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호킹 케임브리지대 수학과 교수가 저술한 ‘시간의 역사’ 결정판이 초판으로부터 삼십여 년만인 2017년에 출간되었는데, 근래에 들어 읽을 기회가 있었습니다. 이전 판들과 비교하여 부록편에서 저자가 2018년 영면하기 1년 전에 기고했던 글이 게재되어 의미를 더해주고 있습니다. 이에 그에 관한 지식을 지인분들과 공유하고저 합니다.
“1980년대 후반에 케임브리지 대학교의 폴 타운센드가 제기한 ‘p-brane(membrane)’ 이론에 따르면 우주는 10차원이나 11차원으로 이루어져 있고, 우리가 경험하는 4차원을 뺀 나머지 6차원이나 7차원은 극히 작은 크기로 알려 있어서 우리가 알아차릴 수 없다. 따라서 우리가 느끼는 4차원 이외에 여분의 차원들이 있는 셈이다. 호킹은 이 이론을 기초로 브레인의 역사, 즉 우리 우주의 역사가 인간과 같은 지적 존재를 탄생시키기 위해서는 매끄럽지 않고 호두껍질처럼 약간 울퉁불퉁한 표면의 구(球)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브레인 세계이론은 암흑물질을 설명할 수 있는데, 우리가 복수(複數)의 브레인 세계중에서 하나의 브레인 세계에 산다면 우리에게 인접한 다른 브레인이 있을 수 있다. 그런데 빛은 브레인을 통해서 전파될 수 없기 때문에 그 브레인은 ‘그림자 브레인’에 해당하며, 오직 중력만이 전파된다. 따라서 우리는 그림자 브레인의 중력효과를 암흑물질처럼 느낄 수 있다. 또한 방대한 우주의 거동이 허시간에서의 역사라는 관점에서 이해될 수 있는데, 그것은 작고 조금 편평화된 구면이다. 이는 햄릿의 호두껍질과 매우 흡사하다. 그러나 이 껍질은 실시간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기록한다. 그렇다면 셰익스피어 「햄릿」 제2막 제2장에 나오는 ‘나는 호두껍질 속에 갇혀 자신을 무한 공간의 제왕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악몽만 꾸지 않는다면’이라는 고백은 지극히 옳은 셈이다. 우리는 호두껍질 속에 갇혀 있으면서, 동시에 우리 자신을 무한한 공간의 왕으로 간주할 수 있다.”
스티븐 호킹(케임브리지대 수학과) 저 ‘호두껍질 속의 우주’(까치글방 발행) 중에서 -
cf) ①허시간은 훌륭하게 정의된 수학적 개념이다. 그것은 허수(虛數)라고 불리는 것으로 측정되는 시간이다. 허수는 실수(實數)에 대해서 수직방향으로 배열된 새로운 종류의 숫자처럼 생각하면 되며, 수학적 구성물이기 때문에 물리적인 현현(顯現)을 필요로 하지 않아서 허수의 신용카드 계산서는 있을 수 없다. 하지만 허수를 포함하는 수학적 모형이 우리가 이미 관찰한 효과들뿐만 아니라 우리가 측정할 수는 없었지만, 그밖의 여러 가지 이유로 믿고 있던 효과들까지도 예견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②시공 속에서의 허시간 방향은 경도에 해당할 수 있다. 모든 경선(經線)들이 북극과 남극에서 만나기 때문에 시간은 극점에서 정지한다. 그것은 지구의 북극에서 서쪽을 향해서 움직일 때 시간이 변화하지 않는 것과 흡사하다. ③고전적인 상대성이론의 실시간 시공에서 시간은 공간방향과 구분된다. 왜냐하면 시간은 공간방향과는 달리 관찰자의 역사를 따라서만 증가하기 때문이다. 반면 양자이론의 허시간 방향은 다른 공간방향과 마찬가지로 증가나 감소가 가능하다. ④시간을 포함하지 않고는 공간을 휘게 할 수 없다. 따라서 시간은 형태를 가진다. 그러나 한쪽의 방향성을 가지는 것 같다. ⑤중력은 끌어당기는 힘이 있기 때문에 물질은 항상 시공을 휘게 만든다. 따라서 광선들은 서로를 향해서 휘어진다. ⑥다섯가지 끈이론과 11차원 초중력을 모두 연결시키는 이중성이라는 관계망이 존재한다. 이 이중성은 서로 다른 끈이론들이 그 밑에 내재하는 동일한 이론, 즉 M-이론의 다른 표현에 불과하다는 것을 뜻한다. M-이론은 다섯 개의 끈이론을 단일한 이론적 틀 속으로 결합시켰다. 그러나 그 특성중 상당부분은 아직도 충분히 밝혀지지 않았다.
