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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는 과거에 성북동 비둘기들이 살았음직한 높은 언덕바지에서 열린다. 전철 삼선교 역에서 내려 마을버스를 타고 한참 오르면 높이 4~5m 서울 성곽(사적 제10호) 아래 단층집이 옹기종기 모여 앉은 마을이 나온다. 바로 ‘달빛축제’가 열리는 북정 성곽마을이다. 지난해 축제 때 성곽마을은 온통 ‘색동옷’을 입었다. 국민대 테크노디자인대학원 학생들이 ‘달빛 스케치’를 한다며 마을 담벼락, 성곽과 길 등에 비둘기나 꽃과 나무들을 알록달록 그려넣은 것. 그 덕에 흉측한 시멘트 벽에서 한동안 사라진 ‘성북동 비둘기’들이 날았다.
성북구청에 따르면, 올해(10월23~24일)도 비슷한 퍼포먼스와 행사가 줄을 잇는다(아직 구체적인 행사 일정이 잡히지 않았다). 지난해 달빛전야제에서 뮤지컬 갈라 콘서트와 국악 공연, 변사극 <순애 내 사랑> 공연이 호응을 받았는데, 올해에도 비슷한 공연이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마을 노래자랑과 수준 높은 유명 가수의 콘서트와 비보이 배틀, 그리고 재즈 그룹의 새콤달콤한 콘서트 등도 볼거리.
공연에 참가해야만 ‘올레’ 소리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 Wall月축제에서는 부드러운 가을 햇살이 나뭇잎 사이로 비쳐들 무렵 골목길을 걷기만 해도 즐겁다. ‘추억의 만화방’에 들러 아이들 침 묻은 만화책을 봐도 즐겁고, ‘추억의 다방’에 들어가 삼삼삼(커피 세 스푼+설탕 세 스푼+크림 세 스푼)을 외쳐도 입맛이 고소하다. 또 ‘추억의 이발소’에 들러 영업용 미소 대신 인간다운 표정을 짓는 나이 든 이발사에게 오랜만에 머리를 맡기고 조는 여유도 삼삼하다. 노을 지는 저녁 무렵이라면 적당히 높은 곳에 앉거나 누워서 마을을 내려다봐도 좋다. ‘가난하지만 아름다운 풍경’이 감동으로 다가온다. 달이 뜨면 더 아름답겠지만, 그건 하늘의 뜻. 혹 밤 축제 행렬에 낄 계획이라면, 행운이 있기를…. 문의 02-920-3048.
침 고이는 수블라키와 딩카이
다문화음식축제도 Wall月축제만큼이나 특별하다. 한데, 성북구에서 웬 다문화 축제? 다문화 가정이 많아서 그런가 싶어서 자료를 뒤적여보니, 헛짚었다. 답은 따로 있었다. 바로 대사관이었다. 성북구에 둥지를 튼 대사관이 무려 31개(나라)나 되었다. 그러고 보니 삼청터널을 지나 성북구 주택가를 오며 가며 본 대사관이 한둘이 아니다.
축제는 원래 유엔이 지정한 ‘세계 다문화의 날’이 있는 5월21일 즈음에 열렸다. 하지만 올해는 10월24일 개최 확정. 아직 참가국의 접수를 받고 있어 모두 몇 나라가 참가할지는 미지수이다. 지난해 축제 때 참가국과 참여한 주민들이나 모두 만족했으므로, 얼추 지난해와 비슷하지 않겠느냐는 게 성북구청의 설명이다. 지난해에 참가한 나라는 17개국이었다.
과테말라, 그리스, 라오스, 몽골, 방글라데시, 인도, 베트남, 아랍에미리트, 아프가니스탄, 타이, 필리핀, 오만, 일본, 중국, 영국 등. 그중 시민들의 입에 침을 가장 많이 고이게 만든 요리는 그리스의 수블라키(우리나라 돼지꼬치 요리와 비슷한 구이 요리)와 라오스의 딩카이(닭 꼬치와 비슷한 요리). 방글라데시의 토티아르(난같이 얇고 둥글고 넓게 구운 밀가루 빵에 고기 볶음 등을 얹고 소스를 뿌려 먹는 음식)와 아랍에미리트의 닛킬(콩 음식) 그리고 아프가니스탄의 카불리 팔로우(병아리콩으로 만든 요리)도 사람들의 눈과 입맛을 자극했다.
다른 축제나 식당에서도 이국적인 요리를 맛볼 수 있지만, 다문화음식축제에서 맛보는 요리는 의미가 남다르다. 전문 요리사 대신 외국인 노동자나 결혼 이민자들이 직접 요리를 만들어내는 것. 지난해에는 세계 각국 아마추어 요리사들이 화합의 의미로 높이 1.2m, 지름 2.5m 그릇에 각국의 과일을 담아 세계에서 가장 달콤하고 정겨운 ‘온누리 화채’를 만들어 시민들의 입맛·눈맛을 사로잡았다. 장소는 성북동 주민센터에서 농협 성북동 지점에 이르는 성북동길 220m 거리.
축제를 더 가치 있게 즐기는 팁 두 가지. 하나, 운 좋으면 성북구의 두 축제가 열릴 무렵 간송미술관의 ‘보물’들이 특별한 주제를 앞세워 그 귀한 면모를 보여줄지 모른다. 그때는 이유 불문, 시간 불문하고 관람을 놓치지 마시라. 둘, 성북구 골목에는 의외로 칼국수와 만둣국을 맛깔스럽게 끓여내는 음식점이 많다. 축제 음식으로 배를 못 채웠다면 꼭 ‘성북동 칼국수’ 맛을 음미하시라. 문의 www.seongbuk.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