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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사람사는 세상 -- 워싱턴 원문보기 글쓴이: 비씨 나그네
알파고와 인공지능의 본질과 미래
-인간이 기계에게 지배당하는 것이 아니라 극소수 0.001%가
기계를 내세워 다수대중을 무력화하며 지배할 것이다-
컴퓨터와 인터넷, 전쟁이 낳은 산물
오늘날 우리는 컴퓨터와 인터넷의 세상에 살고 있다. 불과 한세대 전만 해도 개인용
피시의 메모리 용량은 1메가 바이트만 되어도 엄청난 고스펙이었고 불과 500메가 바이트
의 하드디스크 크기가 냉장고만 했었지만 이젠 손바닥 안에 들어가는 스마트폰의 메모리
와 저장용량도 이를 능가한지 오래다. 지금 우리가 쓰고 있는 스마트 폰은 한세대전만
해도 여행용 가방 한가득 들고 다녔어야 할 장비와 서류를 모두 집약해놓은 그 이상으로
진보해 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전쟁의 산물임을 기억하고 있는 이는 드물다. 지금
우리가 향유하고 있는 이 엄청난 정보혁명과 혁신의 뿌리가 전쟁에서 비롯되었다.
문명의 획기적인 진보가 언제나 파괴를 수반하는 전쟁을 통해 이뤄지는 아이러니...
2차 대전이 발발하자 영국 정보부는 1920년 독일의 세르비우스가 개발하여 독일군이
사용 중인 암호체제 '에니그마'를 해독하기 위해서 전력을 다했다. 심지어 영국은 이미
폴란드를 통해서 에니그마 머신을 입수했음에도 독일군의 무선통신문을 전혀 해석할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에니그마가 만들어내는 숫자와 알파벳 조합의 경우의 수는 하루
에도 무려 24해. 조도 경도 아닌 해 단위의 어마어마한 경우의 수를 맞춰보는 데만 인간
의 힘으론 무려 2천만년이 걸리는 어마어마한 양이었다. 설상가상 에니그마는 매일 암호
체제의 형식을 3개의 회전자를 통해서 바꾸었기 때문에 설사 그날의 암호문 일부를 해독
하더라도 다음날은 무용지물이 되는, 사실상 전혀 풀 수 없는 난공불락의 암호시스템이
었다. 특급 기밀기관인 울트라를 조직하고 각계의 뛰어난 전문가들을 모아 런던 외곽
블레츨리 파크에서 필사적으로 에니그마를 해독하기 위해 전력을 다했지만 전쟁 2년이
지나도록 거의 성과를 얻지 못했다.
넘지 못할 거대한 벽과 같았던 에니그마를 뚫기 위한 실마리를 제공한 이는 불과 24세
의 나이에 케임브리지대학 수학교수에 임용된 당시 27살의 젊은 수학자 앨런 튜링.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에서 묘사된 대로 기계가 만들어내는 천문학적인 양의 경우의
수에 대응하려면 기계밖에 없다는 발상으로 만들어낸 걸작이 바로 콜로서스다.
수천 개의 진공관으로 연결된 이 거대한 쇳덩어리는 0과 1로만 이뤄진 이진수의 연산
체제로 인간의 사고인지 방식을 본 따 만들었으며 에니그마의 무수한 허수의 경우를
신속하게 걸러내고 그날의 지정된 회전자가 무엇인지를 알아냈다. 이제 영국은 입수
한 에니그마 머신을 독일군과 동일한 설정에 맞추고 그 내용을 고스란히 알게 된다.
후일 역사가들의 평가에 의하면 튜링과 그들 연구팀이 만들어낸 콜로서스 장치 덕에
약 1,400만 명의 생명을 구해냈으며 전쟁기간을 2년이나 단축할 수 있었다고 한다.
