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하십니까?
손석오. 석옵입니다.
지난주 경주 동마에 이어 이번주에는 new balance RUN ON (에잇, 그냥 뉴발 하프)을 뛰었습니다.
배번인데요. 무료참가입니다. 이 무료 참가 하려고 지난 12월부터 8월까지 매주 금요일 저녁 압구정 매장엘 21번이나 갔습니다. 들인 공력이 아깝게 생각 될 수 있지만 덕분에 도가니 김현태 선배님을 알게되고 또 그로인해 제가 이곳 정마사에 오게 되었으니 제게는 공력이 아까울건 없습니다.
배번 하단에 노란게 있는데요. 골드라벨입니다. VIP 참가자 라는 건데요. VIP가 되려면 뉴발 제품을 30만원 이상 구매를 하거나 뉴발어플을 깔고 일정기간동안 많은 거리를 뛴 25명에 들어야 하는데요. 저는 둘다 하지 않았습니다. 아는 동생이 자기는 어플순위로 가고 제 이름으로 물품을 구입했습니다.
VIP의 특전은 여러가지가 있었는데요. 일반 참가자와는 조금 많이 위화감이 느껴질 만큼 차이 인지 차별인지 있었습니다. 맛사지도 편하게 받고 도시락도 고급이고 다방커피도 마시고 간식도 편하게 먹고 티셔츠도 하나 더 받고... 무튼 아는 동생덕에 호사를 누렸습니다.
빨간건 기본 티셔츠 이고요 파란건 VIP 완주자에게만 주는 거내요.
도착 사진입니다. 기록이야 그렇다 치지만 사진까지 이렇게 빨리 보내 줄줄은 몰랐습니다. 다른 여타의 브렌드 대회보다 뉴발이 진행이나 운영면에서 깔끔합니다.
좀 이상해 보이는 포즈는 피니쉬 직전에 진행자가 멋진 포즈 부탁한다고 해서 나름 허세를 부렸습니다. ㅎㅎ.
이런 사진도 찍내요. 브렌드 대회가 이런게 재미있어요.
레이스 이야기 하겠습니다.
대회 한참 전부터 저를 VIP롤 만들어준 동생이 자기 하프 처음 뛰는데 120을 만들어 달라는 겁니다. 이놈이 스피드 있는건 알지만 그정도는 아닌데 나몰레 얼마나 운동을 했길레 이런소리를 하나 미친거 아닌가 싶었습니다. 그레서 딱 잘라 120은 나도 못한다. 내가 요즘 몸이 올라오기는 해도 밤샘 야근하고 120은 못한다. 그랬더니 그럼 124 만들어 주세요. 그러더군요. 124는 어려운게 아니니 잘 따라 오기나 하라고 그러고 뛰었습니다.
시작하니까 여러사람들이 치고 나가더군요. 그러자 경험이 없는 동생이 움찔 하더군요. 신경쓰지 말고 붙어서 오기나 하라고 했습니다. 3분 50 55초로 한 7키로 가니까 후배가 힘들다는 신호를 했습니다. 그래서 그전에 알려준 쑛피치를 하게 했습니다. 조금 안정을 시키고 다시 끌고 가기를 몇번을 했습니다. 그러다보니 페이스는 4분 4분 몇초 이런식 이었습니다. 그러다 14키로를 넘어가니 죽는 소리를 합니다. 그런데 한 2-30미터 앞에서 두사람이 뛰는게 보이는데... 금방 잡을 수 있겠는데 동생은 죽겠다 그러지... 나 그만 갈란다 했더니 안돼 가지만 쫌만 더 있다가 가요 하니 차마 버릴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뚝방길이 끝나는 17키로 까지만 끌고 가겠다고 하고 끌었습니다. 그랬더니 앞에 두사람이 점점 멀어집니다. 뚝방길이 끝나기만을 기다렸습니다. 동생에게 내 임무는 끝났다. 살아서 들어오라고 하고 두사람 잡으러 갔습니다. 레이스의 맛은 후반추월입니다. 50미터 이상 벌어진걸 600미터 가량 가서 추월하고 쭉쭉 가는데 한참 앞에 또 한사람이 보입니다. 폼이 제가 아는 다른 동생입니다. 작년 이대회에서 119를 찍었던 첫 하프에 120을 찍었던 괴물입니다. 근데 오늘은 좀 아닌 것 같습니다. 20키로 지점에서 붙었습니다. 그러자 이동생이 어! 형이내 하면서 확 치고 나갔습니다. 야! 좀 봐줘라. 이동생의 스피드는 잘 아는 터라 오늘은 아니구나 싶었는데 얼마 못가서 형 무릎아파서 못가겠어요 하고 페이스를 놓더군요. 부상이 있는건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좀 봐준것 같습니다. 고맙다고 하고 마지막 질주를 했습니다. 결승 아치가 보입니다. 사회자가 7등 들어옵니다. 멋진 세리모니 보여주세요. 하기에 살짝 허세를 부렸습니다.