“자연의 법칙은 고차원으로 갈수록 단순해지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이 ‘단순화’의 저변에는 대칭(symmetry)이라는 개념이 자리잡고 있다. 낮은 차원에서는 보이지 않던 대칭이 높은 차원에서 나타나 복잡했던 방정식을 단순하고 아름다운 형태로 축약시켜주는 것이다. 아인슈타인은 1915년에 등속운동만을 고려한 특수상대성이론에 가속운동을 도입하여 중력에 의한 효과와 가속운동에 의한 효과가 물리적으로 동일하다는 ‘등가원리(equivalence principle)’를 알아냈고, 여기에 기초하여 중력을 ‘휘어진 4차원 시공간’(시공간의 기하학적 구조 때문에 발생하는 중력)으로 설명하는 일반상대성이론을 구축하였다. 그후 1919년에 테오도르 칼루자는 배경공간을 5차원(4차원 공간과 1차원 시간)으로 확장하여 매스웰 방정식과 아인슈타인의 장방정식을 하나로 통일했다. 3차원에서 4차원으로 옮겼더니 시간과 공간이 통일되었고, 4차원에서 5차원으로 확장했더니 전자기력과 중력이 통일되었다. 그런가하면 양자역학은 거의 모든 면에서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과 정반대의 특성을 갖고 있다. 일반상대성이론은 우주적 스케일에 적용되는 반면, 양자역학은 원자 이하의 미시세계에서 일어나는 온갖 상호작용을 서술하는 이론이다. 미시세계의 진공 중에서는 입자가 갑자기 나타났다가 사라지고, 모든 샹호작용(힘)은 불연속의 양자덩어리를 교환하면서 발생한다. 게다가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원리가 무소불위의 위력을 발휘하여, 모든 물리량을 ‘확률’이라는 베일속에 가둬놓았다. 그러나 양자이론은 실험결과와 너무나도 잘 일치했기에, ‘표준모형(Standard Model)’이라는 새로운 간판을 걸고 물리학의 정설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양자역학도 풀지 못한 문제가 하나 있었다. 전자기력과 약력 그리고 강력은 ‘양-밀스 장이론(Yang-Mills field theory)’이라는 막강한 도구를 이용하여 하나로 통일되었지만, 아인슈타인의 중력이론만은 아무리 애를 써도 양자이론의 범주 안에 끌어안을 수 없었던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버전의 양자중력이론과 초대칭을 도입한 초중력이론이 제시되었으나. 수시로 발생하는 무한대에 가로막혀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 그러다가 1984년 모든 기본입자의 특성을 ‘진동하는 끈’으로 설명하는 초끈이론(superstring theory)이 등장했다. 그리고 1995년 에드워드 위튼이 다섯 개의 이론을 하나로 통합한 ‘M-이론(M-theory)’을 발표하면서 새로 등장한 M-이론에서 초끈의 배경차원은 11차원으로 업그레이드되었으며, 이중성(duality)까지 도입하여 대칭도 더욱 높아졌다. 또한 고차원 공간의 기하학 및 위상수학과 관련된 흥미로운 문제를 제기하여 숱한 논쟁을 야기했고, 수많은 수학적 아이디어를 양산하면서 존재감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그렇다면 초끈이론은 성공한 이론일까? 아쉽게도 아직은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 초끈이론은 관측 가능한 물리량을 단 하나도 계산하지 못했다. 여분차원의 기하학적 구조도 미지로 남아있고, 이론의 근간인 초대칭(supersymmetry)도 아직 이론으로만 존재할 뿐이다. 하지만 장차 초끈이론이 틀린 이론으로 밝혀진다 해도 기본적 아이디어는 끝까지 살아남아서 후대 물리학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할 것이다.”
