소외감, 고독에서 오는 죽음의 두려움 등의 정신적으로 위안을 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노인의 종교 활동이 죽음불안에 미치는 영향」 (동국대학교 불교문화대학원 생사문화학과 석사학위논문, 박재연, 2016)
현대의학의 발달로 평균수명 100세를 내다 볼 정도로 수명이 연장됨과 동시에 노령인구는 급격히 늘어났습니다.
어르신들은 건강상실의 문제뿐만 아니라 가정과 사회에서 역할이 축소하는 경험을 하게 되고,
배우자의 이별과 함께 죽음 불안의 공포도 느끼게 됩니다.
이런 특성이 있는 나이인 만큼 죽음 불안을 종교를 갖고 신을 믿음으로써 해소하고자 하려는 것은 아닐까요?
저는 최근 남편을 먼저 떠나보내는 아픔을 겪었습니다.
암 진단을 받고 난 후였기 때문에 갑작스럽지는 않았고, 충분하지 않았어도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도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남편을 떠나보내며 겪은 상실감은 제 인생을 송두리째 뒤흔들었습니다. 도저히 견뎌내기 힘들었습니다.
다행인 것은 저와 남편에게는 종교적 믿음이 있었습니다.
그 믿음으로 남편이 좋은 곳에서 아프지 않고 편히 쉬고 있다는 생각을 했고
그 생각이 제 마음을 조금은 편안하게 해주었습니다.
저에게 종교가 없었더라면 쉽게 무너져 내렸을 겁니다.
제 삶조차 놓아버리고 싶었을 겁니다.
이런 일을 겪어보니 종교가 어떤 이에게는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우리가 만나는 당사자도 자신이 힘든 삶을 사는 가운데 종교가 가장 힘이 되는 존재는 아닐까 싶습니다.
나에게 이렇게 평온함을 가져다주는 종교를, 내가 좋아하는 다른 이와도 나누고 싶은 마음이진 않았을까요?
만약 나와 종교가 같다면 그를 계기로 더욱 관계가 가까워질 수 있습니다.
초기 상담이라면 자연스럽게 종교 이야기를 나누며 더 깊이 있는 대화로 이어질 수도 있겠지요.
당사자와 공통점이 있다는 것만으로 관계를 좀 더 쉽게 맺을 수 있을 겁니다.
이때는 그리 문제가 되지 않을 겁니다.
당사자와 나의 종교가 다르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선, 당사자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고 싶습니다.
그런데도 계속 전도 활동을 한다면, 정중히 이해를 부탁드립니다.
우리가 당사자를 만날 때 나와 다른 생각, 나와 다른 행동습관을 인정하고 이해하듯이
종교 또한 마찬가지로 대함이 어떨까요?
당사자의 전도 활동은 단순히 ‘이 종교를 믿어라’하는 말이 아니라
어쩌면 이야기 나누고 싶은 마음 때문이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저라면, 우선 여쭤보겠습니다.
어떤 연유로 언제부터 이 종교를 믿게 되었는지, 종교를 믿으며 당사자에게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그래서 현재 자기 삶이 어떻게 느껴지는지.
당사자의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종교 이야기를 듣다 보면
당사자의 삶이 보이고 당사자를 이해하게 되지 않을까요?
그런데도 계속해서 종교를 강요한다면, 저는 제 종교를 어떻게 믿게 되었고,
어떤 변화가 있었고 그래서 제게는 어떤 의미인지를 말씀드릴 겁니다.
다음에 만났을 때 또 같은 이야기를 반복한다고 하더라도
이런 이야기들을 나누며 서로 마음이 깊어지고
서로를 조금 이해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힘든 삶 속에서도 종교를 통해 끝까지 자기 삶을 살려고 노력하는 분께는 종교활동이 그분의 강점입니다.
그 강점을 세워드리고 응원해드리는 것도 좋겠습니다.
더하여 당사자의 전도 활동에 당황스러운 일도 있지만,
반대로 사회복지사나 자원봉사자, 실습생이 당사자에게 전도 활동을 하는 때도 있습니다.
이럴땐 슈퍼바이저로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사회복지사 윤리강령]
1. 사회복지사의 기본적 윤리기준
1. 전문가로서의 자세
1) 사회복지사는 전문가로서의 품위와 자질을 유지하고, 자신이 맡고 있는 업무에 대해 책임을 진다.
2) 사회복지사는 클라이언트의 종교․인종․성․연령․국적․결혼상태․성적 지향․경제적 지위․정치적 신념․정신, 신체적 장애․기타 개인적 선호, 특징, 조건, 지위를 이유로 차별 대우를 하지 않는다.
<한국사회복지사협회 홈페이지 발췌>
사회복지사 윤리강령에서는 ‘사회복지사는 품위와 자질을 유지’하고
어떤 이유로든 ‘당사자를 차별 대우’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사회복지사는 물론, 실습생은 예비사회복지사이므로 사회복지사 윤리강령을 지킬 의무가 있습니다.
자기 종교를 믿지 않는다는 이유로 종교를 강요할 권리가 없습니다.
어느 사회복지사는 힘든 삶을 사시는 당사자에게 “예수님을 안 믿어서 이렇게 사시는 거예요.”하고 말했다고 합니다.
이 한마디로 당사자는 자신의 삶을 부정당함과 동시에 종교를 강요당합니다.
당사자와 사회복지사의 만남은 의도치 않아도 둘 사이에 권력 관계가 형성됩니다.
당사자는 도움이 필요하고 사회복지사는 당사자를 돕기 때문이지요.
권력이 형성된 관계에서의 종교 이야기는 당사자에게 부담을 넘어 때로는 폭력적으로 다가가기도 합니다.
권력 관계에서 당사자는 속이 상하고 화가 나더라도 그 마음을 표현하기 어렵습니다.
자원봉사자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자원봉사자가 사회복지사는 아니지만, 자원봉사자로서 갖춰야 할 자세가 있습니다.
자원봉사자는 어떤 일을 대가 없이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돕는 사람이지요.
사회나 공공의 이익을 위해 일하는 사람입니다.
주민들이 복지관을 이용할 때 주의사항을 안내하듯이
자원봉사자에게도 종교, 정치, 사적인 영리 등으로 활동을 이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철저히 교육해야 합니다.
특히 자원봉사자의 역할이 큰 경우에는 신입직원 교육수준으로 자원봉사자를 교육하고 당사자와 만나게 해야 합니다.
기관에 자원봉사자 업무 안내서를 갖춰놓고 사전교육에서 이를 잘 설명함이 좋겠습니다.
만약 사회복지사, 실습생, 자원봉사자가 당사자의 종교 생활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정중히 거절하는데도
계속해서 종교를 강요할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당사자가 과한 강요를 할 때는 개인이 해결하기 어려울 겁니다.
이때는 조직 차원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조직이 직원을 보호해주어야 합니다.
이 질문도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법인이 종교를 강요한다면? 조직에서 종교를 강요한다면?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이 질문에 대한 여러분의 자기 답을 기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