콜로서스가 에니그마의 통신문을 해석해내자, 연합군은 대서양에 떠있는 독일 유보
트의 위치를 훤히 들여다 볼 수 있었고 독일군의 모든 통신을 가로채 작전에 유용하게
이용했다. 도리어 상대인 독일이 에니그마가 뚫렸음을 눈치 채지 못하도록 역공작과
역정보를 독일첩보망에 고의로 흘리는 일이 더 큰 과제였을 정도로 연합군의 정보력은
한수 위였고 이는 전쟁승리에 큰 몫을 해냈다. 비록 실전에 참여하지 않았다고는 하나,
울트라는 2차 대전 승리의 일등공신이라고 할 수 있다. 한동안 컴퓨터의 역사에서 전후
에 제작된 진공관 에니악을 그 시초로 보는 시각은 이제 전쟁 중에 제작된 콜로서스에게
자리를 넘겨줘야 한다는 시각이 더 우세해졌을 만큼 튜링의 발상은 오늘날 컴퓨터의 기본
사상과 논리를 모두 담고 있다.
인간의 사고인지 기능을 모방해 인간이 감당하기 불가능한 천문학적인 데이터를 고속
으로 처리 분석하는 기계. 바로 컴퓨터의 시작이었다. 스티브 잡스의 애플사가 자사의
로고로 베어 문 사과를 선택한 이유도 바로 독이 든 사과를 먹고 자살한, 시대를 앞선
천재 튜링에게 경의를 표하기 위해서일 정도로 튜링이 후세에 남긴 영향력은 지대하다.
한편 미국에서도 일본군의 암호를 해독하기위해서 천문학적인 양의 난수표를 걸러내기
위한 계산분류장치를 사용해 큰 성과를 냈는데, 이 초보적인 컴퓨터를 만들어낸 회사가
바로 오늘날 IT업계의 거인인 IBM이다. 아마 이 장치가 없었다면 미 해군은 미드웨이로
침공하기로 한 일본해군의 계획을 사전에 탐지할 수 없었을 것이며 일본해군의 가장 뛰
어난 야전사령관 야마모토의 전선순시 일정을 가로채 암살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미국과 영국 등 연합국측이 추축국과의 세계대전에서 압승한 가장 큰 원동력 중의 하나
가 바로 컴퓨터를 사용한 암호해독으로 상대가 무엇을 할지, 무엇을 중시하는지를 훤히
들여다보는 정보력의 우위가 손꼽힌다.
지금은 오라클에 합병된 선 마이크로 시스템의 캐치프레이즈대로 ‘Network is the
computing’이라는 컴퓨터와 컴퓨터를 서로 잇는 네트웍의 개념, 즉 인터넷의 발상도
실은 핵전쟁에 대비한 미 육군의 아르파 넷이 그 시초다. 2차대전 중 튜링에 의해 개
발된 컴퓨터는 꾸준한 발전을 통해 인류를 달에까지 보내는데 일조했지만 여전히 컴퓨
터는 개개의 기기가 특정한 임무에만 적합하도록 제작되고 있었다. 하지만 소련과의
냉전이 격화되어 전면적인 핵전쟁이 발발했을 경우, 정상적인 통신망이 두절되어도
여전히 각급기관 간의 통신을 위해 컴퓨터와 컴퓨터 사이의 연결을 시도한 것이 바로
아르파 넷이며 컴퓨터 네트워킹의 시작이다. 1969년에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불과 5년
만에 네트웍 통신의 기본 프로토콜인 TCP/IP를 등장시켰고 이로 인해 수십 아니 수만
대의 컴퓨터가 무한대로 연결 가능해진다. 1983년이 되자, 미 국방부는 TCP/IP의 사용을
민간에도 허용했으며 불과 10년도 채 되지 않아 온 세상은 월드와이드 웹과 닷컴의 세상
으로 뒤바뀐다. 핵전쟁에 대비한 통신망확보 목적의 전쟁대비용 시스템이 세상을 하나로
묶는 인터넷의 시작이 된 것이다. 21세기 정보사회의 핵심 요소가 모두 파괴와 폭력을
전제로 한 전쟁승리를 위해서 고안된 사실이 아이러니할 뿐이다.
