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팀 결산] '더 강해진 야구' 탬파베이 레이스 (tistory.com)
최근 5년간 승률
2016 - 0.420 (AL 동부 5위)
2017 - 0.494 (AL 동부 3위)
2018 - 0.556 (AL 동부 3위)
2019 - 0.593 (AL 동부 2위) *DS 패배
2020 - 0.667 (AL 동부 1위) *WS 패배
타선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우타자들을 물색. 필요한 우타자들을 보강하면서 짜임새를 갖췄다. 오프너로 마운드를 세밀하게 운영했던 탬파베이는 플래툰을 가동해 타선도 보다 정밀하게 다룰 것을 예고했다. 하지만 개막이 지연되면서 준비한 야구를 보여줄 수 없었다. 개막이 확정된 뒤에도 오스틴 메도스와 타일러 글래스나우 등이 코로나19에 감염되면서 차질이 생겼다.
시즌 초반은 숨고르기를 했다. 개막전을 패배하고 4연승을 달렸지만, 5연패로 주저앉았다(4승6패). 시즌 첫 더블헤더를 치른 8월9일까지 5할 승률 아래를 맴돌았다(7승8패). 탬파베이의 마지막 방황이었다. 예열을 끝낸 탬파베이는 망설임 없이 질주했다. 더블헤더 1차전 후 34승12패는 다저스(33승12패)를 넘어서는 최고 성적. 그사이 초반에 치고 나갔던 양키스는 제풀에 지쳐 쓰러졌다(23승23패).
탬파베이는 9월18일 포스트시즌 진출 매직넘버를 모두 지웠다. 브랜든 라우는 "포스트시즌에 올라가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고 말했다. 9월24일에는 지구 우승도 확정. 2008년과 2010년에 이은 세 번째 지구우승으로, 탬파베이는 정규시즌 남은 세 경기도 모두 승리했다. 60경기 40승은 162경기 시즌 기준 108승에 해당된다.
포스트시즌 첫 두 번의 시리즈는 같은 지구 팀을 상대했다. 와일드카드 시리즈에서 만난 토론토는 적수가 되지 않았다. 도합 11득점 3실점으로 2차전 만에 끝냈다. 양키스를 만난 디비전시리즈는 5차전까지 가는 승부를 펼쳤다. 팽팽하게 맞선 두 팀은 5차전도 한 점 차이로 희비가 엇갈렸다. 마침표를 찍은 선수는 경기 중반 대타로 나온 마이크 브로소였다. 브로소는 아롤디스 채프먼의 100.2마일 포심을 받아쳤다. 승자독식경기에서 교체 선수 홈런은 브로소가 7번째였다.
탬파베이는 휴스턴과 격돌한 챔피언십시리즈도 최종전까지 가야했다. 1,2,3차전을 승리할 때만 해도 여유롭게 올라가는 듯 했는데, 4,5,6차전을 모두 내주면서 분위기가 묘하게 흘러갔다. 다행히 7차전 찰리 모튼의 노련한 피칭으로 2004년 양키스가 당한 수모는 피했다. 탬파베이와 휴스턴은 7경기가 전부 석 점차 이내였다. 1,4,5차전은 한 점차, 2,7차전은 두 점차, 3,6차전은 석 점차로 매 경기 혈투였다.
창단 첫 우승에 마지막 관문이 남은 탬파베이는 대망의 월드시리즈에서 다저스와 맞붙었다. 양 리그 최강 팀이 장식한 월드시리즈는 다저스의 우세로 전망됐다. 그러나 탬파베이도 순순히 물러서진 않았다. 4차전까지 시리즈 전적은 2승2패로, 4차전은 9회말 투아웃 이후 뒤집은 역전승이었다. 아쉽게도 이 4차전이 올해 탬파베이의 마지막 승리였다. 탬파베이는 끝내 타선이 터지지 않으면서 5,6차전을 패배했다. 이 가운데 6차전 블레이크 스넬의 투수 교체는 격렬한 논쟁을 불러왔다.
good : 케빈 캐시 감독은 생애 첫 감독상을 수상한 자리에서 똑같은 상황이 오더라도 스넬을 내렸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신 다른 결과가 나오길 바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탬파베이는 이런 방식으로 승리 확률을 높여 정규시즌 40승과 포스트시즌 11승을 챙긴 팀이다. 올해 오프너 활용을 제한했지만, 선발투수의 경기당 평균 이닝은 4.3이닝에 불과했다(ML 26위).