시계를 봤는데요. 개인 기록을 살짝 넘어 간 것 같아서 살짝 아쉬웠는데요. 전송된 문자 기록은 아슬아슬하게 최고 기록을 세웠습니다.
종전 저의 하프 기록은 작년 11월 부천 복사골 대회에서 기록한 1시간 21분 51초 였습니다. 1초를 당겼습니다.
그리고 제가 버리고 간 그 동생은 그래도 어찌어지 안퍼지고 1시간 24분 32초라는 첫 하프 치고는 굉장히 좋은 기록을 달성했습니다. VIP만들준 값을 한 것 같아서 제가 더 좋았습니다.
그리고 그 동생이 들어와서 쉬면서 자기의 자만에 대해 고백을 했습니다.
"저는 형이 서브3을 편하게 했다니까 진짜 그런줄만 알았어요. 근데 진짜 그게 아니란걸 확실히 알겠어요. 형은 저를 끌어준 속도로 끝까지 간다는 거 아니예요? 형이 진짜 멋있어 보이고요. 풀코스 뛰시는 분들은 시간에 상관없이 다들 존경스러워요."
"이제 알겠냐? 그레도 너의 오늘 레이스는 굉장한 레이스였어. 첫 하프에 124가 말이 되냐? 나도 135였어."
뭐... 이런 저런 말들이 있겠습니다. 처음부터 최선으로 뛰었다면 119도 하지 않았을까 하는 것 부터 해서 등등... 뭐 그런데요. 그렇습니다. 저 이번레이스 최선을 다한 레이스 아니였구요. 또 마지막 대쉬에서 호흡을 다 쏟아 내지도 못했습니다. 그래도 웃도 떠듭니다만... 제 자신에게는 불만입니다. 속상합니다. 할 수 있는데 안했고 못했으니까요. 지난 목요일 훈련때도 감독님께 칭찬을 들었습니다만 저는 제 자신에게 불만 이었습니다. 마지막에 다 쏟아 내질 못하니까 진짜 찜찜했어요. 속상해요.
이런 제 속내를 모 선배님은 아실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저는 글쟁이는 아님니다만 모 선배님이 글자체가 가볍고 재미도 없다고 하시는데요.
명심보감에 원수를 맺지말라 높은산 깊은계곡에서 만나면 피하기가 어렵다는 말이 있습니다. 아마도 그 선배님과저는 정마사가 高峯峽處(고봉협처) 인것 같습니다.
다른글 하나 더 인용 해봅니다. (어쭙잖은 석옵의 변)
로마인 이야기를 쓴 시오노 나나미는 자신의 저서 로마인 이야기에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교육을 통한 학습의 효과는 공급자의 능력보다는 전적으로 수혜자의 능력에 좌우된다.] 고 하였습니다.
그렇습니다. 아무리 유능한 선생이라도 돌에 광택을 낼 수는 있지만 다이아로 바꾸지는 못합니다.
다시말해 풀코스 12초 당기고 하프 1초 당긴 저는 능력이 모자란 학생입니다.
ㅎㅎ
마지막 사진 하나로 이번 레이스 후기 갈음합니다. 고맙습니다.
첫댓글 석옵님 하프 1시간21분도 편하게 뛴거맞죠 ㅋ 베스트 컨디선에 베스트를 다했다면
119도 가능했을것 같아요
나날히 일취월장 하시길 바랍니다
ㅋ
121을 편하게
우와 대단한준족이군요
기대됩니다 중앙
고생하셨습니다...완전 멋있습니다.
대단하군요!
앞으로 본인 노력여하에따라서 마스터즈계 특급선수로 거듭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타고나는 선수는 일부이지만, 근성있는 훈련을 통해서 노력하는 러너가 최고의 자리에 설수 있습니다.
타고난 절대 스피드를 잘 살려서 사관학교의 기둥으로 우뚝 서시길 기원합니다.
지금 훈련과정을 보면 118~119분대의 기록대임은 분명합니다.
사진과 참가기 잘 봤습니다.
항상 격려해 주시는데 기록으로 보답하지 못해 죄송합니다.
득이 독이 될지 모르겠습니다만 남은기간동안 하체 근력운동을 하기로 했습니다. 겨울엔 멀쩡하던 무릎이 지금은 아픈 이유가 근력운동을 못해서 인듯합니다.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