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行李倥傯四十年
짐 보따리 이리저리 사십년 바빴고 1)
而南而北路三千
남으로 북으로 길 따라 삼천리였네.
曾排日敢容無地
전엔 일본을 용서할 수가 없었는데 2)
奈與赤徒忍共天
어찌 공산당과 같은 하늘아래 사나? 3)
義欲一生從主國
일생 의를 원하고 주님나라 따르는데
身雖萬死願朝鮮
몸이 만 번 죽는다 해도 조선 원하네.
海上書聲猶不絶
바다위로 글 읽는 소리 멎지 않는데
茶山往事更茫然
정약용의 옛날일이 다시 아득하구나.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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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행리(行李): 여행 짐(luggage), 행장(行裝)인데, 여기서 시인은 자신의 지나간 40여년에 고향 상주에서 서울, 이북의 청진(淸津), 이남의 부산 가덕도까지 피란하는 이사다님을 의미한다.
2) 감용무지(敢容無地): 감히 용납할 수가 없다는 말.
3) 적도인공천(赤徒忍共天): 적도는 붉은 무리들인데 공산당을 말하고, 인공천은 불구대천(不俱戴天)과 같이 같은 하늘 아래서 용납하고 함께 살아갈 수 없다는 뜻.
4) 다산왕사(茶山往事): 다산은 정약용(丁若鏞/ 1762-1836)인데, 그의 지난 일은 무엇일까? 지금 시인이 가덕도의 피란살이라 남쪽으로 유배를 왔던 정약용의 학업과 목민(牧民)의 정신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