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할 돈이 없다…고금리·고물가에 순저축률 10년만에 최저>
고금리·고물가 국면이 장기화하자 가계 저축 여력이 약 10년 만에 낮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물가가 오른 만큼 가계 소비지출은 커지는데, 가계가 벌어들이는 돈은 이를 따라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빚을 낸 가계의 이자 부담이 커지자 저축 여력이 줄어든 영향도 있다.
21일 통계청·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가계순저축률은 4.0%로 전년(6.3%)보다 2.3%포인트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순저축률은 가계의 저축 성향을 나타내는 지표다. 세금 등을 제하고 개인이 처분할 수 있는 소득 가운데 소비·지출에 쓰고 남은 돈의 비중을 계산한다.
가계순저축률은 코로나19가 대유행이던 2020·2021년엔 각각 11.4%·9.1%로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정부의 현금성 지원금이 가계 소득에 더해진 반면, 여행·숙박 같은 대면서비스 소비는 줄어들면서 저축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2022년부터 물가는 오르는데 소득이 이를 따라잡지 못하면서 가계의 저축 여력이 급격하게 떨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소비자물가는 전년 대비 3.6%로 가파르게 올랐지만, 근로자 1인당 월평균 명목임금은 2.5% 오르는 데 그쳐 실질임금은 이를 따라잡지 못했다.
이자 비용이 늘어난 것도 저축 여력을 끌어내렸다. 지난해 1인 이상 가구의 월평균 이자 비용은 전년 대비 31.7% 급증했다.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가계부채가 늘어난 가운데 고금리 장기화 상황이 맞물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가계가 짊어진 빚의 규모를 의미하는 가계신용 잔액은 지난해 12월 말 기준 1886조4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18조8000억원 증가했다.
가계순저축률을 계산할 때 쓰는 가계소비(가계 최종소비+정부의 사회적 현물이전)와 가계소득(가계 순조정처분가능소득+가계가 납부한 연금부담금과 연금수취액의 차액) 지표를 봐도 차이가 드러난다. 가계소득 증가율은 2022년 5.4%, 2023년 2.6%로 크게 둔화한 반면 가계소비 증가율은 2022년 8.8%, 2023년 5%로 소득 증가율을 웃돌았다. 물가가 오른 만큼 소득이 따라 올라준다면 저축액을 줄이지 않아도 되겠지만, 소득 증가율이 다소 부진했던 것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실장은 “올해 성장률이 개선되는 건 반도체 수출 영향이 커 내수 회복세로 파급되는 데에는 시차가 더 있을 수밖에 없다”며 “회복에는 좀 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소생활비 124만인데…65세 이상, 연금 월평균 65만원 받는다>
65세 이상 연금 수급자가 받는 월평균 연금액이 2022년에 65만원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금 가입자가 한 달에 내는 보험료는 평균 31만8000원이었다.
통계청이 22일 발표한 ‘2022년 연금통계’를 보면, 지난 2022년 65세 이상 인구 중 연금 수급자는 818만2000명으로, 65세 이상 인구의 90.4%였다. 고령화가 진행되고 연금 제도가 점차 성숙하면서 연금 수급자와 수급률은 2016년 이후 계속 증가하고 있다.
월평균 연금 수급액은 65만원으로 전년(60만원)보다 5만원(8.3%) 증가했다. 평균적으로 전보다 많은 액수의 연금을 타고 있지만, 여전히 개인의 노후 최소 생활비 124만3000원(국민연금연구원)에는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연금 종류별로 보면 기초연금(616만8000명)의 월평균 수급액은 27만9000원이었다. 국민연금(435만3000명) 수급자는 월평균 41만3000원을 받았다.
남성 수급자의 월평균 연금액은 84만2000원, 여성은 48만6000원으로 약 1.7배의 성별 격차가 있었다. 여성이 출산·양육으로 연금 가입이 단절되며 상대적으로 남성보다 연금 보험료를 납부할 기회가 적었던 점 등이 영향을 미쳤다.
연금 가입자 비율은 15~59세 인구 중 80.2%로, 이들이 내는 연금보험료는 월평균 31만8000원(개인이 내는 금액과 직장‧국가가 내는 부담금을 더한 금액)이다. 통계청 김지은 행정통계과장은 “기존에 포함하지 않았던 보험사 연금 자료가 들어갔다”고 부연했다. 40대 가입자의 월평균 보험료가 36만1000원으로 가장 많았고, 18~29세의 보험료는 21만7000원으로 적었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며 연금을 받는 사람은 계속 증가한다. 이에 따라 정부는 오는 9월 연금 구조개혁 방안을 내놓기로 했다. 연령대별로 보험료 인상에 차등을 둬서 중년은 빠르게, 청년은 천천히 올리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정부는 연금 개혁안을 통해 국민연금 기금 고갈 시점을 기존에 예상됐던 2055년에서 30년 이상 늦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