미치오 카쿠(뉴욕 시립대 물리학 교수) 저 ‘초공간’(김영사 발행) 중에서 -
“1998년에 허블 우주망원경을 이용해서 연구하던 두 팀이 각기 독자적으로 우리 우주의 팽창이 가속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우주의 공간은 영원히 팽창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왜 공간은 가속되는 비율로 팽창하는가? 그 원인은 ‘암흑 에너지(dark energy)’라고 알려져 있는데 무경계 제안이 옳다면, 우주들의 무한함은 병렬적이다. 특히 끈이론이 물리학의 완전한 이해로 이어지는 올바른 경로라면, 각각의 우주는 반중력의 세기가 저마다 다를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암흑 에너지가 안락하게 작은 우주 중의 하나에 살고 있을 것이다. 2013년 플랑크 위성에 의해서 측정되었던 가장 최근의 극초단파 우주배경복사에 의하면, 인플레이션이 추론에서 현대 우주론의 주춧돌로 변모했다는 것을 뜻한다. 이는 집합적으로 다중우주(multiverse)라고 알려진 엄청난 숫자의 우주들을 생성할 수 있다. 인플레이션의 예측에 따르면 우주는 거의 균일하지만 완전하게 균일하지는 않다. 균일성에 편차를 부과한 것은 양자역학이며 다중우주도 발생시킬 수 있다. 인플레이션은 반중력의 특성을 가지는 기이한 종류의 에너지에 의해서 일어난다. 그런가하면 LIGO 합동연구진(LIGO Scientific Collaboration)이라는 전 세계 과학자들의 컨소시엄은 2016년 최초로 중력파 - 두 개의 블랙홀이 충돌해 합쳐지면서 발생한 – 를 검출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완전한 양자중력 이론에 대한 탐구를 계속해나가는 과정에서, 시공의 극단적인 영역들에 대한 중요한 가치를 가진다. 내가 「시간의 역사」를 썼을 때, 나는 블랙홀 속으로 떨어진 정보가 정말 사라지며 우리 우주와 분리된 별개의 우주로 옮겨진다고 믿었다. 하지만 내가 생각을 바꾸기 시작한 것은 끈이론에서 이루어진 가장 괄목할 만한 발견들 중의 하나를 고려하면서부터였다. 중력의 거동과 등각장론(等角場論, conformal field theory)이라고 불리는 아직 확실하게 수립되지 않은 물리학 분야 사이에 정확한 상응이 이루어지는 것처럼 보인다. 둘 사이에 어떤 연결이 이루어지는지의 상세한 내용은 여기에서 논할 필요가 없다. 우리는 등각장론이 기술하는 모든 것 – 오늘날에는 블랙홀까지 포괄한다 –이 명백히 정보를 보전하다는 점만 알면 된다. 그것은 마치 불타는 책과 같다. 재와 연기를 남김없이 보존한다면 책에 담긴 정보는, 엄밀한 의미에서 소실되지 않는다. 또한 무경계 제안과 영원한 인플레이션은 우리 우주가 수많은 우주들 중의 하나에 불과함을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에게 친숙한 세계가 정작 실재의 극히 작은 조각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일에 여전히 허우적대고 있다. 다중우주의 증거가 명백해지기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수 있다. 다중우주의 방대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우리는 이 모든 것을 밝혀낸 종의 일원이다. 이 점을 마음에 새기면, 다가오는 미래는 흥분되는 시간이 될 것이다.”
스티븐 호킹(케임브리지대 수학과) 저 ‘시간의 역사’(까치글방 발행) 결정판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