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3. 10.
월드 베이스볼 한일전. 양국 프로 선수들끼리 붙으니 실력차가 확연하다. 이순철 해설위원은 참담하다고까지 말했다. 그런데 선배들이 쌓은 위상을 후배들이 무너뜨렸다고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당시 선배들이 붙은 일본 팀은 지금과 같은 프로 정예 멤버가 아니라 사회인 야구팀 멤버들이었다. 사회인 야구팀과 붙어서 이긴 것이 어쩌면 더 자존심 상하는 일인지도 모른다. 사회인 야구팀과의 경기에서 이긴 것을 자축할 것이 아니라 프로 팀과 붙지 못한 원인을 철저하게 분석하고 준비했어야 했다.
지금 한국 야구의 모습은 갑자기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의미이다. 선배들의 안이함이 현주소가 된 것이다. 일본 프로야구팀이 우리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하다는 것을 일반인인 나도 안다. 아무리 한일전은 무조건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더라도 기본적인 실력이 비슷해야 가능한 것이다.
현실을 직시하지 않으면 성장할 수 없다. 실력차를 인정하고 우리의 기본 실력부터 다시 되짚어 보아야 할 것이다. 야구를 좋아하고 잘하는 사람들의 층이 두터워야 좋은 선수가 배출될 수 있다. 일본은 초중등학교에 야구팀이 엄청 많다고 한다. 사회인 야구팀도 많고 그들이 월드 베이스볼에 나와 우리와 비슷한 수준으로 경기를 할 정도이다. 우리는 과연 그만큼 층이 두터운가.
내가 어렸을 때는 동네에 야구하는 아이들이 천지였다. 공 하나와 야구 배트, 글러브만 있으면 남자 아이들 누구다 모여서 할 수 있는 운동이었다. 학교 운동장에서도, 아파트에서도 말이다. 어디 야구만 좋아했나. 공 하나만 있으면 어디에서든 남자 아이들이 축구를 하며 놀았다.
요즘 야구를 하는 아이들을 나는 동네에서 거의 본 적이 없다. 야구 선수를 어릴 때부터 꿈꾸는 아이가 아니면 전부 학원 다니느라 놀이로써 야구를 할 시간이 없는 것이다. 야구에 대한 관심도 자연스레 없을 수 밖에 없다. 국내 프로야구 관중이 줄어드는 현상이 괜히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남편은 더이상 못 보겠다며 자러 들어갔지만 나는 끝까지 볼 것이다. 좋은 경기만 볼 수는 없다. 뼈아프지만 부족한 경기를 끝까지 볼 수 있는 것도 배움이다. 역사의 한 장면이기도 하고. 오늘 경기가 단순한 하나의 경우가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우리 스포츠의 고질 적인 문제를 제대로 들여다볼 수 있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운동이든 배움이든 기본이 중요하다. 1등을 위해 빨리빨리 성장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기본기를 차근차근 쌓아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빨리빨리 문화를 이제는 버려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