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선물! (隨筆)
影園 김인희
해마다 크리스마스가 돌아오면 오 헨리의 소설 <크리스마스 선물>을 생각하게 된다. 오 헨리는 <마지막 잎새>의 작가로 널리 알려지기도 했다. 오 헨리가 살았던 때 뉴욕은 빈부격차가 매우 심했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돈과 명예를 쥐고 부유하고 권세를 누리는 사람들을 부러워했다. 오 헨리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고 관심조차 받지 못한 가난하고 평범한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하는 작품들을 썼다고 전해진다. 그중 한 작품이 크리스마스 선물(The Gift of the Magi, 1906)이다.
크리스마스 선물의 내용은 익히 알려진바 가난하지만 서로 애틋하게 사랑했던 부부에 대한 이야기다. 부부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준비하고 싶었으나 가난해서 돈이 부족했다. 남편에게는 시곗줄이 없는 시계가 있었고 아내에게는 윤기 나는 아름다운 금발의 머리가 있었을 뿐이었다.
부부는 서로 모르게 서로를 위해 크리스마스 선물을 준비했다. 남편은 시계를 팔아서 아내의 아름다운 금발의 머리에 꽂을 핀을 샀다. 아내는 윤기 나는 아름다운 머리카락을 팔아서 남편을 위해 시곗줄을 샀다. 부부는 서로의 모습을 바라보고 선물을 확인하고 부둥켜안고 울었다.
오 헨리의 소설 <크리스마스 선물>을 처음 읽었던 때가 언제였는지 기억이 선명하지 않다. 그러나 소설을 처음 읽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크리스마스 선물이라고 감동했던 기억은 아직도 빛바래지 않았다.
성인이 된 딸 秀珍이가 들려준 말이 있다. 친구들이 연인에게 받은 크리스마스 선물을 인스타에 올리는데 수백만 원을 주고 산 가방이라고 한다. 상대 연인에게 줄 선물 또한 수백만 원을 주고 산 명품시계라고 한다.
나는 秀珍이에게 오 헨리의 크리스마스 선물에 나오는 부부의 선물에 대해 듣고 싶었다. 다행히도 딸은 크리스마스 선물에 대한 감동을 잊지 않고 있었다. 나는 딸에게 역설했다. 선물의 가치는 가격에 있지 않고 선물을 준비한 마음에 있다고. 소설 속의 부부는 자신들이 가진 가장 귀한 것을 팔아서 서로에게 꼭 필요한 선물을 준비했다. 물론 그 선물이 소용없는 것이 되었지만 부부는 서로의 사랑에 대해 전율하지 않았는가.
秀珍이가 말했다. 친구들의 인스타를 보면 자랑하고 보여주기 식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구들처럼 명품 백 하나 정도는 있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딸은 엄마인 내게 솔직하게 대답해달라고 하면서 명품 백 갖고 싶지 않느냐고 물었다.
나는 잠시 망설였다. 지인들이 말하는 명품 백의 이름을 말할 수 있을 만큼 알고 있다는 것이 주저하게 했다. 지인이 생일 선물로 남편에게 백화점에서 명품 가방을 받았다고 했을 때 나도 모르게 ‘부럽다’라고 말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러나 나는 한 번도 명품 가방을 갖고 싶다는 생각은 없었다.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가방을 갖느니 그 값어치의 책을 갖고 싶다고 했었던 기억을 떠올렸다. 나는 자랑스럽게 秀珍이에게 ‘엄마는 명품 가방 갖고 싶지 않아. 혹시라도 가족 중에 누군가가 명품 가방을 선물로 사준다고 하면 그 값에 상당하는 책을 사달라고 할 거야.’하고 말했다.