수학으로 치타의 무늬를 분석해낸 인공지능의 창시자
전쟁이 끝나자 다시 대학으로 돌아온 튜링은 자신이 꾸준하게 천착해온 생명현상에
대한 연구를 재개했고 특이하게도 동물의 피부에 있는 무늬의 패턴이 모태에서의 화학
적 반응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고, 이를 수학적으로 입증할 수 있다는 가설을 세운 선도
적인 논문을 쓴다. 불행히도 튜링은 이 논문을 쓴지 얼마 되지 않아 세상을 버리지만
후일 자녀에게 동화책을 읽어주다 왜 표범의 문양이 생기는지를 묻는 딸의 질문에 학문
적 호기심을 느낀 영국의 수학자 제임스 머레이에 의해 이 논문은 재발견된다. 머레이는
자신이 세운 방정식으로 튜링의 가설이 사실임을 입증해낸다. 믿겨지시는가? 동물의 무늬
가 형성되는 과정이 수학적으로 설명된다는 사실이...자연현상이 수학적 논리에 의해 치
밀하고 조화롭게 이뤄지고 있음을 튜링은 이미 수십 년 앞서서 통찰하고 있었던 것이다.
무려 24해에 달하는 경우의 수를 풀어내는 연산장치를 고안해냈던 천재는 이토록 기발한
생각으로 시대를 앞서 달렸다. 그런데 튜링의 경이로운 점은 바로 이러한 놀라운 업적 외
에도 인공지능의 개념을 고안해낸 우리시대의 레오나르도 다빈치였다. 튜링이 1949년에
발표한 논문 이미테이션 게임(영화제목이기도 하다)에서 ‘인간이 기계와 (어떠한 방식으
로든) 대화를 나누고 그 기계의 대답이 인간과 마찬가지라면, 그 기계는 사고능력을 보유
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을 했는데 이것이 바로 알파고와 그 이전 딥블루로
상징되는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ect)의 개념을 정립한 것이다. 그는 누구보다
세상을 다르게 보았기에 에니그마를 풀어내고 동물의 무늬패턴에서 수적질서와 논리를
찾아냈으며 그러면서 21세기 정보화의 기본 인프라인 컴퓨터와 그 컴퓨터가 한발 더
진화하는 체제인 인공지능의 영역까지 섭렵했다. 비록 현실에서는 너무 앞섰고 소수자였다는
이유로 배척당하고 공로조차 인정받지 못한 채 파렴치한 범죄자 취급을 당했지만.
인공지능 컴퓨터 HAL 9000은 왜 인간을 죽였나/기계가 아닌 인간의 과오
선각자 튜링의 인공지능이 보여줄 미래의 모습을 가장 선도적으로 보여준 공상과학 소설
이 바로 아더 C.클라크의‘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다. 거장 스탠리 큐브릭의 영화로도 제
작된 이 걸작에서는 오늘날의 딥 마인드보다 더 진보된 거의 인간화된, 그러나 능력은
인간을 초월한지 오래인 고성능 인공지능 컴퓨터 HAL 9000이 등장한다. 이미 눈썰미 있는
분은 눈치 채셨겠지만 HAL은 거대 컴퓨터회사인 IBM의 알파벳 바로 앞 순서 글자를 조합
해 명명되었다. 영화에서 HAL 9000은 자신이 절대 복종하고 도와야 하는 토성 유인 탐사선
디스커버리호의 우주인들을 차례로 살해하는 전대미문의 행위를 저지르는데, 안타깝게도
그 동기와 배경에 대해서는 자세히 밝히고 있지는 않다. 그저 인간을 넘어선 인공지능이
결국은 인간을 지배하거나 압도할 수도 있음을 보여줬을 뿐이다. 하지만 원작소설에서는
HAL 9000이 일종의 정신분열(?)을 일으키게 된 원인이 인간들에 있음을 상세하게 서술하고
있다. 당초 디스커버리호는 외계의 지적생명체의 흔적을 탐사할 목적으로 제작되었고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임무를 맡게 될 세 사람의 과학자를 동면한 상태에서 발사된다.
하지만 보안상의 이유로 우주선을 토성까지 항행시키는 동안 깨어 있는 두 명의 우주인
에게는 이러한 진짜 탐사의 목적을 감추게 된다. 문제는 우주선의 제어시스템이자 생명
유지를 책임진 컴퓨터 HAL이 이 모든 진실을 두 사람의 깨어있는 승무원에게 탐사기간
내내 감추고 있도록 프로그래밍 된데서 시작된다. 인간의 편의에 의한 편법을 이해하지
못한 감정 없는 인공지능 시스템은 결국 내적 갈등을 이겨내지 못하고 깨어 있는 승무원
을 차례로 살해하며 동면중인 승무원들마저 다 살해한 후에 오직 자신의 능력만으로 임무
를 수행하겠다는 열망에 사로잡혀 전대미문의 행위를 저지른다. 다행히 선장 보먼의 기지
로 HAL의 시도는 결국 저지되었지만 이 과정에서 과연 HAL의 과오가 HAL만의 문제였을까.
