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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말씀드린 대로 춘천에 가기 위해 바람같이 퇴근을 하고 춘천가는 버스에 몸을 실었습니다.
제가 직장 생활을 하고 있는 홍천에서 춘천까지는 시외버스로 불과 40분 정도 걸리고, 게다가 석사동의 춘천교육대학교 앞에 버스가 가는 도중에 세워 주기에 차에서 내려 교대와 같은 동네인 석사동에 있는 호반체육관까지 걷기에는 아무 부담이 없습니다.
하지만 일은 오늘따라 제대로 풀리진 않았습니다. 친구 녀석과의 중요한 일로 강원대학교에 들릴 일이 생겨 앞에서 말씀드린 빠른 루트를 밟지 못하고 돌아 가야 했기 때문입니다. 결국 친구와 헤어진 시간은 오후 5시 13분 정도....'아 1쿼터를 날려 버리겠구나...ㅠㅠ'
강원대학교 후문에서 택시를 잡아타고 부랴부랴 호반체육관에 도착하여 경기장에 '들이닥치니' 다행히도 1쿼터가 2분 정도 남아 있었고 점수는 7 대 12로 우리은행이 이기고 있었습니다. 오느라 흘린 땀도 식힐 새도 없이 경기에 집중해야 했기에 포인트 잡기가 조금은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글도 아마 허접한 부분이 많을 것입니다.
고로 읽으시는 많은 분들의 따끔하고도 약이 되는 지적 여기서 부탁드립니다^^
'인해전술'의 승리
제가 예상에 밝은 편은 아니지만, 역시나 우리은행은 국대에 대한 부담이 전혀 없는 팀이라 인해전술로 여유있게 인원을 가동하며 경기를 이끌어 나갈 수 있었습니다. 반면에, KDB 생명은 제 옆에 계시던 아저씨 팬분이 4쿼터부터 "야 감독 제발 선수 좀 바꿔라~!!'라고 사직구장이 생각날 정도로 고함을 치실 정도로 극히 제한된 인원으로 짠물인원 농구를 해야 했습니다.
KDB 생명은 김진영 - 한채진 - 조은주 - 홍현희 - 원진아 선수 다섯 선수가 거의 모든 시간을 뛰는 '투혼'을 발휘하면서 경기를 어렵게 진행해 나갔습니다. 우리은행에서는 김진영 선수에 대항할 포인트가드로 박혜진 - 이은혜 선수, 한채진 선수의 슈팅을 막을 선수로 김은경 - 고아라 - 임영희 선수, 홍현희 선수를 막을 선수로 양지희 선수, 원진아 선수를 막을 선수로 배혜윤 선수를 내세우는 등 경기 내내 상대의 한 선수에 두 명의 마크맨을 체력안배 해 가며 기용하는 여유를 보였습니다.
정 감독님의 어쩌면 당연할 지 모르는 인해전술은 특히 경기 후반에 효과를 봤습니다. 4쿼터 초반 팀파울에 일찌감치 걸리면서 자유투를 여럿 허용해 한 때 3점 차까지 잡히긴 했지만 그 때 이미 kdb 선수들은 반쯤 맥이 빠진 상태였고, 교체할 선수가 없는 김영주 감독님의 안타까운 표정은 건너편 저 멀리 있는 저에게도 그대로 전달되었습니다. 체력안배를 할 때로 하고 나온 양지희 - 배혜윤 - 임영희 선수는 KDB의 최후의 프레스 수비까지 여유있게 제치며 우리은행의 시즌 첫 승의 영광을 만들어 냈습니다.
특히 인해전술 면에서 눈에 띈 것은 정 감독님의 임영희 선수 투입 타이밍이었는데 경기 후반 체력이 떨어진 상대 선수들의 약점을 철저히 파고들어 승부에 화룡점정을 찍어 버리겠다는 감독님의 의도를 임영희 선수는 잘 알고 성실히 수행해 냈습니다. 특유의 드리블로 프레스 수비를 우습듯 제끼는 모습을 보니 '이번 국대에 왜 저 선수가 빠졌을까?'라는 의구심도 들었습니다.
KDB생명은 작년 금호생명 시절에서 이러한 어려움을 겪은 적이 있습니다. 작년 이맘때였나요? 여러 선수들의 부상에도 불구하고 당시 금호생명은 라운드에서 2승 3패라는 호성적을 이끌어내며 중위권 사수에 성공하고, 이를 바탕으로 시즌 막바지까지 3위 자리를 유지하게 됩니다. 지금과 그 때의 차이점을 잠시 생각해 봅니다. 무엇일까요?
당시에는 이경은 - 신정자 선수가 있었습니다. 너무나도 당연한 답에 허탈해하시는 분들도 많겠지만 이는 이 두선수의 팀 내에서의 역할이 2년이라는 짧다면 짧은 세월동안 얼마나 커졌는지를 반증해주는 좋은 예라고 몇 번을 말해도 모자를 것입니다. 특히 오늘 경기 중요한 승부처 - 제 생각에는 4쿼터 중반 - 에 신정자 선수가 있었다면 양지희 - 배혜윤 선수가 오늘같이 골밑에서 활기를 내지 못했을 것입니다.