秀珍이는 헤실 웃으면서 나를 꼭 껴안았다. 秀珍이는 “엄마, 감사해요. 나는 엄마가 정말로 좋아요. 우리 엄마는 확실히 달라요. 엄마, 중학교 때 친구들이 우리 집에 왔을 때 엄마는 친구들을 일일이 껴안아 주고 떡볶이를 만들어 주었어요. 그때부터 내 친구들은 엄마를 좋아해요. 요즘도 제 블로그에 탑재한 글을 읽고 댓글을 달아줄 때 엄마 안부를 물어요. 내 친구 승혜는 엄마를 롤 모델로 정했다고 했어요.”라고 말했다.
秀珍이는 친구와 함께 크리스마스를 보낸 동영상을 보여주었다. 코로나-19 때문에 사람들이 많은 장소를 피해서 조용한 곳에서 보드게임 놀이를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고 했다. 친구들의 수백만 원하는 선물과 비교할 수 없이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다고 했다. 내가 참으로 잘했다고 칭찬해 주었더니 秀珍이는 자신도 엄마처럼 명품 가방의 값어치만큼 책을 사겠다고 했다. 엄마가 그토록 책에 빠져드는 이유를 알겠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크리스마스이브에 서점에 들러 책을 한 권 샀다. 독서를 좋아하고 글을 잘 쓰는 예비 시인에게 어울리는 책을 고르고 책 속에 용돈을 감추어서 전달했다.
秀珍이가 독서실 가는 길에 이른 봄날 아스팔트 틈에서 꽃을 피운 노란 민들레에 발목 잡혀서 한참을 앉아 있었다고 했을 때 기뻤다. 가끔 秀珍이와 저녁에 궁남지 산책을 갔을 때 벤치에 앉아서 별을 찾으면서 탄성을 지르던 모녀였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고개를 돌려 쳐다보았을 때 우리 모녀는 킥킥대면서 목소리를 낮추곤 했다. 길을 걷다가 유기 고양이를 발견하면 발을 동동 구르면서 먹을 것을 주고 싶다는 秀珍이다.
나는 언제까지나 秀珍이가 맑고, 밝고, 아름답고, 순수하게 자신을 지켜주기를 바란다. 양서를 골라 읽으면서 필사를 하고 블로그에 발자국을 남기고 감동의 메시지를 호들갑스럽게 엄마에게 들려주는 모습이 변치 않기를 바란다. 명품에 시선을 빼앗기지 않고 이웃을 향하여 따뜻한 손을 내밀어 주는 아름다운 여인이 되기를 바란다.
나는 크리스마스에 사랑하는 남편으로 부터 예쁜 장갑을 선물로 받았다.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은 장갑을 손에 끼고 따뜻한 감촉을 느끼면서 잠시 침묵했다. 그 장갑을 사기 위해 상점에 가는 모습, 예쁜 장갑을 선택하는 정성, 포장하는 동안 기다리는 시간, 나에게 선물이 오기까지의 여정이 그림처럼 스쳐갔다. 그 마음을 고스란히 느끼면서 감사가 넘쳤고 온몸을 전율했다.
“상기인은 2022학년도 전기 일반대학원 박사학위과정 입학전형에 합격하였음을 통지함.” 중부대학교 박사과정 합격통지서도 크리스마스 선물이다. 왜 박사과정을 공부하려는지 수없이 자문했다. 문인으로서 현상을 바라보는 안목을 넓히고 사물을 보는 관점의 수를 늘리겠다고 자답했다.
나는 문학을 사랑한다고 자주 고백한다. 문학이 곧 나의 호흡이고 생명이라고 역설했다. 문학은 나의 이상형이라고 주창했다. 나는 문학을 떠나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고 문학이 없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라고 고백했다.
하여 문학의 산맥을 더 높이 오르려고 한다. 별을 보고 걸어온 문학의 여정이었다. 나도 누군가에게 별이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꿈을 꾸었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 가없는 자맥질이었다.
시간이 시나브로 흐르고 내 머리 위에 흰 눈이 살포시 내리는 노년이 되면 후배들을 위해 전부를 내어주고 싶다. 나의 말과 글이 곧 나의 품격(品格)이 되어 나를 스스럼없이 내어주고 싶다. 그리하여 나이 들어서 더 할 일이 많은 사람이 되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