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리동물원 중, 톰" - 테네시윌리엄즈
난 아편굴로 가겠어요. 정말에요. 아편굴에요. 흉악한 범죄자들의 소굴이죠. 난 호오건 깽단에 가입했어요. 난 돈을 받고 사람을 죽이는 자객얘요. 바이올린 케이스 안에 기관단총을 넣어가지고 다니죠. '밸리'에 삼등여관도 경영하고 있어요. 모두들 날 살인마 윙피일드라고 부르죠. 내 생활은 이중 생활에요. 낮에는 순하고 정직한 점원이 되고 저녁이면 신나는 뒷골목 왕자가 된단 말에요. 도박장에도 가죠. 루울려을 돌려서 한몫 보기도 해요. 한쪽 눈에 안대를 처매기도 하고 코밑 수염을 붙이기도 하죠. 그뿐인가요. 푸른 구레나루를 달 때도 있죠. 그럴 땐 날 뭐라고 부르는 줄 아세요- 엘디아불로오! 무시무시한 얘기를 더들려드릴가요. 날 미워하는 놈들이 여길 폭발할 계획을 하고 있어요. 어느날 밤이고 그놈들이 우리를 공중으로 날려 보낼테죠. 그렇게 된다면 참 좋겠어요. 얼마나 좋아! 어머니도 기쁘실걸요. 빗자루를 타고 한없이 올라가 보시죠. 불루우.마운틴까지, 열일곱명이나
신사들이 찾아왔다면서요. 어디서 못 생기고- 지꺼려대는 늙은- 무당같으니-----
"유리동물원 중, 톰" - 테네시윌리엄즈
난 달나라로 간 것은 아니었읍니다. 더 먼 곳으로 갔죠- 시간이란 제일 긴 거리니까요. 그 뒤 얼마 안가서 구두상자 뚜껑에 시를 썼다고 해서 나는 딱지를 맞었읍니다. 난 쓴트.루이쓰를 떠났읍니다. 이 비상구 층계를 마지막으로 내려가서 아버지의 발자취를 따라갔읍니다. 잃어버렸던 것을 직접 찾아보고 싶었던 것이죠. 나는 여기저기 돌아다녔읍니다. 도시라는 도시는 낙엽과 같이 내 옆을 스치고 지나갔죠. 그렇습니다. 한 때 산듯한 빛을 내다가 가지에서 떨어져버리는 잎사귀들이었읍니다. 그만 두고도 싶었지만 뭣인가가 나를 가만이 있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었읍니다. 늘 뜻하지 않는 신기한 일들이 일어나곤 했죠. 아마 그것은 귀익은 음악과 투명한 글라스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나는 저녁이면 낯서른 도시의 거리를 거닐다가 사람을 사귀었죠. 향수냄새가 풍기는 상점 전등불이 휘황한 창앞을 지나가기도 했죠. 창마다 가지각색 빛갈의 유리 물건들이 가득 진렬되어 있었읍니다. 흡사히 산사니 부서진 무지개와도 같이 오묘한 빛을 내는 조그만 병들- 그러자 갑자기 로오라가 어깨를 칩니다. 나는 돌아서서 그 눈을 들여다 보는 것입니다---- 아 로오라! 로오라! 난 누나 몰래 달아나오고 싶었오. 그러나 날 나쁜 놈으로만 생각지 마오. 담배를 피어물고
길을 건느고 극장이나 빠아로 뛰어 들어가고 술을 마시고 옆의 낯설은 친구에게 말을 걸고- 그 촛불을 꺼버려요! (로오라 촛불 위에 몸을 굽힌다.) -어제도 오늘도 세상은 번갯불로 비치고 있는 것이오.
로오라 촛불을 꺼요- 그럼 안녕히----
유리동물원(테네시 윌리엄즈 作) - 톰
난 어떨거라고 생각하세요. 참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세요. 그렇겠죠. 그러실꺼예요. 어머닌 내가 하고 있는 일, 내가 하고 싶어하는 일따위엔 관심도 없으니까요. 어머닌 중요하게 생각하실 지 모르겠지만 난 내가 하는 일이 맘에 들지 않아요. 어머닌 내가 그놈의 창고에 환장한 줄 아세요? 내가 그 양화점을 좋아하는 줄 아세요? 어머닌 내가 거기서 평생을 살거라고 생각하세요? 베니다판고 형광등만이 달린 그 창고속에서. 제 말 좀 들으세요. 난 아침마다 그곳으로 출근하는게 넌덜머리가 나요. 차라리 누군가 쇠망치로 내 골통을 박살내주면 속이 후련하겠어요. 하지만 난 출근을 하죠. 매일 아침 어머니가 내방에 와서 '일어나서 세수해라. 일어나서 세수해' 소리칠 때마다 난 혼자속으로 '죽은 사람은 얼마나 행복할까'라고 말해요. 그렇지만 난 자리에서 일어나 출근을 합니다. 한달에 65달러를 벌기 위해서 내가 원하는 모든 꿈들을 포기하면서. 그런데도 어머닌 내가 나 자신밖에 모르는 애라구요. 저 좀 보세요. 나 자신만을 생각한다면 난 벌써 아버지가 게신곳에 가있을거예요. 닥치는 대로 아무거나 잡아 타고 말이에요. 이젠 절 붙잡지 마세요
유리동물원 '짐' -테네시 윌리암스-
