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터나 예고편을 보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다! 이건 꼭 봐야지." 하는 게 있습니다.
'웨이백' 이 그렇습니다.
2차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0년 시베리아 강제노동수용소를 탈출한 이야기라는 것,
그게 또 실화라는 것이 가장 큰 매력으로 다가왔지요.
영화를 선택하기 전에 영화평을 검색하곤 하는데, 영화평이 그렇게 좋지는 않습니다.
지루하다, 감동이 없다, 내쇼널지오그래픽을 보는 것 같다, 배우도 힘들고 감독도 힘들었겠다 등등...
그러니까 살짝 고민이 되더군요.
이거, 시간도 버리고 돈도 버리고, 시력도 버리는 것 아냐....
하지만....
선택했습니다.
자유를 찾아 그 멀고 험한 길, 6500km를, 그것도 걸어서 탈출한 사람들 이야기라면
그것 자체로도 감동이고, 힘이 되고, 에너지가 될 것이기 때문이었죠.
그들은 시베리아의 수용소에서 바이칼 호수와 몽골의 고비사막을 거쳐, 인도에 이르는 긴 여정을 선택합니다. 물론 여러가지 위험 요소가 도사리고 있었죠. 영하 40도를 넘나드는 추위, 목이 타들어가는 사막의 폭염, 배고픔 등 그리고 발각될 지 모른다는 두려움....
시베리아 수용소에 끌려온 사람들은 그 종류도 각색입니다.
흉악한 범죄자에서부터, 정치범이라는 미명하에 끌려온 각 나라 사람들....
탈주를 감행한 사람들 중, 대장 격인 야누스(짐 스터지스)는 억울하게 끌려온 폴란드이었습니다.
그가 꼭 돌아가야 하는 이유...
고문에 못 이겨 자신을 고발한 아내가 평생을 죄인으로 살아갈 것이므로 꼭 돌아가 그녀를 용서해야겠다고 하지요.
미국인인 스미스는 살아갈 이유가 없다고, 삶이 곧 형벌이라고 하지요.
자신의 아들이 고문에 못이겨 아버지를 고발하고, 그리고나서 아버지가 보는 앞에서 아들이 총살 당하는 것을 보았는데 살아야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었지요.
그러나 그들은 살아남습니다. 7명 중, 4명만....
스미스는 중국으로 넘어가고, 나머지 3명은 인도로 넘어가는데 성공하지요.
영화는 각 인물들의 성격이나 행동 등이 세밀하게 묘사되지는 않았어요.
그러므로 독특한 캐릭터도 없고, 다양한 에피소드도 없지요.
그래서 어쩌면 영화를 보는 내내 지루할 수도 있겠어요.
하지만 숨막히는 자연의 풍광, 아름다우면서 또한 잔인하기도 한 자연의 풍광을 조용히 보여주고 있지요.
하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우리가 잘 모르고 지나치는 역사가 얼마나 많은가...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시베리아로 끌려가서, 개보다 못한 삶을 살았구나.
그 중에서 자유를 열망한 사람들이 목숨을 걸고, 그 힘든 탈출을 감행했구나...
인류의 역사는 그렇게 해서....또다시 흘러가고 있구나...
그런 것을 아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의 진가는 충분히 있다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