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미예수님! 형제자매 여러분,
오늘은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축일입니다. 오늘 성가정 축일을 지내면서 그리고 2023년 한 해를 마무리 짓는 마지막 날에 지난 1년을 되돌아보면서, 무엇보다도 먼저 우리는 우리의 가정이 얼마나 용서와 사랑의 공동체다운 모습을 갖추어 왔는지 반성해볼 시간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가장으로서, 남편으로, 아내로서, 아버지로서, 어머니로서, 자녀로서 내 자신이 우리 가정의 분위기를 밝고 화목하게 하기 위해 얼마나 힘써 왔는지 돌이켜보아야 하겠습니다.
바로 가까이에 사는 두 가정이 있었습니다. 한 가정은 시부모님을 모시고 사는 대가족이었습니다. 다른 가정은 젊은 부부만 사는 가정이었습니다. 시부모님을 모시고 사는 가정은 항상 웃음꽃이 피는 화목한 가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젊은 부부만 사는 가정은 사흘이 멀다고 부부싸움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차에 하루는, 젊은 부부만 사는 가정의 남편이 이웃집의 화목한 가족들의 모습을 보고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왜 우리는 둘만 사는데도 매일 싸우는데, 여러 명이 함께 모여 사는데 저 집은 왜 저토록 화목할까?” 그래서 그 집 가장은 어느 날 소주 한 병을 사들고 이웃집 가장을 찾아가, 술을 한잔 권하며 그 이유를 물었습니다.
“우리 부부는 단 둘이 사는데도 매일 싸웁니다. 그런데 형씨네 가정은 대가족인데도 웃음꽃이 떠날 줄 모르니, 그렇게 화목하게 지내시는 비결이 있으면 말씀 좀 해주십시오!”
화목한 가정이 되기 위한 비결을 묻는 옆집 가장의 부탁에 화목하게 사는 집안의 가장이 하는 대답이 걸작이었습니다.
“죄송한 말씀입니다만,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그것은 당신네 두 분은 모두 아주 훌륭하시고, 우리 가족은 하나같이 모두 바보들이기 때문이죠.”
젊은 가장은 도무지 그 말에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다시 물었습니다. “아니 그 말씀이 무슨 뜻입니까?” 이웃 집 가장은 자기 가정의 화목한 비결을 자상히 알려 주었습니다.
“오늘 아침에 있었던 일입니다. 내가 출근하기 위하여 옷을 입고 넥타이를 매고 거울 있는 곳으로 가다가 그만 물그릇을 발로 차서 물을 엎질렀습니다. 그때 나는 아내에게 용서를 청했습니다. ‘나의 부주의로 물을 엎질러 미안하오!’ 그랬더니 제 아내는 도리어 저한테 용서를 청하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니어요, 제가 머리가 모자라 그만 물그릇을 그곳에 놓아두었으니 제 잘못이지요.’
그런데 그 옆에 계시던 저희 어머님도 며느리한테 질세라 한 말씀 거드셨습니다. ‘아니다. 나잇살이나 먹은 내가 그것을 보고도 물그릇을 그대로 두었으니, 내가 바보다.’ 이렇게 서로가 서로를 위해 바보가 되려고 하니, 싸움을 하려고 해도 싸울 수가 없습니다.”
이 가정은 미사 때에 우리 모두가 바치는 기도, “제 탓이요, 제 탓이요, 저의 큰 탓이옵니다”를 철저히 실천하는 가족이었습니다. 그러니 화목한 가정이 안 될 수가 없었습니다. 오늘 2독서에서 사도 바오로는 콜로사이인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화목한 가정이 되는 비결은 순종과 사랑이라고 다음과 같이 알려줍니다.
“아내 여러분, 남편에게 순종하십시오. 주님 안에 사는 사람은 마땅히 그래야 합니다. 남편 여러분, 아내를 사랑하십시오. 그리고 아내를 모질게 대하지 마십시오. 자녀 여러분, 무슨 일에서나 부모에게 순종하십시오. 이것이 주님 마음에 드는 일입니다.”(콜로 3,18-20)
형제자매 여러분,
오늘이 2023년 마지막 날입니다.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또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면서 우리 모두가 자신에게 반성하고 성찰하면서 물어봐야 할 것입니다. ‘나는 가장으로서, 남편으로 그리고 아버지로서 할 본분을 다 했는가?’ ‘나는 아내요 어머니로서 역할을 성실히 수행했는가?’ ‘나는 자녀로서 부모님에게 해야 할 도리를 충실히 다 했는가?’
단 10분이라도 시간을 내어 성찰하고 반성할 시간을 가지십시오. 밝아오는 새해에는 우리 가정에 참으로 용서와 사랑의 주님을 모실 수 있도록 미사 중에 간절히 기도합시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