탬파베이는 선발진이 맡은 이닝이 258이닝. 반면 불펜진은 269.2이닝을 소화했다. 선발 평균자책점이 3.77로 리그 3위였는데, 불펜 평균자책점은 3.37로 리그 2위였다. 특히 불펜이 합작한 팬그래프 승리기여도 3.6은 전체 1위였다(미네소타 3.6).
비록 마지막에 삐끗했지만, 닉 앤더슨은 시즌 내내 중용된 투수였다(19경기 0.55). 디에고 카스티요(22경기 1.66) 피트 페어뱅크스(27경기 2.70)가 승부처에서 팀을 구한 투수들. 애런 루프(24경기 2.52) 라이언 톰슨(25경기 4.44) 존 커티스(17경기 1.80) 애런 슬레거스(11경기 3.46) 등 물량도 풍부했다. 특정 투수에게 의존하지 않은 불펜은 각기 다른 12명이 세이브 하나씩을 추가했다. 앤더슨과 카스티요를 언제든지 내보낼 수 있었던 것은 자물쇠를 채우는 투수가 충분했기 때문이다.
탬파베이는 다양한 유형의 투수들이 조화를 이루면서 효과를 극대화했다. 단순하게 우완/좌완, 파워/기교파 투수들의 구분이 아니었다. 공을 던지는 릴리스 포인트가 천차만별이었다. 정통파를 비롯해 우완 스리쿼터 커티스, 우완 사이드암 톰슨, 좌완 사이드암 루프는 각양각색의 릴리스 포인트를 가지고 있었다. 이 사실에 주목한 마이크 페트리엘로(스탯캐스트)는 탬파베이는 릴리스 포인트가 6인치(15.24cm) 이내로 겹치는 투수가 가장 적은 팀이라고 밝혔다. 마치 천수관음상을 보는 듯 했던 화려한 릴리스 포인트 분포는 올해 탬파베이의 히트작 중 하나였다.
탬파베이는 규정이닝을 충족한 투수가 없었다. 글래스나우가 팀 내 최다이닝 1위였다(5승1패 4.08). 57.1이닝을 던진 글래스나우는 탈삼진이 무려 91개. 9이닝당 탈삼진 14.28개는 셰인 비버(14.20개)를 능가한다. 메이저리그 역대 단일 시즌 1위 기록(10선발). 포심(60.6%)과 커브(34.8%)만으로 타자들을 폭격했던 글래스나우는 캐시로부터 "가장 강력한 투 피치 투수"라는 찬사를 받았다.
탬파베이는 디펜시브런세이브(DRS) 리그 2위, 전체 5위(24). 종종 2루수 라우를 우측 뒤로 이동시켜 4인 외야진을 선보였는데, 디비전시리즈 3차전 카일 히가시오카의 좌중간 장타성 타구를 막아냈다. 시프트를 무작정 가동하지는 않았다. 좌타자 상대 시프트 비중이 38%로 4번째로 적었다. 하지만 wOBA는 3번째로 낮았을 정도로(0.265) 그만큼 적중률이 높았다. 한편 수비요정 케빈 키어마이어는 DRS +10을 기록해 외야수 전체 3위에 올랐다(갈로 12, 벅스턴 11, 베츠 10).
2019년 신인왕 3위(.270 .336 .514)였던 라우는 올해 MVP 8위에 선정(.269 .362 .554). 당당히 리그 정상급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승리기여도 2.3은 리그 6위, 조정득점생산력 150은 리그 8위. 내외야를 가리지 않고 누비는 라우는 과거 벤 조브리스트를 연상시킨다. 지독한 10월 부진(.103 .176 .279)을 겪었지만, 월드시리즈에서 홈런 3개를 날리는 등 헤어나오는 모습도 보여줬다.
매일 다른 라인업을 들고 나온 탬파베이는 9월12일 보스턴전에서 선발 라인업을 좌타자로만 채웠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초의 일. 이 경기에서 탬파베이는 보스턴을 11대1로 대파했다.
bad : 그럼에도 불구하고 플래툰은 계획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지난 겨울에 데려온 헌터 렌프로(.156 .252 .393) 마누엘 마고(.269 .327 .352) 호세 마르티네스(.239 .329 .388)로 우타자 갈증을 해소하기는 부족했다. 와일드카드 시리즈 2차전에서 류현진을 상대로 탬파베이 포스트시즌 첫 만루홈런을 터뜨린 렌프로는 시즌이 끝나자마자 방출됐다. 탬파베이는 공들여서 데려온 쓰쓰고도 첫 시즌 매우 고전했다(.197 .314 .395 8홈런).
