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0.6.21
정부, 모태펀드 조성해 투자… 기업도 관련 M&A 활발해… 펀드 수익률도 차츰 회복세
농업이 투자대상으로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정부는 농식품 투자 펀드를 만들어 새롭게 성장하는 농업 기업에 투자하고, 이를 통해 세계적인 농업 회사를 만들 것을 구상하고 있다.
기업들과 투자 펀드들은 일반 제조업보다 부가가치가 크고 '녹색투자'란 타이틀을 얻을 수 있는 농업기업에 주목하고 있다.
-
일반 투자자 입장에서는 그동안 부진했던 농산물 펀드 수익률이 회복되고 있다. 경기가 회복되면 농산물 가격이 오를 것이란 기대감도 있다.
◆정부: 모태펀드 조성으로 세계적 농업회사 일군다
농림수산식품부는 현재 600억원 규모의 농식품투자 모태펀드(Fund of Funds) 운용사 선정작업에 한창이다. 빠르면 이번 주 중 펀드 운용사를 선정할 계획이다. 농림수산식품부는 모태펀드를 통해 우리나라에도 하인즈, 델몬트 등 세계적인 농업회사가 나오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 "더 이상 농업이 땅에 씨앗을 뿌리고 길러 수확해 판매하는 산업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며 "외식업·종자산업·식품가공업 등 농업과 관련된 모든 분야에서 산업적으로 경쟁력 있는 회사가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 농업 관련기업 M&A 한창
기업은 더 적극적이다. 기업들은 사모펀드(PEF)를 조성하는 방식 등을 통해 직접 농업 관련기업을 인수·합병(M&A) 중이다. 계열사로 포함하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한식 프랜차이즈업체 '불고기브라더스'의 최대 주주중 한곳인 대상그룹 계열의 투자회사 UTC인베스트먼트가 대표적인 사례다. LIG투자증권은 최근 첨단농업 기업을 인수하기 위해 'LIG 마스터 스팩'을 결성했다. 스팩은 기업 인수·합병(M&A)만을 위해 세워진 회사다.
수익을 찾아 투자하는 투자회사들에도 농업기업은 매력적인 투자처다. 최근 삼성증권 등 국내 대형 증권사와 사모펀드(PEF), 벤처캐피털 3~4곳이 투자 경쟁을 벌였다. 천적(天敵) 등 친환경 농업 제품을 제조·판매하는 코스닥상장사 세실의 자회사 세이프슈어에 투자하기 위해서였다. 세이프슈어는 첨단 유리온실 건설을 통해 연 150억원 규모의 토마토를 재배해 일본, 싱가포르 등에 수출할 계획이다. 투자를 검토했던 한 관계자는 "일반 제조업보다 부가가치가 크다"고 평가했다.
◆일반투자자: 농산물펀드 수익률 다시 시동
본지가 21일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의뢰해 분석한 결과로는 지난달부터 국내 농산물펀드의 수익률이 차츰 회복되고 있다.
남유럽 재정위기가 불거지고 나서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장기화하면 농산물 가격도 내려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며 농산물 펀드의 수익률도 따라서 하락했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가 반전됐다. 농산물 가격보다 앞서 오르는 경향이 있는 원유 등 천연자원 가격이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농산물 가격이 이미 내려갈 만큼 내려갔다는 의견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서부텍사스원유(WTI)·두바이유 등 주요 원유 가격은 1년 전보다 각각 8.41%, 7.18% 올랐다. 3개월 전만 해도 하락세를 보이던 귀리·커피 등의 농산물 가격도 최근 한 주 사이 15.86%, 10.56% 올랐다.
농산물 가격의 상승은 펀드의 수익률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 한 주간 국내 농산물펀드 15개 중 13개 펀드가 수익을 냈다.
에프앤가이드 김희망 연구원은 "금은 경기가 불안할 때 가격이 오르고 천연자원은 경기가 회복되면서 오르는 경향이 있다"며 "경기가 불안한 상태에서 금 가격이 많이 올랐고 최근엔 원유 등 천연자원 값이 상승하는 추세다"고 설명했다. 다만 농산물 펀드의 경우 가격 등락이 극심한 일이 많아 자산의 너무 큰 비율을 투자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는 견해가 일반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