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주무관과의 만남
강헌모
갑자기 또 인사발령이 났다. 생각지도 못했는데 말이다. 해서 인근 학교로 가게 되었다. 발령지 학교에 간 나는 김 주무관을 만났다. 그러고 나서 행정실장님이 나를 반기면서 교장 선생님을 뵌 자리에서 공채 동기생인 곽 주무관에 대해 말을 하였다. 그는 아침 일찍 출근해서 학교를 돌아보고 하루를 시작한다면서 극구 칭찬했다. 행정실장님과 곽 주무관은 전에 다른 중학교에서 같이 근무했다고 했는데, 그 소리를 듣던 나는 부끄러웠다. 사실 나는 근무시간에 맞춰 출근하다보니 일찍 갈수는 없었다.
발령지에서 같이 근무하게 될 학교의 여자 교장선생님이 내게 나이가 들어 보인다. 고 말씀하셨다. 그러자 나와 동승했던 신 행정실장이 1년 반만 근무하면 된다고 했다. 그러면 공로연수를 들어가게 된다는 뜻이다. 그렇게 되어 공로연수 1년을 한다면 총 2년 6개월이니 퇴직 전의 나이 계산이 나온다.
교장실에서 나와 나의 발령지인 K중학교 김 주무관에게 인수인계를 언제 하면 좋을 런지 물어서 날짜를 잡았다. 그런 후 날짜 잡은 날에 학교시설을 돌아보며 친절하고도 자상하게 가르쳐 주어 마음이 편했다. 그러면서 김 주무관이 여기는 천국 같다고 하였다. 학교가 깨끗한 편이고 시설이 좋아서 그런 모양이다. 헌데, 교실과 특별실 등은 깨끗했지만 화장실은 그렇지 않았다. 화장실은 전에 근무했던 곳과 비교가 되었다. 하지만 학교 분위기가 좋아 편리한 환경 속에서 근무하게 될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교무실에 가서 선생님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전에 같이 근무했던 선생님도 있었다. 남자 선생님은 안면이 있어도 친하게 지내지 않았다. 반면에 여자 선생님과는 세 번째 만나게 되어 친하게 지내서 기억에 남는다. 감개무량했다. 세 번씩이나 같이 만나 근무하는 사람이 거의 없을 것 같으니 말이다. 두 번까지는 만날 수 있지만 세 번은 보통 인연이 아닌 듯하다. 그래서 세 번째 만난 선생님과 인사하면서 명예퇴직을 하려고 했는데, 생각이 바뀌어 정년퇴직까지 갈 것 같다고 말씀드렸다. 한때 많은 어려움이 따라서 명예퇴직을 하려고 한다면서 사람들에게도 말하곤 하였다.
정년퇴직 1년 전에 대부분 공로연수를 들어가는데, 나는 그걸 신청하지 안하고 근무한다고 했다. 해서 지금 그렇게 하는 중이다.
김 주무관이 고등학교로 발령 나서 간 후, 그가 인수인계 때 가르쳐준 것 외에 모르는 것이 있으면 전화를 하곤 했다. 그러면 친절히 알려주어 고마웠다.
강당 안의 천장 높이 달린 큰 조명등을 어디서 켜야 하는지 궁금했다. 또 지하실에서 급식소로 가는 물을 어떻게 열고 닫아야 하는지? 하는 것이며또 다른 물 밸브를 어디서 찾아 열고 닫아야 하는지를 몰라 김 주무관에게 물어 보니 머뭇 머뭇거리며 한성사장님에게 물어보라고 하였다.
언제는 겨울에 물이 터져 물바다가 되었다고 들어서 동절기에 얼지 않도록 하기 위해 신경을 썼다. 나중에 내 나름대로 터득해서 능숙하게 처리할 수 있었다. 그 후 잘 적응하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지냈다. 이렇게 근무지를 옮기게 되면 모르는 것들이 나오니 새로 배워야 하는 어려움이 있어 애로사항이 뒤따랐다. 또 생활에 적응하는 기간과 인간관계 맺는 것의 어려움이 따른다. 지금 발령 난 곳이 퇴직 전의 마지막 학교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만, 어쩌면 한 번 더 옮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하도 인사발령이 났었기에 그렇다. 생각지도 않은 인사발령으로 노이로제 가 걸린 듯 했다. 발령 난 후 특별한 일이 없으면 일정한 기간이 되어야 전출가게 되는 것이 맞는데, 어이없을 때가 있었다. 이번에는 인원감축이라는 명목으로 갑자기 발령 난 것 같다. 어떨 때 인사발령이 났었을 때, 억울한 적이 여러 번 있었고 살얼음판을 걷는 시련도 겪었었다.
시간이 지나 김 주무관은 공로연수 1년을 들어갔고, 나는 계속근무중이다. 헌데 어느 날 내가 근무하는 곳으로 그가 찾아왔다. 나는 약간 당황했다. 별안간 왔기에 그렇다. 그런데 내 휴대전화기를 진동으로 놓아서 김 주무관에게 전화 오는 소리를 못들은 거였다. 그는 내게 손을 내밀면서 반갑게 악수를 하였다. 나이가 같아서 친근감이 더 드는 듯했다. 어떻게 지냈냐며 이야기를 나누다가 갔는데, 언제 점심이나 저녁때 식사를 같이 하자고 하였다. 내가 사는 거라고 하면서.
그를 처음 만났을 때 나이를 맞춰보니 소띠라고 하니 좋아했다. 생일도 상반기라 정년퇴직을 같이하게 되었다. 그는 개신교에 다니고, 나는 천주교회에 다닌다. 비록 종교는 달랐지만 한 형제이니 대화가 통했다. 나는 그가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인수인계할 때 침착하게 설명해주었고 안내해 주었기 때문이다. 이제 머지않아 같이 퇴직을 하게 된다. 그는 나보다 학교에 먼저 들어와서 근무했으니 직급이 높다. “주무관”이라는 호칭을 같이 사용하지만 나보다 한 등급 높은 주무관이다.
그는 말하는 것을 보아 근무 잘했을 것 같고, 사람들로부터 인정을 받고 잘 생활 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생각지 못했던 인사발령으로 그를 만나게 되었다.
하지만 그게 좋은 인연이라 생각하고, 그와 소통을 통하여 마음이 편했으며 즐겁게 생활했음에 감사한다.
첫댓글 강선생님 글을 다시 볼수 있어 반갑습니다.
정년이 이제 얼마 남지 않으셨네요.
세월이 참 빠르다는 걸 체감하실 때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사무국장님!
늘 성실히 문학활동 하시는 사무국장님의 모습을 본받아야겠습니다.
만남이란 언제나 그렿지요.. 잘읽었습니다..
송창용 선생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