이 부분 너무나도 아쉬운 부분이지만 국가의 대사(大事)을 위해서는 누구든 감수해야 할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어찌 첫 술에 배부르랴.'
오늘 KDB 생명의 선발 포인트가드는 김진영 선수였고, 이는 종료 부저가 울릴 때까지 변치 않았습니다. 이경은 선수가 나오지 못하는 상황에서 KDB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고, 시즌 전 아시안게임을 예상하고 미리 계산해 놓은 것일수도 있습니다.
김진영 선수가 부상 복귀 전 마지막으로 풀타임을 뛴 때는 2008년 초, 2007-2008시즌 때였습니다. 그 이후 풀타임 출전은 퓨처스리그를 제외하고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사실, 개인적으로 많은 기대와 설레임이 있었지만 어른들께서 말씀하시듯 첫 술에 배부르기는 매우 힘든 법입니다.
김진영 선수의 전체적인 '그림'은 그리 나쁘지 않았습니다. 특히 긍정적으로 제 눈에 확 들어온 것은 예전보다 많이 좋아진 대인마크 능력이었습니다. 김진영 선수는 로테이션 수비에서 주로 박혜진 선수를 맡게 되었는데 다들 아시듯 두 선수의 신장 차이는 15센티 정도 됩니다. 수비하기가 매우 까다롭고 어렵다는 이야기입니다.(실제 농구를 해 보신 분들에게 물어보면. 165의 선수가 180의 선수를 막기엔 매우 힘들다고 이구동성으로 말씀합니다..)
하지만, 김진영 선수는 박혜진 선수보다 앞서는 파워로 로우 포스트에서 박혜진 선수를 잘 밀어내며(박 선수는 아마 벤치에서 상대가 단신이니 적극적으로 로우에서 공략해라라는 주문을 받았을 테고요.) 실점을 최소화했습니다. 비시즌 동안의 많은 수비 훈련이 성과로 나타나는 장면을 본 KDB 팬들은 이를 보고 많이 좋아하셨을 법합니다. 리바운드에 있어서도 옛적(?) 우리은행 시절보다 몇 배 의욕적인 모습 보여주었고요.
문제는 경기 후반에 공격력에서, 또한 리딩 면에서 아쉬운 모습을 여럿 보였다는 것입니다. 김진영 선수의 장기는 드리블 말고도 3점슛이 있습니다. 우리은행 시절, 코칭스텝은 김진영 선수의 외곽 능력을 높이 사 여러 번 이 공격을 시도하여 많은 재미를 보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간만에, 그것도 예전 홈으로 쓰던 호반체육관에서 풀타임으로 뛰느라 다소 정신이 없었을 현재의 김진영 선수에게 예전의 이런 모습들을 기대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었습니다.
리딩 면에서도 조은주 선수를 후반에 잘 활용하기는 하였지만 한채진 선수에게 집중된 수비를 좀 더 잘 이용했었으면 어땠을까라는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반 박자 늦는 듯했던 - 단지 제 생각일 진 모르지만 - 엔트리 패스도 조금 아쉬웠고요.
방금 말씀드렸듯 첫 술에 배부른 법은 없는 법입니다. 거의 2년 반만의 풀타임 출전에서 예전의 주전 포인트가드의 모습 100프로를 기대하고 발휘할 수 있다는 주변의 기대와 자신의 기대는 무리가 없지 않습니다. 앞으로 김진영 선수는 몇 경기 동안 이렇게 풀타임으로 뛰게 될 것입니다. 단번에 많은 것들을 되찾고 보려 하기보다는 몇 경기에 걸쳐 차분히, 연구를 꾸준히 하며 되찾고 볼려 해야 할 것입니다. 자신이나 김진영 선수를 눈여겨 보는 팬들은 말이죠.
피터팬, 오늘처럼..
원진아 선수의 별명은 피터팬이었습니다. 우리은행에서 금호생명으로 이적한 후 몇 년 간 사실 원진아 선수는 '유망주'의 이름표를 때어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오늘 경기에서 원진아 선수는 신정자 선수의 역할을 어느 정도 수행함으로써 이 거추장스러운 이름표를 때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만들어 갔습니다.
물론 공격에서 양지희 - 배혜윤 선수와 상대하며 파워에서 밀리는 모습도 보이긴 했지만, 수비 리바운드 면에서 예전보다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김영주 감독님을 어느 정도 흡족케 했습니다.
KDB 생명의 센터 주전 라인업은 물론 신정자 - 홍현희 선수입니다. 하지만 홍현희 선수는 풀타임을 뛰기에는 작년까지의 경과로 미루어 봐서는 리그 중후반부터 무리가 없지 않습니다. 이는 10~15분 정도는 원진아 선수가 이를 메워주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는 것인데 오늘 활약은 이런 결론이 결코 허사가 아님을 보여 준 것입니다.
