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별 관리에 관하여 >
사별과 슬픔
용어의 정의
Bereavement (사별): 애착의 대상을 상실한 상황. 가까운 관계에 있는 사람, 혹은 사랑하는 사람을 잃음.
Grief (슬픔): 사별에 대한 심리적, 정서적 반응.
상실로 인하여 생기는 심리적 반응이나 느낌.
Mourning (애도): 슬픔의 사회적 표현. 각 문화 및 종교에 따른 특별한 애도 의식과 행동을 포함한다.
Anticipatory Grief (예기 슬픔): 사별의 예견에 따른 심리적, 정서적 반응.
완화 의료적 돌봄은 사별 관리를 포함한다. 환자가 말기 질환을 앓고 있을 때 가족들에 대한 솔직하고 주의 깊은 배려는 사별로 인한 슬픔을 감소시킬 수 있다. 완화 의료 팀에 속해 있는 사회 복지사, 심리학자 혹은 정신과 의사가 사별과 관계된 문제점들을 예측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고, 필요하면 지지 및 치료를 제공해 줄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 가족과 친구의 도움, 그리고 시간이 성공적인 사별 관리에 필요한 전부라고 할 수 있다. 완화 의료에서 일하는 사람은 정상적, 비정상적 사별이 각각 무엇인지 알 필요가 있는데 이로써 필요한 경우 도움이나 상담이 제 때에 제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종교적, 문화적, 개인적으로 나타나는 반응이나 행동이 다양하기 때문에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정상적인 슬픔의 여러 가지 단계
슬픔의 반응을 여러 단계로 구분 짓는 것은 다분히 인위적이고 또한 비정상적이라고 말할 수 없는 수많은 다른 형태의 반응들이 있지만 이런 분류는 개념적인 틀을 제공하는데 도움이 되고 특별한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별 반응들의 정의를 쉽게 해 준다.
예기 슬픔의 단계 (phase of anticipatory grief)
암과 같은 질환의 말기 단계에서 죽음이 곧 닥칠 것이라는 사실이 분명해지면 가족들은 눈앞에 다가와 있는 상실에 대하여 불안, 분노와 같은 슬픔의 증후나 다른 정서적 반응들을 나타낼 수 있다. 이러한 예기 슬픔은 환자를 집에서 돌볼 때 더 많이 일어나는 것으로 보인다. 예기 슬픔이 환자의 사후에 슬픔 반응의 심각한 정도를 감소시키는지에 관해서는 논쟁이 있지만 충격이나 급격한 슬픔은 감소시키는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예기 슬픔은 말기 질환이 오래 끌 때 일어나는 경향이 있으며 이 반응이 지나치게 심하거나 너무 일찍 발생했을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다. 가족들은 정서적으로 버려졌다는 느낌에 괴로워하는 환자로부터 물러서 있게 될지도 모른다. 특히 환자의 상태가 일시적으로 호전되었을 때 더 문제가 되는데 이는 가족들로 하여금 정서적인 면에서 환자에게 이미 작별을 고한 환자와 다시 관계를 만들도록 요구하기 때문이다.
급성 슬픔의 단계(phase of acute grief)
가족 구성원의 죽음에 대한 즉각적인 반응은 극히 절제된 받아들임에서 히스테리의 형태까지 아주 다양하게 나타난다. 통곡을 하는 것은 일부 문화권에서는 당연한 것이지만 다른 문화권에서는 인정되지 않는다.
급성 슬픔의 반응은 수 시간에서 수일 사이에 시작된다. 필요에 따라 (죽어 가는 환자를 간호하는 일에서 육체적으로 회복할 필요 혹은 중요한 일들을 조직하고 책임을 맡는 필요) 급성 슬픔이 지연될 수 있고 또는 장례식이 끝난 후에 개인적으로 슬퍼하고 싶기 때문에 지연되는 경우도 있다. 지연된 슬픔이 사별 후 2주 이상 지난 다음에 시작된다면 그 반응이 심각하고 만성적이 되기 쉽다.
급성 슬픔의 반응에 앞서 무엇이 일어났는지 머리로는 받아들이지만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충격, 무감각의 기간이 있다. 이것은 가족들로 하여금 모든 필요한 일들을 처리할 수 있게 하고 장례식의 괴로움을 지나 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면이 있다. 다음으로 여러 가지 임상적인 양상이 나타날 수 있다. 불안 (사랑하는 이의 상실, 안전의 상실, 일상 생활의 변화 등으로 인한)이나, 초조, 안절부절, 비활동성, 무감동, 위축 등이 있으며 죄책감을 동반하는 우울 증상들이 나타나는 것이 보통이다. 죽은 이를 애타게 찾고 그리워하며 그에게만 몰두하는 증상이 있을 수 있다. 드물지 않게 분노가 나타나며 죽은 이나 돌보던 사람과 환자의 치료를 맡았던 기관 등으로 분노가 향할 수 있다. 낮에는 피곤하고 지친 상태로 있다가 밤에는 불면증을 보이는 것이 흔하다. 다른 신체적 증상으로 식욕부진, 설사, 심계항진 등이 나타나며 죽은 환자가 경험했던 것과 비슷한 증상을 호소할 수도 있다.