사단의 발단과 본질은 인공지능이 스스로 인간을 넘어서겠다는 야망에 사로잡혀서 그
창조자이자 주인인 인간을 넘어서려고 했던 것이 결코 아니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제 아무리 고성능의 인공지능이라고 할지라도 이를 사용하는 인간이 제대로 활용하
지 못하면 얼마나 큰 비극을 초래하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것이다. 소설에 따르면 컴퓨
터 HAL이 인간을 죽인 것은 맞지만 이를 교사한 책임은 인간이지 HAL의 잘못은 아니었다.
흔히 인공지능이 발달하여 딥 마인드와 같은 초고성능 컴퓨터가 등장하면 기계가 인간을
지배하는 것이라는, 과거 기계를 혐오하는 러다이트 운동시대에나 나옴직한 미신이 발호
하기 일쑤지만, 러다이트 운동의 본질과 실상이 보다 더 인간적인 환경에서 노동하고자
하는 소외된 노동자들의 절실함이 빚어낸 현상이었듯이, 기실 작금 인공지능 열풍 현상의
본질에는 언제나 그 기계를 활용해 다수를 지배하고 착취하려는 극소수 인간들의 잘못된
야망과 음모와 욕망이 은밀히 숨 쉬고 있음을 잊어선 안 된다. 그리고 20세기 후반 할리
우드는 그러한 인간의 어리석은 욕망을 걸작 SF영화 ‘터미네이터 2’를 통해서 또 한 번
보여준다.
터미네이터 2의 이면 VS 이세돌과 한국기원의 악수(惡手)
기계가 인간을 지배하다 못해 아예 말살하려는 암울한 미래사회와 이를 바로잡으려는
현재의 갈등을 그린 터미네이터 시리즈 중 가장 걸작으로 평가받는 2편에서 시청자가
자주 놓치는 것은 바로 1편에서 파편으로 남겨진 기계인간 T-1000의 부속과 마이크로
칩으로 역설계하여 이를 복제하려는 거대 자본주의 회사의 욕망이다. 이 작업을 주도한
엔지니어는 자신이 만들어낼 기계가 미래에 어떤 비극을 초래하는지 깨닫게 되자 주인
공 일행을 적극 돕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여기서도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서 HAL 9000
이 범했던 잘못의 원인제공자와 같이 인간의 잘못된 욕망과 편법이 비극을 초래한다.
요컨대, 기계 자체는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며 기계자체가 나쁜 것이 아니라 이를 잘못
사용하는 인간이 나쁜 것이다. 이 두 걸작 SF작품이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본질적으로
동일하다. 기계의 시대가 되더라도 여전히 이를 활용하는 인간에게 모든 것이 달렸다
는 사실이다.
냉정히 말해서 이세돌 9단과 대결을 벌인 딥 마인드의 인공지능 수준은 소설에서 묘사
된 HAL 9000의 성능에는 전혀 비교조차 안 되는 수준이다. 원작자 클라크는 2천년이 되
면 인류가 할 정도의 인공지능 컴퓨터를 현실화할 것으로 예측했지만, 19세기 가장 위대
했던 SF 소설가 쥴 베른의 미래 예측이 절반쯤만 맞은 것처럼 인공지능 컴퓨터는 아직
본격적인 인간의 지적영역을 넘어서기에는 분명한 기술적 한계와 미개척 영역이 산재해
있다. 이는 딥 마인드의 개발자들도 100% 동의하고 인정하는 사실이다. 에도 불구하고
구글은 이 세기의 인간 VS 컴퓨터 대결 퍼포먼스를 통해 인공지능분야에서 선구자임을
자리매김하는 데 어느 만큼은 성공했다. 동시에 IBM등 경쟁사들을 자극하고 이 분야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과 대중적 호기심을 불러 일으켰으니 일거양득이 따로 없다.
