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퇴진투쟁 여론조사, 바르게 해석해야
"국민 4명 중 1명이 도덕적 경고 차원이 아니라 '아예 내려와라'라고 하는 것이죠. 구호에는 선전, 선동, 행동의 구호가 있는데 ‘퇴진투쟁을 벌여야 한다’는 26%는 ‘행동’의 구호에 동의하는 겁니다"..."민주노동당의 지지자 중 80% 이상이 찬성했다" "한나라당 지지자 중 5.5%가 찬성했다" "이것은 놀라운 것" "5% 정도의 지지율을 받는 민주노동당의 주장은 선도적일 수밖에 없는 것인데 이에 비했을 때 대단히 높은 것이고, 한국 정치지형상의 포지션을 감안한다면 굉장히 높은 것"(7월 31일 민주노동당 간부 <민중의 소리>인터뷰)
선전선동과 대적투쟁은 불꽃처럼 뜨겁게, 정세분석과 방향설정은 얼음처럼 차깝게 해야 한다. 자칫 올바른 전략전술 구사를 망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위의 주장과 인식은 이와는 정반대다. 차가운 머리가 아니라 뜨거운 가슴으로 여론조사 결과를 오독(誤讀)함으로써 사실을 왜곡하는 측면이 없지 않다.
우선, 2009년 7월 25일~26일 실시한 한길리서치 여론조사는 이명박 대통령 퇴진운동에 대해 별첨과 같이 평가하고 있다.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명박 퇴진운동 찬성 26.3%(적극 찬성 9.2%+다소 찬성17.1%) 가운데 한나라당 지지자 5.5%, 자유선진당 지지자의 19.1%가 포함되어 있는데, 이들이 '이명박 퇴진 운동'의 행동구호에 찬성했다는 분석이 과연 옳을까? 보수13.3%, 중도29.6%, 진보40.9%로 정치성향이 분류되는 찬성26.3% 모두가 '이명박 퇴진 운동'의 행동구호에 찬성했다는 주장이 과학적인가? 민주당 지지자의 49.1%는 물론이고 민주노동당 지지자의 80.2%도 그 모두가 '이명박 퇴진 운동'의 행동구호에 찬성하고 있다고 볼 수 없을 것이다.
행동구호란 무엇인가? 역사적으로 진보운동, 특히 진보정치가 굳이 선전-선동-행동 구호를 분류해온 까닭은, 국민대중의 ‘불만과 염원’-‘분노와 요구’-‘투쟁과 참여’ 의식과 정서의 단계를 정확히 반영해 올바른 전략과 전술을 구사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이명박 퇴진운동 찬성 26.3%(적극 찬성 9.2%+다소 찬성17.1%)가 MB퇴진 선전, 선동 구호를 넘어 행동 구호에 찬성하는 국민들이란 말인가?
만일 그렇다면 이미 MB퇴진투쟁이 본격화되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국민대중의 MB퇴진투쟁이 단기적 전면적으로 행동단계에 들어선 것이다. 그러나 최근 거리시위 동참 등 어떤 형태로든 MB퇴진투쟁에 행동으로 참여하거나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결코 국민 4인 중 1인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반MB 시국 선언이나 서명에의 국민 참여는 MB 규탄-심판-퇴진과 민생 민주 평화 투쟁에의 참여이지 결코 단기적 전면적 MB퇴진투쟁 동참이라고 간주하기 어렵다. 야4당+시민사회단체 주최로 개최된 권역별 반MB 시국대회가 MB퇴진 시국대회였는가? 각계 시국선언이 MB퇴진촉구선언이었나?
이명박 퇴진운동 찬성 26.3%은 MB퇴진투쟁 동참을 의미하는 행동구호 찬성이 아니라, MB에 대한 불만-분노-투쟁이 혼재된 퇴진 요구이며, MB퇴진에 대한 선전-선동-행동 구호 종합에 대한 찬성표시라고 해석해야 할 것이다. MB퇴진투쟁의 행동구호에 동의한 국민은 적극 찬성 9.2% 미만으로 보는 것이 정확할 것같다. 왜 9.2% 미만인가? 적극 찬성 9.2%에 보수6.0%, 중도9.7%, 또는 한나라당 지지자 2.7%, 민주당 지지자 13.1%가 포함되어 있으며, 이들 모두가 MB퇴진투쟁 행동구호에 찬성한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민주노동당 지지자 중 80% 이상이 MB퇴진투쟁의 행동구호에 찬성했다는 주장도 아전인수격이긴 마찬가지다. 적어도 민주노동당 지지자들은 용산학살, 쌍차 정리해고, 미디어악법 강행, 공안탄압의 MB OUT, 민생파탄, 민주유린, 남북악화의 MB 퇴진을 간절히 바라고 이를 선전할 의사가 있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민주노동당 지지자 80% 이상이 반MB투쟁 아니라 선도적 MB퇴진투쟁의 행동구호에 찬성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 민주노동당 지지자의 80.2% 중 39.8%만이 MB퇴진운동을 적극 찬성했기 때문이다. 나머지 40.4%는 소극적으로 찬성하고 있을 뿐이다. 단기적 전면적 선도적 MB퇴진투쟁에 미온적임을 말해준다.