급성 단계는 대개 6주 정도 지속하지만 그 이상 길어지는 것도 비정상이라고 할 수는 없다. 단기간 밤 시간에 진정제를 투여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지만 특별한 치료는 필요 없다. 이 기간에 치료자는 지지를 제공해야 하고 가족이 사별을 슬퍼하는 것과 슬픔을 보이는 것이 수용될 만한 일이라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급성 슬픔 반응들
쇼크, `무감각`
비 현실감
울음
불안 식욕부진
초조 설사
목적 없는 행동,
비 활동성
빈맥
분노 피로
몰두 불면증
죄책감을 포함한 우울 증상들
만성 슬픔의 단계(chronic phase of normal grief)
위에 언급된 급성 슬픔의 증후들은 차차 소실되고 무감동, 사회적 위축, 슬픔과 우울 등이 수 주일에서 2년까지도 지속된다. 이 기간에는 불안과 불면이 지속되며 방향성이나 목적의식이 없는 것이 보통이다. 이 기간에는 지지를 해 주어야 하고 판단하지 않으며 진실한 느낌을 표현하도록 허용할 필요가 있다. 사별 그룹에 참여해서 같은 연령의 다른 유족들로부터 도움을 받는 것이 유익할 수 있다.
회복의 단계(resolution phase)
회복이 시작되면 앞에서 언급되었던 여러 증상들이 없어지고 목적이 있는 일을 시작하게 된다. 이 때에는 슬픔 없이 고인에 대한 기억들을 회상 할 수 있게 되고 죄책감이나 불안감 없이 새로운 대인관계를 시작하게 된다. 사별을 경험한 사람들은 이러한 정상적인 슬픔의 과정들이 정서적 심리적 성숙과 개인적인 성장을 도와준다고 느낀다.
비정상적인 사별 반응
장기적으로 지속되며 어떤 면에서 심각하거나 비정상인 슬픔의 반응들은 병적인 반응으로 간주된다. 그러나 이의 판단은 지극히 주관적이며 명확한 기준이 설정되어 있지 않다.
억제된 슬픔(inhibited grief)
사별의 외적인 증후가 거의 없는, 억제된 슬픔의 반응이 성인에게 나타날 경우 대개 비정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경우 생활 양식의 변화가 초래되는데 죽은 이를 생각나게 하는 모든 것을 회피하게 되고 이전의 사회적 관계가 깨지며 흔히 불안과 과민성, 우울 등을 보인다. 약물 치료보다는 상담을 통하여 치료하는 것이 좋다. 애도 반응을 나타낼 수 있도록 유도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고통스럽더라도 고인에 대해 생각할 수 있도록 또 어떤 분노나 죄책감이라도 표현할 수 있도록 도움을 받는 것이 좋으며 다른 가족과 함께 이런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도 좋다.
만성적 슬픔(chronic grief)
해결되지 않는 슬픔으로도 불리는 만성적 슬픔은 시간이 지나도 급성기 슬픔의 증상과 증후들이 지속되는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만성적 슬픔이 나타날 수 있는 위험요인이 여러 가지 있다. 환자는 불안이나 건강 염려증을 보일 수 있지만 우울한 증상이 대개 더 잘 나타난다. 소수의 환자에서 주요 우울증을 의심하게 하는 진행된 증상을 보이고 때에 따라 자살 경향을 동반하기도 한다. Bowlby는 이러한 만성적 슬픔이 나타나는 이유로 해결되지 않은 과거의 상실을 들어 설명하고 있다. 즉 현재 밀접하게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사람을 잃었을 때 과거에 밀접하게 관계를 형성했던 사람에게서 위안을 구하게 되는데 그 대상이 이미 사망한 경우 그 상실의 슬픔이 다시 되살아 나거나 처음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사별의 결과 나쁜 예후를 보일 수 있는 위험인자
초기 단계에 우울 증상을 동반하는 심각한 어려움(distress)
예상하지 못한 죽음
어린이의 죽음
억제된 슬픔
고인에 대한 높은 의존성
치료
대부분의 사별 가족들은 특별한 치료를 필요로 하지 않고 가족과 친구의 도움으로 시간이 지남에 따라 회복된다.
사별 관리는 환자의 사망 전에 가족들에게 환자의 상태와 예상되는 수명을 있는 그대로 설명해 줌으로써 시작된다. 사별로 인한 슬픔이 가족의 문제이므로 의료진과 함께 가족 회의를 갖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환자의 죽음이 예견될 때 가족들에게 이를 알려 주고 환자와 가족이 함께 있도록 한다. 특히 환자가 집에서 치료를 받았을 경우 환자를 잘 돌본 것에 대하여 가족을 칭찬해 주도록 한다. 유족과 이야기를 나누거나 편지를 씀으로써,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있거나 질문이 있을 경우 언제든 만나러 올 수 있도록 초대를 하는 것이 좋다.
추후에 가족들을 다시 만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편지나 전화로 만날 약속을 하는 것이 좋고 이렇게 함으로써 가족들은 돌봄을 받는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으며 병적인 사별 반응을 발견하는데 도움이 된다. 유족이 도움을 요청할 경우 경험이 있는 사별 전문 상담가나 정신과 의사에게 의뢰할 수 있다. 사별한 가족들이 서로 만나고 도움을 받는 사별 관리 모임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른 상황에서는 특별한 도움이 필요한지 판단하는 것은 그 가족을 수년간 잘 알아온 주치의의 책임이 된다.
어린이의 사별 반응
어린이, 특히 학령기의 어린이는 부모의 죽음을 맞았을 때 특별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남은 부모가 심각한 사별 반응으로 괴로워하는 경우 문제가 더 심각하다. 죽음이 예상될 때 부모의 죽음에 대하여 어린이를 잘 준비시킬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필요한 경우 전문적인 지지적 상담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어린이의 사별 반응은 행동 문제나 훈육 상의 문제라는 형태를 취할 수 있고 신체적인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흔히 있다. 또한 불안정감, 분노, 죄책감 등이 일어날 수 있다. 사별한 어린이를 추적 관찰했을 때 사회적 성취 및 학업 상의 성취를 저해하는 부적응적인 행동이 증가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런 경우 상담을 받게 하는 것이 유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