리그 중후반에 원진아 선수에게 하나 더 기대할 것은 그의 중거리 슛 감각입니다. 이 부분에 있어서 원진아 선수는 팀 동료들의 인정을 넘어서서 전 리그에서 인정받아야 합니다. 저는 예전부터 원진아 선수에게 항상 '몸무게를 제발 늘려라 늘려라 힘을 키워라 키워라'라고 외쳐댔지만 이는 결코 쉬운 문제가 아닌 것을 잘 압니다. 체질이라는 것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중거리 슛은 슬램덩크의 해남의 신준섭처럼 노력으로 늘릴 수 있고, 원진아 선수는 이미 기본 수준을 넘어섰기에 이에 관해 빠른 발전이 가능합니다.
1+1=1? NO~!!
우리은행은 이번 시즌 리발딩을 목표로 거물인 김계령 선수, 혹은 '우리은행 프랜차이즈 계령신'을 내보내고 신세계에서 양지희 선수와 배혜윤 선수를 데려왔습니다. 애시당초부터 김계령 선수라는 '하나'를 이 '둘'로 최대한 메꾸어 보려는 의도였겠지만 오늘 경기에서 이 '하나'와 '하나'는 합치면 김계령 선수라는 '하나'이상이, 아니 '둘' 이상이 충분히 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보였습니다.
가장 눈에 들어왔던 장면은 고비 때마다 원진아 - 홍현희 선수를 용감히 제끼고 저번 시즌에 가끔 보여주었던 과감한 훅슛을 주무기로 점수차를 유지, 벌렸던 양지희 선수의 활약이었습니다. 데뷔 초 일부에서 '막대기'라 불리며 부족함을 매일 지적받았던 양지희 선수는 그만의 득점루트로 배혜윤 선수와 더불어 우리은행의 첫 승을 견인했습니다.
아마 이 두 선수의 활약이 없었다면 4쿼터 이전에 우리은행은 KDB생명에게 따라잡혀 2008년도부터 따라 온굴 굴욕의 '춘천 KDB전 11연패'를 맞았을 것입니다. KDB생명으로서는 벤치에 어두운 표정으로 앉아 있던 신정자 선수가 너무나도 간절했을 법 합니다.
아직은 느린 패스와 신정자 - 김계령 선수와 매치업 되었을 때의 밀리는 모습을 숨길 수 없는 양지희 - 배혜윤 선수지만 이 선수의 발전곡선은 작년부터 엄청나게 급곡선을 그려 왔습니다. 이 급곡선이 우리은행이라는 새 팀에서도 계속 되어 이들의 이름이 춘천에서 많이 불렸음 좋겠습니다.
오늘 경기 외적으로 유심히 살펴 본 부분은 KDB생명 벤치 쪽에 불편해 보이게 앉아있던 신정자 - 이경은 - 김보미 선수였습니다.
경기 내내 어두운 표정으로 침묵을 지킬 줄 알았지만 골몰한 생각에 잠긴 신정자 선수를 제외한 나머지 두 젋은 '기대둥이' 선수들은 여느 때의 활기찬 모습도 팬들 앞에 보여주며 어느 정도 팬들의 우려를 씻어 주었습니다. 이경은 선수 작전 타임 때 막내 선수처럼 작전판 들고 부지런히 다니고, 김보미 선수의 업무(?)인 극적인 득점 성공 장면에서의 러닝 하이파이브 모습도 보여주었는데 '나 문제없으니 다들 안심하라'라는 어필인가요?ㅋ
경기 끝나고 뉴스를 보니 드디어 이 선수들의 국대 합류 재개가 결정났습니다. 많은 부침이 있었지만 이를 훈련에 미리 응한 선수나 새로 합류한 선수나 모두 훌훌 털어버리고 대한민국 여자농구를 대표하는 선수들로써 서로 여느 때처럼 친근하게 '언니-동생'하며 상부상조해서 절치부심 훈련에 집중 열심히 해서 11월에 대한민국의 많은 눈들이 여자농구 경기에 집중하게 했으면 좋겠습니다.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대한민국 여자농구대표팀 파이팅~!!을 마음속으로 우렁차게 외치며 어설픈 관전기를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 양팀 선수 기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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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원진아도 잘했지만..최원선도 좀 기대가 되었던거 같네요..하지만 슈팅력은 좀 아쉬웠습니다..그렇지만..힘은 있어서 꽤 클거 같네요..그리고 공격력은 정미란이 복귀하면 좀 좋아질거 같네요..
글 잘 읽었습니다. 케이디비 팬으로서 아쉬움이 많이 남는 게임이었지만 김진영선수 빨리 제 페이스 잡으시고 님의 말씀대로 피터팬 원진아선수 유망주라는 꼬리표 빨리 떨치고 오늘처럼 그리고 더욱 더 분발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