(불쑥) 난 로오라양의 괴로움을 잘알고 있어요. 그건 일종의 열등감이에요! 열등감이 뭔지 아세요? 자기 자신을 업신 여기는 걸 열등감이라고 하죠. 난 열등감을 이해해요. 나 역시 열등감에 휘말린 적이 잇거든요. 물론 내 경우는 로오라양의 경우처럼 심각진 않았지만요. 그런데 내 열등감을 이겨낸 건 대중연설 공부 덕택이 컸답니다. 목소리 훈련도 했죠. 그러다가 난 과학에 소질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죠. 그전까지만 해도 아무짝에도 쓸 수 없는 인간이라고 생각했답니다! 결코 정규 과학교육을 받진 않았지만 내 친구말이 의학을 전공한 의사보다 내가 사람을 더 잘 분석한다는 거예요. 그 친구 말이 꼭 맞는다고 말할 순 없지만 어느정도 사람의 심리를 꿰뚫을 수 있어요! (입에서 껌을 꺼낸다) 미안해요. 로오라. 향기가 없어지면 언제나 껌을 뱉는답니다. 이 종이족지에다 싸 두도록 하죠. 구두에 달라 붙으면 곤란하니까요. (그는 껌을 종이에싸서 주머니속에 넣는다) 아무튼 로오라양의 그것이 당신의 가장 큰 문제예요. 자신에 대한 확신이 없는 거에요. 자신에 대한 신념이 없다 이 말입니다. 당신이 하는 말을 보아도 내 관찰이 조금도 어긋나지 않거든요. 말하자면 발자국 소리도 그랬죠. 좀 발소리가 나는게 뭐 그리 큰 문젭니까. 교실에 들어가는게 두려웠다고 했죠? 그래서 결국 어떻게 된지 아세요? 당신은 학교를 그만 두었죠. 발자국 소리 때문에 교육을 포기했어요. 귀를 재고 들어야 들릴 그 발자국소리 때문에 말입니다! 거의 눈에 뜨이지 않는 대수롭지 않은 신체적 결함을 가직 공연히 쓸데 없는 망상에 얽매여 자기자신을 볶아댄데 불과해요! 내가 당신한테 강력히 충고하고 싶은 게 뭔지 아세요? 자신을 낮게 보지말란 말입니다. 어떤 점에서 남보다 뛰어났다고 생각하세요!
"유리동물원 중, 아만다" - 테네시윌리엄즈
거 무슨 철딱서니 없는 소리냐? 왜 그딴 말을 또 입에 담지? 넌 불구자가 아니래두. 좀 어색할 뿐이지 뭐- 그것도 얼핏 봐서는 눈에 뜨이지도 않아! 사람이란 그런 약점이 있으면 있을수록 그것을 메꾸기위해 다른 면에 머리를 써야 되는 법이란다. 뭐니뭐니해도 매력이 장땡이란다. 그저 명랑 쾌활하고- 매력만 있으면 돼! 네 할 일은 매력에 깊은 관심을 두는 거다! (그녀는 다시 사진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네 아빠한테 단 한가지 자랑이 있었다면 그건 매력이었단다!
.. "유리동물원 중, 아만다" - 테네시윌리암스
(절망적으로 커다란 핸드백을 매만지며) 그럼 앞으로 어떡할 셈이지? 집안에 처박혀 지나가는 행렬이나 구경할래? 유리동물원이나 즐기고? 자나 깨나 그 낡아빠진 축음기나 트니 말이다, 네 아빤 왜 저런 걸 남겨둬서 내 복장을 뒤집어 놓는지 모르겠다! 그렇게 청승을 부리니 직업을 가져보기는 싹수가 노랗다 노래- 이거야 원 먹기전에 체한 격이니! (힘없이 웃는다) 이젠 변변한 직업 하나 얻지못한 미혼녀의 신세를 난 너무나 잘안다. 남부에서 살 때 그런 비참한 꼴을 보아왔어- 여동생의 남편이나 올케한테 찬밥을 얻어먹고 사는 코딱지만한 방에 처박혀서- 어쩌다가 친척이나 방문하고- 평생동안 눈치밥이나 얻어 먹고 사는- 둥지없는 새와 같은 여자이 신세 말이야! 그것이 우리가 꿈꿨던 미래상 (未來像) 이란 말이냐? 장담하지만 그렇게 밖에 안될 걸로 보지 않아도 뻔하다! (그녀가 잠시 멈춘다) 그렇게 돼야만 넌 직성이 풀리겠구나. 안 그래? (그녀가 다시 잠시 멈춘다) 그야- 시집가는 처녀들도 있지만. (로오라는 신겨질적으로 두 손을 꼰다) 넌 좋아하는 남자도 없니?
유리동물원 '로오라' -테네시 위리암스-
폐렴에 걸렸던 때 일이죠. 결석했다가 다시 학교에 나갔더니 무슨 일이 있었느냐고 묻더군요. 난 폐렴이라고 말했죠. 헌데 내 안색이 창백해 보인다구하여 날 푸른 장미 아가씨라고 하지않겠어요. 그리고 그뒤부턴 줄곧 날 그렇게 부르지 않겠어요. 날 만날 때마다 이렇게 소리쳤죠. 「안녕? 푸른 장미!」 어울려 다니는 여학생이 있었지만 난 무관심 했거든요. 에밀리 마이젠 바하라는 애였죠. 에밀리는 우리 학교에서 옷을 가장 잘 입는 애였어요. 에밀리도 날 대수롭게 생각하진 않았죠--- 인사 소식란을 보니까- 약혼했더군요. 6년전 일이죠! 아마 지금즘은 결혼을 했을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