최다볼넷 리그 2위(243개)인 탬파베이는 팀 출루율 리그 4위였다(0.328). 그런데 타자들이 전반적으로 정확성과 거리가 멀었다. 팀 타율 0.238는 리그 11위. 스트라이크존 콘택트 비율이 전체 최하위(77.1%)였는데, 헛스윙률 30%가 넘는 세 팀 중 하나였다(밀워키 30.3% 탬파베이 30.1% 디트로이트 30%). 삼진도 608개로 가장 많았고(밀워키 582개) 이 약점이 포스트시즌에서도 발목을 잡았다. 탬파베이가 포스트시즌에서 당한 220삼진은 단일 시즌 기록이다(2018년 다저스 173개).
마이크 주니노(.147 .238 .360)와 마이클 페레스(.167 .237 .238)는 공격력만 따지면 최악의 포수 조합. 주니노는 왼 옆구리 부상으로 28경기 출장에 그쳤다. 완전히 미련을 접은 탬파베이는 내년 시즌 주니노의 옵션(450만)을 거절했다.
올해 탬파베이는 부상병동이었다. 요니 치리노스와 제일런 빅스, 콜린 포세는 토미존 수술을 받았다. 채즈 로와 앤드류 키트리지도 팔꿈치 통증을 호소했다. 투타 겸업 선수로 지난해 데뷔한 브렌던 맥케이도 어깨 수술로 이탈했다.
뒤늦게 합류한 메도스는 코로나19 여파가 있었다(.205 .296 .371). 얀디 디아스(.307 .428 .386)와 최지만(.230 .331 .410)은 나란히 햄스트링 부상에 신음했다. 최지만은 시즌 초반 스위치히터로 변신해 눈길을 모았다. 좌완 앤서니 케이에게 홈런을 뽑아내기도 했지만, 이 기세를 이어가지 못했고 타격감만 흔들렸다.
창단 첫 우승이 좌절된 탬파베이는 모튼에게 걸린 내년 시즌 옵션(1500만)도 행사하지 않았다. 올해 어깨가 좋지 않았던 모튼은 구속이 떨어지는 등 성적이 예전 같지 않았다(2승2패 4.74). 코로나19 때문에 주머니 사정이 더 어려워진 탬파베이는 1선발 스넬마저 트레이드 시장에 내놓았다는 소문. 내년 시즌 연봉이 1050만 달러인 스넬은 올 시즌 4승2패 3.24(50이닝)를 기록했다. 올해는 FA 시장에 확실한 투수가 트레버 바우어 뿐이기 때문에 스넬을 넘길 수 있는 적기는 맞다.
설령 주축 선수들이 떠난다고 해도 탬파베이는 자신이 있다. 지난 9월 발표한 팜 랭킹에서 베이스볼아메리카와 mlb파이프라인 모두 1위를 차지했다.
차원이 다른 유망주 완더 프랑코(19)는 부동의 전체 1위. 윈터리그에서 당한 이두근 부상은 걱정할 정도는 아니다. 올해 드래프트 1라운드에서 뽑은 우완 닉 비츠코와 유격수 앨리카 윌리엄스도 우수한 자원이라는 평가(비츠코는 오른쪽 어깨 수술을 받았다). 당장 팀 전력을 높일 수 있는 선수들도 보이는데, 베이스볼아메리카 기준 내년 시즌 탬파베이 2위 유망주는 바로 랜디 아로사레나다. 이미 포스트시즌 역사를 쓴 아로사레나는 정규시즌&포스트시즌 도합 43경기 성적이 .333 .414 .738 17홈런이다. OPS 1.151은 정규시즌 전체 2위에 해당(후안 소토 1.185). 다만 아로사레나는 가정 폭력 문제를 일으켜 사무국 징계가 떨어질 수도 있다.
선수 개인보다 전체가 가진 힘이 돋보이는 팀. 탬파베이의 도전은 내년에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자신들만의 독창적인 야구로 우승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그리고 탬파베이의 우승은 더 이상 기적 같은 일이 아니다.
기사제공 이창섭 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