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스타코비치(Shostakovich) 「피아노 협주곡 제2번, F장조 작품102」 Concerto for Piano and Orchestra in F major,Op.102 |
■ 개설 이 곡은 1957년 작곡가가 51세에 쓴 곡으로 아들 막심 쇼스타코비치의 19세 생일을 맞아 작곡한 일종의 음악 선물이다. 막심이 모스크바 음악원에서 졸업을 기해 협주곡 2번의 협연 피아니스트로서 초연을 했고 곡은 수순대로 아들에게 헌정되었다. 작곡자는 아버지이만 실제로 곡의 ‘주인’은 아들인 셈이다. 쇼스타코비치는 피아노 협주곡 1, 2번 모두 녹음을 남겼는데 그가 얼마나 뛰어난 감각의 피아니스트였는지 알게 해주는 소중한 자료가 되고 있다. 협주곡 전곡은 안무가 케네스 맥밀란에 의해 ‘콘체르토’라는 발레로 재탄생하기도 했다. 1악장은 음악 애니메이션의 대명사 ‘판타지아’의 2000년 버전에 배경음악으로 선택되기도 했다. 이 곡은 언제나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곡이며, 고뇌하고 울분을 터뜨리는 쇼스타코비치의 모습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 판타지아(Fantasia) 2000 1940년 이후 두 번째로 1999년 미국 월트 디즈니 프로덕션이 제작한 아이맥스용 애니메이션 영화이다. 쇼스타코비치의 「피아노 협주곡 제2번」의 1악장은 헨델 부토가 감독한 「장난감 병정」이라는 ‘뮤지컬로 보는 동화’에 배경 음악으로 사용 되었다.
■ 곡 해설
▲ 1악장 Allegro(빠르게) 목관의 짧은 행진곡 풍의 도입에 곧 피아노가 활달한 제1주제를 연주한다. 피아노 협주곡 2번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많은 부분에 있어 오른손과 왼손이 옥타브 간격으로 동일한 악구를 연주하다는 점이다.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의 피아노 도입의 방식을 떠올리면 좋을 것이다. 마치 슈베르트의 4손을 위한 피아노 듀오 곡에서 퍼스트주자가 연주하는 스타일 같기도 하다. 피아노는 하농이나 바이엘 교본 입문 때가 아니고서는 기본적으로 오른손과 왼손이 다른 악구를 연주하는 악기이다. 그러나 쇼스타코비치는 낭만주의 피아노 협주곡의 과시욕을 배제하고 마치 2인3각 달리기처럼 오른손과 왼손을 하나의 악구로 묶었다. 피아노를 단선율 악기처럼 취급하고 있는 것이다.
피아노는 로시니 <윌리엄 텔’> 서곡의 기마 부분을 연상케 하는 리드미컬한 악구를 연주하다가도 서정적이고 부드러운 단조의 멜로디를 노래하기도 한다. 소나타 형식의 발전부에 해당하는 부분은 일종의 침공이다. 꼬마병정에게 빌런(villain, 악당)의 악행이 들이닥치는 것처럼 들린다. 일촉즉발의 위기 속에서 드디어 꼬마병정이 빌런을 물리치는 듯 한 승리의 개가가 울려 퍼진다. 이 부분만큼은 피아노가 빠른 분산화음을 연주하는 전형적인 낭만파 피아니즘을 보여준다. 곡은 결국 시작하던 행진곡 분위기 그대로 유쾌하게 끝맺는다. 이 곡은 음악 애니메이션 ‘판타지아 2000’에도 삽입되어 영화 팬들에게도 친숙한 곡이다.
▲ 2악장 Andante(걸음거리의 속도로 느리게) 쇼스타코비치가 만든 피아노 레퍼터리 중에서도 가장 아련하고 감성적인 곡이다. 현악의 멜랑콜리한 도입에 이끌려 피아노가 투명한 음률로 기품 있게 등장한다. 마치 베토벤 <월광 소나타> 1악장이나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 2악장 중간부분처럼 3잇단음표의 유려한 흐름으로 전개된다. 조금 더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면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1번 2악장의 분위기도 감지된다. 1악장이 장난치는 아들 막심을 묘사한 것이라면 2악장에서 느껴지는 정서는 산전수전 다 겪은 아버지의 회상 그리고 인생의 덧없음이다. 쇼스타코비치 스스로 2번은 ‘가볍고 진지하지 않은 작품’으로 언급했지만 2악장만큼은 예외이다.
▲ 3악장 Allegro(빠르게) 전악장에서 쉼 없이 연결되는데 아이들의 현기증 나는 놀이판처럼 느껴진다. 피아노는 1악장의 ‘2인 3각 달리기’를 연상시키듯 양손이 옥타브차이로 같은 악구를 연주하는데 그것이 더욱 철저히 강화되어 있다. 3악장은 거의 전곡에 걸쳐 옥타브 연주를 유지한다. 오케스트라가 끼어들며 연주하는 행진곡은 7/8박자라는 보기 드문 홀수 박자로, 청중의 리듬감각을 교란시킨다. 지겹기로 악명을 떨치는 ‘손가락 체조’ 교본인 하농을 패러디 한 부분은 유머스럽고 심지어는 통쾌하기까지 하다. 후반에는 오케스트라에 스네어 드럼(작은 북)까지 가세하여 흥을 돋구고 곡은 절정으로 치닫으며 명쾌하게 종결한다.
|
■ 감상
● 전곡 (20:59) ① 악장 00:00 ~ ② 악장 8:12~ ★★★★★ ③ 악장 14:32 ~
* ①, ③ 악장 : 알레그로로 힘차고 활달. ★★★★☆ * ② : 매우 아름다운 느린 악장으로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21번 ‘엘비라 마 디간’ 과 23번의 2악장에 필적 할 만하다.
▬ 장남감 병정 (판타지아 2000, 1 악장) (8:4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