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승언
수리산 철쭉제
군포 수리산철쭉을 보려가자고 화요등산 친구들을 꼬셨지만 호응이 별로여서 달랑 셋이서 가게 되었다. 수리산역에 먼저 도착한 선달이 Storyway에서 순희표막걸리를 한 통 구하고 기다리니 다음차로 정대장이 다다음 차로 장촌이 왔다. 행사장까지 가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정대장은 전날 마나님과 함께 미사리겹벚꽃 축제에 다녀왔다는데 장흥집이 길거리장사를 제일 잘 하더란다. 장흥놈 둘이서 은근히 좋아하니 정대장이 '고향까마귀냐?'고 물었다. 장촌은 마나님과 함께 '오늘 여길 오기로 했다‘는데 우리가 부르는 통에 친구따라 강남이 아니라 수미산으로 왔단다. 이른 시간이지만 벌써 사람들이 모여들고 길가로는 양꼬치 굽는 냄새가 진동하여 하마트면 거기로 빠질 뻔했다. 입구를 바로 지나니 연분홍 철쭉이 처마를 이룬 꽃터널에서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 있었다. 우리도 차례를 기다려서 혼자서도 박고 놉을 사서 셋이서 함께도 박았다. 낫살깨나 먹었지만 막상 꽃세상을 만나니 벅찬 감흥을 숨길 수 없었다. 코스를 따라가니 인공절벽에서 수직으로 폭포수가 넓게 쏟아졌다. 여기서도 사람들이 인증샷을 찍기에 열중이어서 우리도 그들처럼 흩날리는 물방울을 맞아가며 기념사진을 찍었다. 전문찍사 장촌에게 독사진을 부탁했더니 분수대 턱에 올라가란다. 올라간 김에 두팔을 높게 치켜들고 박았다. 끝나고 나니 나이 든 놈이 좀 그렇다 싶었다. 철쭉동산 사방데서 사진을 찍는 굿이었다. 혼자서 각도를 재가면서 팔을 멀리 뻗치며 찍는 아가씨, 연인의 허리를 끌어당기며 찍는 사나이, 아이 웃기를 기다리는 젊은 엄마, 다리를 쭉뻗찌르고는 간신히 찍는 노부부, 고교동창으로 보이는 중년의 여자들이 찍사를 찾고 있었다. 우리가 거사를 도우면서 '꽃보다 훨썩 이뻐요'했더니 '입이 째져라'좋아했다 키보다 높게 자란 철쭉, 영산홍 숲 사이로 난 길을 따라서 언덕을 올라가니 초막골생태공원으로 이어졌다. 꽃보다는 소나무숲길이 쭈욱 이어졌는데 사람들이 별로 없어서 산책하기에 좋았다. 이정표를 보니 산길을 계속 올라가면 슬기봉 정상이고 그곳에서 산을 타고 계속 가면 오이도에 갈 수 있을 것 같았으나 6시간도 더 걸릴 것 같아서 포기했다. 그 대신 생태공원으로 내려갔다 여기에도 인공폭포가 있었는데 거무튀튀한 암벽만 높게 있어서 투덜거리니 옆에 있던 아주머니가 '매시 정각이 되면 물이 나온다'고 했다. 그 말을 믿고 기다리니 명주실 같이 부드러운 폭포가 3단으로 2단으로 멋지게 쏟아졌다. 일단 기념샷을 박고는 비치파라솔 밑으로 들어가서 심 없는 막걸리랑 악마 같은 커피를 마셨다. 여기저기 둘러보니 아이들 데리고 오면 보고 배우고 즐길 것들이 많았다. 그 중에서도 공중에 메달린 자전거를 보니 동심이 발동해서 한번 타보기로 했다. 맨 앞의 것이 안장이 망가져서 탈 수가 없어서 셋이서 2,3,4호를 타고 페달을 밟았으나 나이가지 않았다. 알고보니 맨 앞차 1호가 움직이지 아니하니 모두가 안 움직였다. 연대의 중요성을 알게되었다.
오이도 해안길
여기서 끝날 위인들이 아니었다. 선달은 '오이도로 가자'하고 장촌은 '상록으로 가자'고 했는데, 선달이 먼저 제안한 이유로 오이도로 가기로 했다. 바지런한 우리는 서둘러서 철쭉놀이를 끝내고 수리산역으로 되돌아가는데 여유로운 사람들은 때맞추어 밀물처럼 몰려들었다. 수리산역에서 오이도역까지 바깥풍경 구경도 하고 다음을 위해서 광역교통망을 살펴보았다. 오이도역에서 바닷가 가는 길은 멀기도 하고 교통편이 복잡했다. 장촌이 스마트폰으로 버스 타는 곳을 찾았고 기다렸다가 타고 가는데 정차장이 20개도 넘어서 성가셨다. 수산물종합시장역에서 내려 어판장으로 들어가니 수덕분한 아주머니가 반겨주었으나 '한번 돌아보고 온다'는 약속을 남기고 지나면서 가지가지 해산물을 구경했다. 활어를 파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회를 떠서 음식점으로 가서 드시라'고 강추했다. 우리도 이 방면에 이골이 난 사람들이라 머릿속으로 주판알을 튕겨보니 그것도 만만치 않았다. 대로로 나오니 간판이 멋드러진 곳마다 삐끼들이 히끼를 했으나 쉽게 응할 우리들이 아니었다. 몇 번을 왔다가다 하다가 드디어 단품 메뉴집을 기어이 찾았다. 바다가 보이는 2층 창가에 자리를 잡고는 얌전하게 생긴 주인아줌마와 상담을 했는데 가격대도 부담이 없었다. 먹음직한 스키다시 몇 가지가 먼저 나왔고 꽁보리밥과 열무김치도 나왔다. 이어서 모둠회가 청옥색 사기접시에 점잖게 나왔다. 만원을 추가하니 매운탕도 나왔다. 그래서 맥주, 쏘주, 막걸리를 귄커니잣커니 고루작작 마시고 이어서 칼국수도 먹었다. 배부르고 기분 좋으니 해안가를 걷기로 했다. 방파제를 따라서 걷다보니 썰물 때라서 바다물은 저멀리 나가고 개펄은 드문드문 물길을 내고 있었다. 장촌이 서해랑길 리본을 가르키면서 그 길을 따라가자고 했다. 얼마쯤 가다보니 남국의 야자나무가 우두커니 서있는 해수풀장이 아직은 먼지를 날리고 있었다. 그리고 낙조를 볼 수 있는 전망대도 있었으나 아직은 아니어서 그냥 치나쳐갔다. 얼마나 가다보니 캠프파이어 미니어쳐를 둘러싸고 안락의자가 있었다. 우리는 마치 3국 정상이 만나서 담소를 나누듯이 포즈를 취했다. 더 걸어가니 하늘로 오르는 계단 끝에 문이 있어서 마치 천국의 문처럼 보였다. 어떤 사람이 사진을 찍기에 그 사람을 시켜서 나도 슬쩍 한 컷트했다. 갯바람을 맞으며 가다보니 차귀도가 저만치 보였고 방파제에는 똥섬 가는 길 안내가 있었다. 오이도역으로 돌아가기 위해서 해파랑길을 벗어나 너른 차도로 가서 버스편을 기다렸지만 실패했다. 장촌이 콜택시를 불러서 타고 가는 도중에 기사로부터 똥섬의 유래와 배곧의 뜻을 알게 되었다. 수미산에서 철쭉 구경하고 오이도로 가서 먹고 마시고 바닷길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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