사실 이 대목에서 지적하고 싶은 사실은 이세돌 9단이나 한국기원이 구글의 본심과
의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서 엉겁결에 이들의 꼼수에 넘어가 체면을 구겼다는 점
이다. 애초부터 구글은 이 대결에서 압도적으로 이길 수 있음을 거듭된 시뮬레이션에서
확인 또 확인하고서 대결 제안을 했음이 분명하다. 정작 이들의 화려한 마케팅 쇼에 그다
지 유쾌하지도 않은 들러리가 되면서도 겨우 15만 불이라는 아주 헐값밖에 받지 못했다는
사실은 더더욱 가슴 쓰리고 불쾌한 대목이다. 완전 호구로 전락한 꼴이 아닌가.
이왕 상대의 장단에 놀아줄 것이라면 행하라도 두둑이 받아서 바둑발전에 기여하는데
쓰기라도 해야 실리인건데 그야말로 명분과 실리 모두 내준 꼴이 되고 말았다. 바로 상대
의 본질과 의도와 실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지피지기의 부재 탓이다.
요컨대 맨날 바둑만 두는 바둑기사가 인공지능과 이를 둘러싼 정보산업계의 마케팅전략
을 어찌 쉽게 알아 챌 수 있었겠는가. 사실 대부분의 프로기사들이 일상생활도 서투른 이
가 많은 판국에. 여담이지만 이세돌 9단과 같은 프로기사들을 관리해주는 에이전트가 절
실함을 보여준 요즘이다. 조금만 생각이 있는 에이전트가 있었다면 이번 구글의 마케팅
이벤트에 이세돌은 최소 천 만 불, 아니 5천 만 불 이상의 거액 대전료를 승패와 관련
없이 요구했어도 구글은 두 말 없이 대전료를 지불했을 것이다. 그걸 겨우 15만 불의
헐값이라니. 완전히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누가 다 챙긴 형국이 아니고 뭔가.
아울러 이세돌 9단 역시도 바둑은 체스와는 다르다고 너무 쉽게 자만한 감이 있다.
이세돌 못지않은 천재 체스 챔피언 가스파로프도 지난 90년대 IBM 딥블루와의 대결에서
사전 정보제공을 요청했지만 철저하게 거부당했고 결국 그 대국에서 인간은 처음 컴퓨터
에 굴복한다. 이 전례를 조금이라도 심각하게 생각했다면 이세돌 9단은 저들의 장단에 놀
아나지 않거나 알고도 속아주려고 했다면 정말 저들의 주머니를 탈탈 털어내는 실리라도
챙겼어야 했다. 이 대목에서 상대를 알아보려는 초보적인 절차조차 없었던 이세돌과 한국
기원은 정말 바둑밖엔 모르는 윤똑똑이였다는 지적을 들어 마땅하다. 이미 20년전 바둑보
다 더 경우의 수가 적다는 체스챔피언도 요구했던 기초적인 사안을 생략한 이유가 뭔가.
바둑이 체스보다는 더 복잡하고 우월하다는 자만심 때문이었는가. 경적필패라는 소리가
아니 나올 수가 없다. 이건 뭐 거의 국 쏟고 뭐 데고 빰까지 후려 맞은 꼴이 아닌가.
이런 불공정한 게임을 무슨 대단한 세기의 대결이라도 되는 양 포장하여 인공지능분야에서
투자자들의 눈길과 대중의 관심을 한 몸에 모은 구글의 마케팅 능력에는 경의를 표하지만
이 본질을 보다 더 진지하게 그리고 그 이면의 진상을 냉정히 봐야 할 필요는 너무도 많다.
극소수가 기계를 내세워 절대다수를 억압하는 세상의 도래
대저 제 아무리 인공지능 컴퓨터가 고도화되어 HAL수준의 장비가 현실화된다고 해서
바로 우리가 상상하는 것과 같은 기계가 인간을 지배하는 터미네이터 2의 암흑세상이
오지는 않는다. 정작 인류가 우려해야 할 암흑세상은 바로 그러한 기계의 뒤에 숨어서
대다수 대중의 노동력과 능력을 가치절하하고 무력화하려는 첨단기술력을 보유한 극소수
거대자본집단의 음험한 꿈이다. 이미 저들은 국가의 통제에서 점점 더 자유로와지고
있는 판에 인공지능까지 독점하게 된다면 과연 저들은 어떤 세상을 만들려고 할까.
