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편. 繫辭傳 下.
제 2장. -----12 ☰ ☱ ☲ ☳ ☴ ☵ ☶ ☷
◎ 上古 結繩而治
상고 결승이치
後世聖人 易之以書契
후세성인 역지니서계
百官以治 萬民以察
백관이치 만민이찰
蓋取諸夬
개취제쾌
[풀이]
상고엔 노끈을 매서 다스리더니,
후세에 성인이 계약서로 바꾸어,
모듬 관원들이 이로 다스리니,
만민이 이로써 살피게 되었는데,
이는 '夬卦(쾌괘)에서 취하였다.
[해설]
䷪ (澤天夬,택천쾌).
이상의 말은, 인류가 처음에 거래를 할 때
약속 징표로 노끈을 묶는 표시로 契約(계약)을 했으나,
사람들이 시간이 흐르면서 약속을 어기는 자가 생겨나자
문자와 계약서가 나왔다는 것이다.
進齋(진재) 서씨[徐機,서기]가 이를 증언하는 말을 적은 대목이 공감을 준다.
"아주 옛날에는 사람이 순수하고 일이 간단하여,
크고 작은 일에 노끈을 묶어서 식별하더라도 또한 다스릴 수 있었으나,
후세에는 風俗(풍속)이 輕薄(경박)하고 野薄(야박)하며
날마다 속이는 일이 일어나서,
글과 문서를 만들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글은 문자이고 문서는 약속함이다."
말에 기억할 수 없는 것이 있으면 글로 식별하고,
일에 믿을 수 없는 것이 있으면 문서로 확인하였으니,
밝게 결단한다는 뜻이다.
대체로 '夬卦(쾌괘)'는 군자가 소인을 결단하는 卦(괘)이고,
글과 문서를 만든 것도 또한 소인의 거짓을 결단하고,
그 기만을 방비하는 것이겠다.
陸游(육유) 范成大(범성대) 尤袤(우무)와 함께
'南宋(남송) 4대 문장가''로 주자를 遁避(둔피)시킨 韓侂胄(한탁주)를 위한
'南園記(남원기)'를 지으라는 명을 거절한 盛齋(성재) 楊萬里(양만리)도 이렇게 설명했다.
"아! 아주 먼 옛날 백성이 처음 나올 때는,
오늘날과 같이 기물을 갖추고 기거를 편하게 하고 의복과 음식을 갖추지 않았다.
사람들이 굶주려도 사냥하고 고기 잡을 줄을 모르기 때문에,
성인이 이에 그물을 만들었으며,
사람들이 고기를 먹어도 쌀밥을 먹을줄을 모르기 때문에,
성인이 이에 쟁기와 보습을 만들었다.
사람들의 양식과 재화가 혹 남거나 혹 모자라도 치우침 때문에,
성인이 이에 시장을 열어 교역하게 헸으며,
사람들이 추워서 가죽옷을 입고 직물을 제조할 줄 모르기 때문에,
성인이 이에 의상을 만들었다.
사람들이 출입함에 내에 막히고 길이 끊기는 재앙을 당하기 때문에,
성인이 이에 배와 노를 만들었으며,
사람들이 짐을 져서 피곤하고 길이 멀어 발이 부르트기 때문에,
성인이 이에 수레와 고삐를 만들었다.
사람들이 도적 물리침을 염려하여도 막음을 게을리하기 때문에,
성인이 이에 문과 딱따기를 만들었으며,
사람들이 밭갈고 김맬 줄 알아도 찧어서 퍼낼 줄 모르기 때문에,
성인이 이에 절구공이와 절구를 만들었다.
사람들이 스스로를 지킴에 쓸 만한 것이 없어서 할퀴고 물림을 걱정하기 때문에,
성인이 이에 활과 화살을 만들었으며,
사람들이 동굴에서 지내면서 눅눅함으로 병이 들기 때문에,
성인이 이에 집을 만들엇다.
사람들이 죽어서 덩굴에 가려져 수축되기 때문에,
성인이 이에 널을 만들었다."
양만리는 또 "사람들이 노끈을 묶은 것에 막히어
서로 빌림이 없다고 속이기 때문에,
성인이 이에 글과 문서를 만들었다.
그러나 이는 성인이 사사로운 지혜가 아니라
위와 같은 13卦(괘)의 상에서 취한 뒤에 이루어진 것이며,
또한 한 성인이 해낸 것도 아니고 네 성인을 거친 뒤에 갖추어졌다.
대체로 사람들이 낳고 낳는 도리는 어려움이 이와 같고,
성인이 사람들을 낳고 낳은 것은 수고로움이 이와 같다.
그러므로, '만약 옛날에 성인이 없다면 인류는 오래전에 멸망했을 것이다
[古之無聖人人之類滅久矣,고지무성인인지류멸구의]'라고 하였다.
천도에 신명한 덕이 있고 인심에도 신명한 덕이 있으니,
易(역)이란 인도를 천도에 합하게 할 따름이다[人道使合乎天道,인도사합호천도].
易(역)이 아니면 象(상)을 나타낼 수 없다.
천지는 신명의 기틀이니[天地神明之機,천지신명지기],
괘를 만들고 상을 관찰하여[設卦觀象,설괘관상],
신명을 통하게 하여[以通神明,이통신명],
사람에게 정신을 다하여 변화를 알게 할 따름이다[使人窮神而知化,사인궁신이지화]."
西山(서산) 陳德秀(진덕수)도 다음과 같이 설했다.
"2장에 나열된 卦象(괘상)의 뜻은 모두 사물의 자연스러운 이치이다.
자연스러운 상이 있으면 자연스러운 이치가 있으니 사람이 함께 보는 것이다.
그러나 보통 사람은 그 상을 보아도 그 이치에 어둡고,
성인만이 이러한 상을 보면 곧 이러한 이치를 인지하고,
이러한 이치를 인지하면 곧 이러한 기물을 제작한 것이었다.
사람들은 모두 '만물을 갖추며 씀을 다하며[備物致用,비물치용],
기물을 만들어 내어[立成器,입성기],
이로써 천하의 이로움을 삼는 것이[以爲天下利,이위천하리] 바로
성인의 생각에서 나온 것이다[莫大乎聖人,막대호성인]' 하였으니,
성인도 이런 고유한 것을 따랐을 뿐임을 알지 못한다.
배우는 사람들이 참으로 마음을 비우고 천하의 사물을 체득할 수 있다면,
정밀한 뜻과 미묘한 도리가 나의 마음에 밝게 접촉하지 않음이 없을 것이며,
그런 뒤에야 참으로 道(도)와 器(기)가 서로 합하고 드러남과
미묘함이 사이가 없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