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로 읽는다! 중국도감> 독후감
이 책은 중국 내 34개 행정구역의 역사, 문화, 사회, 정치, 종교, 인종, 지리, 산업, 현재의 문제점과 미래의 전망까지를 망라한 보고서이다. 그 행정구역에는 22개 성과 4개 직할시(베이징, 상하이, 텐진, 충칭), 5개 자치구(네이멍자치구, 광시좡족자치구, 티베트자치구, 닝샤후이족자치구, 신장웨이우얼자치구) 그리고 타이완, 홍콩, 마카오를 포함한다. 전에는 막연히 큰 나라라고만 생각해 왔던 중국에 대해서 막상 읽고 나니 상상을 초월한 실체를 느낄 수 있었다. 각 행정구역마다 보유하고 있는 엄청난 면적, 풍부한 에너지자원과 광물자원 그리고 13억 6천명에 달하는 인구수는, 1978년 개혁개방 후 30년 동안 매년 GDP의 10% 성장율을 달성하여 2010년에 일본을 제치고 미국과 함께 G2의 일원으로 올라설 수 있게 한 중요 요소들이다.
하지만 유구하고 찬란한 역사 유물들과 수려한 자연환경들이 경제발전이라는 이름 하에 파헤쳐져서 훼손되거나 파괴되어 책에서나 볼 수 있게 되어가는 상황이 안타깝다. 더욱이 중부의 일부와 서부지역의 급속한 사막화와 무모한 개발로 인한 지반침하 현상 그리고 대기를 포함한 환경 오염은 자연재해에 가까운 피해들로 그 중 몇 가지는 이웃나라인 우리에게도 직접적인 피해를 준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개인적으로 중국이 제발 중진국 트랩에서 빠져나와 주력산업이 지금의 제조업에서 서비스산업으로 이동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그래야 사막화와 환경오염을 막을 여유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55개 소수민족이 인구수는 전국민의 8퍼센트에 불과하나 차지하고 있는 면적으로는 전국토의 60퍼센트에 달한다. 그 일부 지역에서 티베트 독립운동, 세계위구르대표회의, 동투르키스탄 이슬람운동 등 소수민족의 독립운동들이 최근에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중국 중앙정부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이 자치구들 모두가 변방에 몰려있고 주변국들과 동일 종교와 동일 민족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막대한 에너지 자원과 광물자원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중앙정부는 이들 지역의 생활 수준 향상을 위하여 다른 성들과의 연계해서 고속도로와 철도망을 거미줄처럼 엮어놓는 교통 인프라에 지속적인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아울러 잉여자원들은 서로 교환하도록 하면서 중국 내 상호 의존도를 증대시키고 있다. 소수민족의 개별 독자생존이 불가능한 환경을 조성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중국공산당에 의해서 통치되는 국가다. 중국공산당은 국민들의 직접투표에 의해서 국정을 위임 받은 적이 한 번도 없다. 1921년 13명의 대표가 상하이에 모여서 회의를 한 이래로 반제 반봉건 투쟁을 승리로 이끌고 1949년에 중화인민공화국을 건국하여 역사적 정통성을 획득하였다. 그러나 1966년부터 1976년까지 10년의 문화혁명 기간 동안 1,000만명이 사망하고 4,000만명이 박해를 받으며 통치의 정당성이 훼손되자 경제성장을 통해서 이를 다시 회복하기 위해 1978년 개혁개방의 길로 나아가게 된다. 이후 중국공산당은 소련이 택했던 정치 민주화(선거 민주화)는 일시에 혼란을 초래하고 안정기에 접어들기 위해서는 수십 년의 시간이 필요한 점을 간파하고, 싱가포르식의 정치개혁을 채택하여 정치제도화를 꾀하고 있다.
중국공산당 조직은 8,600만명 당원(전국민의 6.3%)과 각급 당 조직을 기반으로 하여 중국을 통치한다. 매 5년마다 전국대표대회를 개최하는데 2,270명의 대표는 공산당 조직 내 각 선거구에서 투표로 선출된다. 전국대표대회는 376명의 중앙위원을(정위원 205명, 후보위원 171명) 투표로 선출하며, 중앙위원들은 25명의 정치국위원을, 정치국위원들은 7명의 정치국상무위원들을, 정치국상무위원들은 중국공산당 총서기를 선출하는 선거 매커니즘을 가동한다. 총서기의 임기는 5년이며 대개 중임을 한다. 현 중국공산당 총서기이자 국가주석인 시진핑은, 개혁개방 이후 등샤오핑에 의해서 지명된 인사가 아닌, 위의 선거순서에 의거하여 최초로 최다득표를 한 인물이다. 따라서 이것이 그의 정치개혁 드라이브가 여태까지와는 달리 힘이 실리고 급격하게 추진될 수 있는 배경임을 알 수가 있다. 그가 중국의 4대 불균형인 도시와 농촌의 차이, 지역간의 차이, 계층간의 차이, 민족간의 차이 등을 정치개혁으로 극복할 수 있는 지는 우리 모두가 주의 깊게 지켜봐야 될 점이다.
마지막으로 이 책의 중국인 저자가 현재 별개의 국가인 타이완을 중국의 34개 행정구역 중 하나에 포함시켰다는 사실이, 중국인들이 타이완을 바라보는 보편적인 시각이라는 생각이 든다. 부러운 부분이다. 서로 무력을 앞세워서 대치하고 있는 우리의 현재 상황이, 타이완 기업들이 1978년 이후 40년 가까이 중국 본토에 1,000억-1,500억불을 투자하면서 다져놓은 저들간의 신뢰관계와 같을 수는 없지만 말이다. 과거 냉전시대에 중국과 타이완이 첨예하게 대립하며 포격전을 펼쳤던 진먼도에서, 지금은 그 포탄의 파편으로 만든 부엌칼을 특산품으로 팔고 있다. 우리도 휴전선을 천혜의 관광지로 만들고 그 안에 묻혀있는 대인지뢰들을 파내서 관광상품화 하는 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해 본다. 그 다음에 통일의 날이 오겠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