그러한 세상에서는 인간의 노동은 아주 가치 없는 싸구려가 될 것이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이 주식투자를 대신하는 시대가 오면 인간은 노동시장에서 99% 배제당하는
상황이 올 개연성이 아주 크다. 대다수 고액 연봉을 받는 증권사와 금융사의 펀드매니
저들은 모조리 딥 블루와 같은 인공지능 컴퓨터에 의해 대체되고 말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현상이 비단 금융권에만 일어나겠는가. 아마 사회의 모든 전문직업 분야에서
일상화되는 세상이 올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의사나 변호사와 같은 전문 직업을 가지
기 위해 십 수 년 이상 힘든 공부와 수련을 해야 할 필요도 없어진다. 결국 기계가 인간
이 하는 노동을 대체하게 되면 인류가 더 편안하고 윤택한 삶을 누리는 것이 아니라 점점
더 거대자본가 세력, 극소수의 가진 자들에게 착취당하고 평가절하당하며 그러한 현상이
이제는 상위 10%의 전문직업 계층까지도 보편화 되면서 0.001%의 절대지배층이 나머지
대중을 착취하고 통제하는 끔찍한 세상이 막을 열게 될지도 모른다.
지금 조금이라도 생각을 하는 시민대중이라면 기계가 인간을 지배한다는 식의 미신이나
근거 없는 공포를 염려하기보다는 기계의 뒤에 숨어서 더욱더 착취와 독점을 정당화하려는
거대 자본집단 독점기술력 집단을 좀 더 통제와 규제가 가능한 영역으로 끄집어내는 방안
을 고민하는 것이 더 현명하다. 요컨대 인공지능의 개발과 이로 인한 이익은 공익과 소외
계층의 이익에 먼저 봉사하게 하는 제도적 장치의 마련이 더 시급하다는 소리다.
분명히 단언하지만 기계가 인간을 지배하는 세상은 영원히 오지 않는다. 그러나 지금처럼
소수 자본이 특정기술을 독점하여 사회전체의 주도권을 쥐는 세상을 용인한다면 미래의 인
간은 분명히 기계가 지배하는 디스토피아에서 신음하며 살게 될 것이다.
인공지능은 축구게임에서 공과 같은 존재지, 결코 사람이 될 수 없다. 문제는 축구경기에
서 사람을 놓치면 실점을 한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소수의 집단이 인공지능을 독점하게
되면 정말 어느 순간에는 인공지능이 인간을 넘어서는 터미네이터 시리즈와 같은 상황이
오기 딱 좋은 여건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 구글의 마케팅 퍼포먼스에 너무 놀라거나 당황
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직면한 위기의 본질을 성찰하고 이를 저지하기 위한
시민적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한 우리의 미래는 어둡거나 깜깜하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이세돌이 져서 충격적인 것이 결코 아니다. 바로 저들 기계를 내세운 거대자본과 그 자본
의 소유자들이 어떤 세상을 꿈꾸고 진행시키고 있는지를 직시하라. 가히 충격적이지 않는
가. 인공지능의 개발을 공익의 영역과 열린 공간에서 전시민이 공유하는 체제로의 전환이
시급하다. 만약 인공지능을 공익의 영역에서 선순환 시킬 수 있다면 인류는 어쩌면 노동
에서 해방되어 호모 루덴스를 향유하며 창조적인 호모 사피엔스의 복된 삶과 미래를 이
룰 단초가 될 수도 있다. 90년대부터 가속화된 정보화는 다수의 일자리를 대중에게서 앗아
갔다. 이제 인공지능으로 대다수가 실업자가 되는 세상이 온다면 우리는 기계의 뒤에서
숨어서 지배하는 극소수의 노예가 되는 길 외엔 전망이 없다.
첫댓글 극소수가 기계를 내세워 절대다수를 억압하는 세상의 도래
지금처럼
소수 자본이 특정기술을 독점하여 사회전체의 주도권을 쥐는 세상을 용인한다면 미래의 인
간은 분명히 기계가 지배하는 디스토피아에서 신음하며 살게 될 것이다.
공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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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