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성탄 대축일 밤미사 (가해)
찬미예수님! 형제자매 여러분,
오늘은 주님의 성탄절입니다. 아기 예수님의 탄생하심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구세주 아기 예수님의 은총을 많이 받으시기 바랍니다. 요한 크리소스토무스는 예수님의 탄생에는 주님공현 대축일, 부활 대축일과 승천 대축일, 성령강림 대축일 등 보편 교회가 기념하는 모든 대축일의 근거가 들어 있다고 이렇게 설명합니다.
성탄 대축일은 모든 축일 가운데 가장 거룩하고 놀라운 축일이며, 모든 축일의 머리요 어머니입니다. … 그리스도께서 몸으로 태어나지 않으셨다면, 세례를 받지 않으셨을 것입니다. 그리스도께서 태어나지 않으셨다면, 하느님께서 당신을 드러내지도 않으셨을 것입니다. 또한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시고 부활하시는 파스카의 신비를 보여 주지도 않으셨을 것입니다. 그리고 오순절에 성령강림도 없었을 것입니다. 달리 말하면, 오순절에 성령을 내려 보내지도 않으셨을 것입니다. 한 근원에서 여러 강물이 시작되듯이, 그리스도의 탄생에서 이 모든 축일이 비롯됩니다(요한 크리소스토무스, 『하느님의 이해할 수 없는 본성』, 6,23-24).
암브로시우스는 구세주께서 우리를 구원하시기 위해 보잘것없는 아이가 되셨다고 이렇게 말합니다.
그분은 젖먹이 어린아이셨습니다. 덕분에 여러분이 온전한 어른으로 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분께서 포대기에 싸이셨기 때문에, 여러분이 죽음의 덫에서 풀려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시편 18,4 이하 참조). 그분께서 구유에 누워계셨기 때문에, 여러분이 제단에 오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분께서 인간이 되어 오시어 땅에 계셨기 때문에, 여러분이 별들 가운데 있게 되었습니다. 여관에 그분이 드실 자리가 없었기 때문에, 여러분이 하늘에 많은 거처를 가지게 된 것입니다(참조: 요한 14,2; 에페 2,6). “그분께서는 부유하시면서도 여러분을 위하여 가난하게 되시어, 여러분이 그분의 가난으로 부유하게 되도록 하셨습니다”(2코린 8,9). …(암브로시우스 『루카 복음 해설』 2,41-42).
히에로니무스는 아기 예수님의 탄생이 얼마나 신비롭고 인간의 상상을 뛰어 넘는 것인지를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주님께서 땅에 태어나시는데, 태어나실 오두막 한 칸 없었습니다. 여관에 그분이 드실 방이 없었습니다. 사람은 저마다 자기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는데, 태어나실 주님께서는 이 땅에 당신의 자리가 없었습니다. 그분은 사람들 가운데서 방을 구하지 못하셨습니다. … 짐 싣는 거친 짐승들의 마구간에서, 순박하고 단순한 사람들 가운데에서 당신의 자리를 찾으셨습니다. 그래서 주님께서는 복음서에서 “여우들도 굴이 있고 하늘의 새들도 보금자리가 있지만, 사람의 아들은 머리를 기댈 곳조차 없다”(루카 9,58)고 말씀하십니다(히에로니무스 『시편 강해집』 44).
형제자매 여러분,
구세주 탄생하심을 경축하는 이 밤, 우리 모두 아기 예수님의 가난을 본받도록 합시다. 아멘.
그리스도의 가난에 대한 교부들의 가르침
그리스도께서 사람이 되신 것은 인간의 인성을 하느님의 신성으로 데려가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러므로 그리스도께서 가난하게 되신 것이 그분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인간을 위해서였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그리스도를 닮아 가난하게 산다면, 그것은 우리 자신의 유익을 위한 것입니다.<암브로시아스테르『바오로의 열세 서간 주해』(코린토 2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