더구나 그 상이 천차만별인 '선도적 MB퇴진투쟁'에 일면적으로 치중하면서 반MB투쟁과 결합한 정책적 대응, 정치적 대안 마련, 2010년 지방선거의 충실한 준비, 진보정치대연합 강력 추진을 통한 희망의 정치세력 부각, 진보정치 비전의 제시가 부재한 현재 민주노동당의 기조를 찬성했다고 볼 수 있겠는가? 민주노동당 지지자 80% 이상이 이명박정권 퇴진투쟁에 찬성했다고 그 방침의 정당성을 주장할 게 아니라, 그렇게 MB퇴진투쟁을 선도적으로 외쳤음에도 왜 민주노동당 지지자가 국민 3.5%밖에 되지 않는가를 깊이 헤아려야 할 것이다. MB퇴진운동 찬성 20대 42.4% 가운데 민주노동당 지지율이 얼마나 되는지 한번 살펴보라.
선도적인 MB퇴진투쟁 위주로 민주노동당의 차별성과 우월성을 찾고, 민주노동당의 지지율을 올리는 데는 명백한 한계가 있다. 또 반MB투쟁의 양과 질을 높이지 않은 채 MB퇴진투쟁이란 높은 구호만으로 대중의 지지를 온전하게 이끌 수 없다. 반MB 시국회의를 시군구로 확대하는 동시에 일반민주주의 과제만이 아니라 특히 각종 반신자유주의 의제를 매개로 반MB투쟁의 질을 높이고 중도세력을 반MB반신자유주의투쟁으로 확고하게 견인하는데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87년 6월 항쟁에서 알 수 있듯이, 전면적 MB퇴진투쟁 단계에서 가능한 범국민운동본부 구성 제안도 시기상조다. 당장에는 타 정당과 시민단체, 진보인사들의 폭넓은 동의와 광범한 참여가 어렵다.
정책당대회의 “이명박 정권 퇴진시키고...”라는 결정을 단기적이고 전면적인 MB퇴진투쟁이 아니라 장기적 점차적인 MB퇴진투쟁으로 확대 해석해야 한다. 지금은 쌍용차 노동자 '함께 살자' 투쟁, 미디어악법 원천 무효 투쟁, 용산학살 진상 규명 투쟁, 학자금지원조례 제정, 무상급식 쟁취 투쟁, 온갖 탄압과 회유와 협박 저지투쟁 등 반MB 민생 민주 평화 쟁취 투쟁을 통해 MB퇴진투쟁의 선전단계에 맞는 민주노동당의 역할을 충실히 할 때다. 투쟁성, 진정성만 강조할 게 아니라 실력과 대안을 보여줘야 노동자, 민중의 확고한 믿음을 얻을 수 있다. 21세기는 자주시대다. 노동자, 민중이 다 알고 있다. 아직 반MB전선이 약하고 희망의 대안정치세력이 없는 상태에서 선도적 MB퇴진투쟁 행동구호로 당장 총궐기할 그런 민중들이 아니다.
따라서 MB퇴진투쟁을 5단계로 나누고 단계별 투쟁을 벌여야 한다. 1단계 올 연말 정기국회 막바지 총력투쟁까지 모든 의제, 모든 투쟁을 소재로 반MB투쟁의 양과 질을 확대, 강화하고, 2단계 10월 재보선을 거쳐 내년 6월 지방선거까지 MB한나라당을 중간 심판해 MB정권의 밑둥치를 허물며, 3단계 권력이완과 서민불만이 가속화되는 2011년 봄~여름까지 MB OUT 제2의 촛불항쟁을 불러일으키며, 4단계 2012년 4월 총선까지 진보대연합당 건설과 선택적 민주대연합전술로 한나라당을 최종 심판하고, 5단계 2012년 12월 대선까지 한나라당 재집권을 저지하고 자주적 민주정부 또는 자주적 민주연합정부를 수립함으로써 이명박 한나라당정권을 영원히 끝장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