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전 쯤 전이지 싶다.
영란이와 나는 동학년을 하면서 양방언에 대하여 집중탐구를 한 적이 있다.
그의 말을 할 때 우리 둘은 침을 꼴딱꼴딱 삼키며 양방언바라기가 되었다.
그의 이력은 물론 가계도까지 쫘악 읊으며.
며칠 전 차를 몰고 롯데마트 앞을 지나치는데 현수막에 양방언의 모습이 보였다.
우수에 젖어 촉촉한, 깊게 빛나는 정감어린 눈빛은 나도 모르게 그를 향해 걸어 들어가게 만든다.
그것도 저벅저벅 맨발로.
그의 눈빛은 마음을 사로잡는다.
수트가 가장 잘 어울리는 영국의 지성파 배우 콜린 퍼스와 사람에 대한 존중의 눈빛이 남다른 안성기를 반반 섞어놓은 듯한 그의 외모는 멋지다.
그의 음악은 사람을 미치게 만든다.
제주에서는 공연을 해도 통영에는 도저히 올 기미가 안 보여 포기하고 살았다.
그런데 그가 여길 오다니!
말도 안 돼. 말도 안 돼. 말도 안 돼.
말도 돼. 말도 돼. 말도 돼.
그야말로 펴 놓은 밥상에 수저만 올리면 되게 되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간다.
하늘이 두 쪽이 나도 그 공연은 가서봐야 한다.
아무리 용녀모임 하는 날이어도,
그 모임을 그 여자네 집에서 하는 날이어도,
퇴근 후 얼른 물메기탕 한 그릇 끓여 드리고 가야지.
그가 누군가?
오매불망 기다리던 양방언이 아닌가?
응식하던 차림 그대로 국제음악당에 갔다.
저 멀리서 영란이가 오고 있다.
마치 둘이 약속이나 한듯이.
영란이는 아들 둘까지 떡하니 대동하고 나타났다.
그의 음악은 설명이 필요없다.
그 자리에 있어야 한다.
음악을 들어보면 재능이란 바로 이런 거구나 하고 알게 된다.
그가 그렇게 와 줘서 고맙다.
우릴 위해 이렇게 와 주어서 더더욱 고맙다.
그리고 다행이다.
그를 보러간다고 쫒아내듯이 급히 용녀모임을 끝내 마음이 쓰였는데 큰언니가 보내오신 문잘보니.
참 좋은 사람들과 함께 인생을
살아간다는 것은 커다란 행복의 바구니를 따로 선물받은 것 같습니다.
박미옥선생님사랑방에서물메기탕으로행복만땅채우고헤어졌습니다
이제내년에만나게되겠군요
1월에도만나'사랑방에서놀아묵자'라고기대하며돌아섰습니다
잘지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