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교구에 등록된 성 야고보 성지 순례단이 있다.
순례단은 17회에 걸쳐 111 곳의 국내성지를 순례하는 일정을 진행한다.
올 해가 지나기 전 대림주간을 보내면서 성지순례를 발원하였다.
성당을 다닌 지 꽤 오래시간이 흘렀지만
미지근한 신앙생활로 십자가의 구원을 제대로 믿지도 체험하지도 못한 못난이 신앙을 부끄럽게 여기기 시작하였다.
국내 성지순례를 통해서 순교자들이 남긴 신앙의 유산을 찾아 새롭게 다시 태어나기를 기도하는 마음으로 다그쳤다.
우연히 다가온 야고보 성지 순례단에 몸을 맡겼다.
2017. 12. 17. 대림3주차 첫 번째 성지순례 일정으로 참여한 곳이 수원교구 성지였다.
미리내, 손골, 북수동성당, 은이, 골배마실, 단내, 어농성지를 순례하는 코스였다.
오늘따라 날씨가 무척 추웠다.
순교자들의 고통을 기억하라고 채찍을 내리는 것 같았다.
박해 없는 세월 편하게 산다면 어찌 십자가의 고난을 기억할 수 있을까.
그저 부활의 영광만을 찾으려는 안이한 성당 문지방 신자가 될까봐 날씨가 불끈 화를 냈나보다.
날씨마저 흐려 미리내 성지에 도착하니 아침이 아직 깨어지기 전 같았다.
그 순간 김대건 안드레아 성인 신부님의 순교현장을 묵상하도록 이끌었다.
미리내 성지가 위치한 곳은 시궁산과 쌍령산 깊은 골짜기였다.
풍수지리에서 보면 산자락은 좌청룡 우백호의 혈을 갖고 있다.
박해시대 신자들이 신앙을 유지하고 초대교회의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는 곳은 첩첩산중이어야 했다.
당연히 좌청룡 우백호의 깊은 산골만이 그들의 터전이 될 수 있었던 게다.
미리내는 교우촌을 가장 잘 표현한 이름이다.
깊은 산속마을에 어둠이 내리면 호롱불이 켜지고
머리 위에 가까이 내려온 하늘 별빛이 모여 산골도랑에 흐르는 맑은 물에 비추어 보석처럼 빛났을 거다.
이는 밤하늘에 성군을 이룬 은하수와 같다고 하여 은하수의 순 우리말이다.
성지를 빛내는 다양한 상징물이 잘 조성되어 있었다.
미리내 대성당, 성모당 등 현대식으로 순례객들을 맞을 채비가 잘 되어 있었다.
하지만 성지 내 잔디광장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작은 경당이 살갑게 다가왔다.
이곳에는 강도영마르코신부, 김대건안드레아 성인신부, 페레올주교, 최문식베드로신부 묘지를 전면에 둔 경당이 있다.
김대건 신부님의 유해가 모셔져 있다.
유해를 침구하면서 성인신부님의 새남터 참수를 기억한다.
짧은 생을 하느님께 내어 맡기고 하느님의 현존을 드러내신 신부님은
한 알의 밀알이 되어 썩었으며 수많은 열매를 맺으신 분이었다.
이를 장편소설로 쓴 분이 러시아의 대문호 도스토예프스키가 아닌가.
그는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통해서 밀알 한 톨의 중요성을 알려냈던 거다.
성인신부님 묘소를 참배하면서 그 분의 옥중서한을 묵상했다.
“저는 그리스도의 힘을 믿습니다. <중략>
천국에서 다시 만나세” 라고 쓴 순교성인의 신앙을 믿는다고 홀로 중얼거렸다.
언 손을 비비며 하느님은 분명 계시며 우주를 조화롭게 통치하신다고 말이다.
그 옆에 나란히 묻히신 페레올 주교님의 유언을 받들었다.
“거룩한 순교자의 곁에 있고 싶다” 라고 하신 분
성인의 통공을 이미 믿고 계셨던 분
성인 신부 곁에서 하늘나라의 영원한 생명을 얻으셨을 거다.
너무나 똑똑하고 훌륭하신 분
조정에서 그토록 회유하였지만 죽음을 선택하신 분
죽음 앞에서도 하느님을 증언하였던 분
그 분은 빛을 증언하러 오신 첫 번째 방인사제였다.
아직도 속세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못난 녀석
미리내 산자락 차디찬 물속에 벌거벗고 들어가라.
허울 좋은 가면을 벗어던지고 벌거숭이로 드러나라.
하느님은 오늘도 기다리고 계실 거다.
그리스도의 힘을 믿고 따라가라.
그대를 천국으로 인도할 터이니까.
그 분은 그곳에서 영원한 생명을 누리도록 하려고 기다리신다.
첫댓글 가브리엘 형제님 수원교구 성지 순례를 다녀 오신 후의 느낌을 이 게시판에 올려주시어 감사드립니다.
아직 이 카페가 부족한 면이 많사오니 순례 후기 작성 또는 다른 지식이 될 만한 순례관련 자료를 게시하여
주십사 부탁하여 봅니다.
사도 성 야고보 순례단
가족을 더 많이 사랑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