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기부의 위력
얼마 전 의사 학부모와 행정실장의 도모로 모 고등학교에서 시험지를 빼돌린 사건이 일어났다더니 이번에는 광주 모 여고 교사들의 성희롱 사건으로 세상이 시끄럽다. 무려 11명의 교사가 180여명의 여고생을 상대로 성희롱, 성추행을 했다니 말이다.
인간을 기르고 가르친다는 교육현장에서 이러한 일이 일어났다니 참으로 기가 찰 노릇이다. 도대체 인간을 가르친다는 교사는 어디에 있단 말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심지어 여학생을 성추행 할 때 ‘너 대학 안 갈래? 생기부에 기록한다.’라고 협박까지 했다니 이는 무엇인가? 학생에게는 대학 진학이 생명인데 그 생명줄을 가지고 농락을 했다니 말이다. 이는 교육도 없고 교사도 없는 파렴치한 추행과 희롱만이 남는 범죄행위가 아니고 무엇인가?
사람이 짐승을 훈련시킬 때 먹는 밥을 가지고 조련을 한다고 한다. 물개가 사람의 뜻대로 공을 잘 들어 올리면 고등어를 한 마리 던져주고 그렇지 않을 경우 굶긴다는 것이다. 그런데 학생에게 대학 진학을 가지고 그것을 거론하며 성추행과 성희롱을 했다니 이는 교사이기 이전에 인간이기를 거부하는 극악한 행위가 아니고 무엇인가?
자식을 기르며 학교를 보내본 학부모는 다 잘 알 것이다.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하는 학생에게 생기부를 기록하는 교사는 하늘이라는 것을 말이다. 제 자식의 미래 명줄을 쥐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기에 그 교사에게 눈을 아래로 내리깔며 아첨해야 할밖에 없는 것이다. 자칫 밉보였다가는 저 교사가 내 자식의 생기부에 토시 하나라도 잘못 기록해 버리면 어쩔까? 하고 노심초사 하는 것이다. 그것을 잘 알고 있을 학생도 소위 선생님이라는 자의 뜻을 거부하기가 매우 힘들 것이다. 대학진학이라는 자기 장래를 쥐고 있으니까 말이다. 입시지옥의 학력고사 제도를 없애고 생기부 기록만으로도 수시로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 인간화 전인교육의 길을 연다, 참으로 말은 번지르르 했다.
그러나 이 땅의 교육문제라는 입시지옥, 과외열풍은 전적으로 대학문은 비좁은데다가 일류대, 이류대, 삼류대, 지방대를 나누는 그 서열화에 있었고 그 서열화에 따라 인간을 차별 대우하는 사회적 풍토에 있었다. 그에 대한 답은 대학 서열화를 없애고 비좁은 문을 활짝 여는데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사회적 풍토를 전면 개선하여 어느 대학을 나오거나, 대학을 아예 아니 나오거나를 불문코 인간으로서 평등 대우를 하는데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러한 근본적인 문제는 전혀 개선하지 않고 예를 들자면 100미터 달리기 선수들에게 어차피 1등을 한명 정해 놓고 그에게만 모든 혜택과 영예를 안겨주고는 달리는 방법만 수없이 바꿔가며 연구 개선해 보았자 말짱 헛일인 것과 마찬가지 인 것이었다.
참으로 살기 힘든 세상이라고들 한다. 그리하여 공무원 철밥통 소리가 오래전부터 나오더니 그러한 말의 실상은 이 땅의 모든 직업이란 것이 밥자리 이상도 이하도 아닌 그러한 것으로의 전락을 의미하는 것이었고, 교사도 그 예외가 결코 아니라는 것이 아니고 무엇인가!
과열 경쟁을 없애고 생기부를 통한 수시 대학 진학 뜻은 좋았으나 결국 교사라는 고양이에게 생선 맡긴 꼴이 되고 말았지 않았는가! 더구나 치맛바람에 사회경제적으로 내로라는 부모를 둔 예를 들면 의사 학부모의 시험지 빼돌리기 같은 은밀한 수작이 가능케 한 제도가 되고 말았다. 차라리 그럴 바엔 독재정권 때 고등학생의 데모를 막기 위해 누군가 고안했다고 하는 내신이고 뭐고 전부 없애고 예전처럼 학력고사 시험 하나만으로 대학 합격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더 인간적이지 않을까 싶다.
인간화 전인교육 말만 그렇지 학생들은 실상 인간 없는 교육 현장에서 여전히 과외 열풍에다 대학진학에 골머리를 끙끙 앓고 있다. 거기에다가 학부모와 학생은 생기부 기록을 노심초사 염려하며 교사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고통까지 가중되고 말았다. 교사가 그래도 인품이 방정하다면 천만다행인데 그렇지 않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지 않은가! 그러한 사태가 바로 오늘의 11명의 교사 180여명 여고생 성추행, 성희롱 사건이다. 아마도 빙산의 일각일 확률이 농후하다고 들 생각하는 학부모들이 많을 것이다. 그러기에 오늘도 말 못하고 낑낑 고민만하는 학생과 학부모들이 많지 않을까 싶다.
이 땅에서 정권만 바뀌면 제도가 바뀌고 한 번도 성공하지 못한 것이 교육정책이다. 누구도 시원하게 근본적인 해법을 제시 못하는 교육 정책, 이 땅의 교육 현장에서 일어난 저러한 일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지 않겠는가.
첫댓글 닉이 제가 생각하는 한자음이면..
그람시의 '기동전'이 떠오릅니다.헤
어느 조직사회인건
심지어 통일이나 노동쪽이건
이상한(?) 넘들은 항상 존재했습죠.
닉 언급해서 죄송하고요..
좋은 글,
잘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