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비철은 고철과 비철을 전문으로 수집하는 고물상이다.
야적장 곳곳에는 건설현장이나 업체 등에서 수거해온 수도꼭지·타이어·전선 등이 쌓여 있다. 오전 7시, 정재안(47) 대표와 3명의 직원은 전날 수거해온 고철을 분리하는 작업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수거한 고철은 직원들의 손을 거쳐 종류별로 분류된다. 구리·철·알루미늄 등이 복합적으로 조립된 폐자재는 일일이 분해해 종류별로 나누어 포대에 담는다. 폐전자제품 역시 철·구리·플라스틱 등 재활용 가능한 소재가 한데 섞여 있어 반드시 해체작업을 거쳐야 한다. 요즘은 직접 폐전자제품을 들고 와서 파는 이도 드물지 않다. 타이어의 경우 개당 2만원을 쳐준다고 한다.
고철은 종류나 시세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 고철을 분류해각각에 가격을 매긴 뒤 더 큰 규모의 고물상에 넘긴다. 규모가 큰 고물상은 이들 고철을 재활용 자원을 필요로 하는 기업이나 제철소로 보낸다.
재활용 수집인과 고물상 배려 아쉬워
정 대표는 “대형 고물상에서 하지 못하는 분류작업을 소·중형 고물상이 처리한다. 고물상 직원들의 손끝에서 재사용 가능한 자원과 폐기물이 걸러지는 셈”이라고 말한다. 폐기물은 전문업체에 비용을 지불하고 폐기처리한다. 재활용 가능한 자원은 이를 재사용하는 업체에 넘긴다. 정 대표는 자원순환사회를 실현하려면 무엇보다 우리 사회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한다.
“외국의 고물상은 굉장히 깔끔한 데다 미관상 아름답게 꾸며져 있습니다. 그러나 국내 고물상은 접근을 꺼릴 정도로 허름하죠. 자원순환사회를 정착시키려면 고물상과 같은 자원 재활용 수집센터의 환경을 개선하고 제도적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봅니다.”
가정에서도 자원을 재활용하는 방법이 있다. 현재 폐전자제품을 버릴 때는 쓰레기종량제 스티커를 부착해 지정된 장소에 버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폐전자제품은 모터·회로기판 등 재활용 가능한 자원들로 구성돼 재활용하면 자원을 아끼는 효과가 크다. 자원순환센터로 회수된 폐전자제품은 파쇄·선별 등의 과정을 거쳐 자원으로 다시 생산될 수 있다.
고물상을 자원순환사회의 첨병이라고 생각하는 정 대표는 “자원순환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국민과 정부가 함께 협력해야 한다. 쓰레기를 분류할 때 나중에 이를 수거하는 과정을 생각하며 버려야 한다”고 지적한다.
음료수병을 예로 들면 병과 뚜껑을 분리하는 식이다. 병뚜껑만 분류해도 이를 수거하는 입장에서는 훨씬 손이 덜 간다는 것이다. 또 음식물이 묻은 은박그릇은 물에 헹구면 수거 후 분류작업 과정에서 세척작업을 덜 수 있다. 정 대표는 파지를 줍는 노인 등에 대한 정책적 배려도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1차적 자원 수거를 담당하는 재활용 수집인과 고물상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 고물상에서 다루는 자원이 곧 자원순환사회를 이룩하는 데 기여한다는 점을 감안해 수집인과 고물상의 활동을 돕는 제도적 뒷받침이 있으면 좋겠다.”
한국환경공단 통계에 따르면 생활폐기물·사업장일반폐기물·건설폐기물은 2011년 기준으로 매일 37만3,312톤에 달한다.
이 중 재활용되는 양은 31만2,521톤이다.
정부는 올해 ‘폐자동차 생산자 책임 재활용 제도’를 도입할 계획이다. 폐자동차의 재활용을 촉진하는 방안이다. 2014년에는 ‘자원순환사회전환촉진법’을 제정할 예정이다. 수거체계를 개선해 폐전자제품 재활용을 대폭 늘린다는 방침이다. 또 국민이 안심하고 폐자원을 사고팔 수 있도록 ‘순환자원거래소’도 구축한다.
폐자원 사고파는 ‘순환자원거래소’ 구축 필요
미처리 폐기물 매립을 줄이는 방법도 강구한다. 2014년에는 ‘폐기물 매립·소각 처리부담제’를 도입할 예정이다. 자원을 매립하고 소각하는 것이 재활용하는 것보다 비싸지는 것이다. 자원 매립과 소각에 대한 책임을 강화한다는 의미다. 이미 프랑스와 영국에서는 1990년대부터 관련 제도를 도입해 미처리 폐기물 매립을 줄이는 데 성공했다.
환경부 정덕기 자원재활용과장은 “일본·영국·독일 등 세계 주요 국가가 자원순환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자원 재활용은 최대화하고 소비는 최소화하는 자원순환사회를 구축하기 위해 정부와 민간이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