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를 사는 지금, 2022년 3월까지 정착하며 살아가고 있다.
처음엔 도망으로 넘어온 제주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이곳으로 넘어온 나는
모든 상황을 극복하고, 오히려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어쩌면 이 도망이 운명인 거겠지.
나와 맞는 주파수를 가진 제주.
나는 현재 이곳에서 미래를 그리고,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제주는 대한민국 최고의 휴양지이다. 하루에도 수십만 명 이상이 방문하는 이곳. 오름, 바다, 산 어딜 가도 많은 여행자와 사람들이 붐빈다.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 하지만, 제주를 사는 내게 사색의 장소가 필요하다. 사람이 없는 곳. 오롯이 나만이 즐길 수 있는 그런 장소가 말이다. 오늘 소개할 이곳은 그런 곳이었다. 은은하게 흐르는 듯 고여있는 저수지와 고요한 분위기 속에서 날아드는 새들만이 존재하는 그런 곳. 하지만, 지금은 조금씩 입소문을 타고 있어 조금은 아쉬움이 남는다. 오늘 소개할 이곳 그 이름은 '수산 저수지'이다.




수산저수지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애월읍 사순리
물메라 불리우던 수산리. 물메오름 주변에 형성된 이 마을에 수산저수지가 있다. 1959년 3월 식량 생산을 목적으로 '농업용 저수지' 기능을 하게 만든 이 저수지는 1960년 12월 준공되었다. 제주에는 보기 드물게 큰 저수 면적과 수량을 자랑하고 있으며 조성 당시 주변에 수산봉과 사찰이 있고, 수산저수지 옆엔 제주도 천연기념물로 보호받는 곰솔도 있어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한다.
1980년대 말엔 수산저수지 주변을 위락 시설과 유료 낚시터로 개발하였고, 낚시꾼과 관광객을 유치할 계획으로 보트장과 야외 풀장, 식당이 들어서 유원지로 활용하였으나, 지금 현재 수산저수지 주변엔 식당과 수영장으로 사용되었던 건물, 놀이 시설이 방치되어 있다.




수산저수지 여행기
수산저수지는 내게 힐링의 장소였다. 마치 월대천처럼 말이다. 그 이유는 조용한 사색을 즐길 수 있다는 데 있었다. 제주의 대부분 여행지는 많은 사람이 찾는다. 심지어 여행지가 아닌 곳도 사람이 많다. 조용한 여행지라 해도 조금은 왁자지껄함이 묻어있는 제주. 여행을 사랑하는 나지만서도, 가끔은, 아주 가끔은 혼자 사색을 즐기고 싶을 때가 생긴다. 그럴 때마다 나는 이곳 수산저수지를 찾았고, 그곳에 주차를 하고, 차 안에서 낮잠을 자거나, 책을 읽거나 수산저수지를 크게 한 바퀴 걷는 것을 좋아했다. 하지만, 지금은 이곳 수사저수지도 유명해져 조금은 아쉬움이 남는다. 그 이유는 수산봉으 그네 때문인데, 그곳에서 찍는 인생 샷이 많은 사람에게 공감을 샀고, 그로 인해 수산저수지가 조금씩 각광받기 시작한 것이다. 내게는 좋은 이야긴 아니지만, 수산저수지가 사랑받는 것만으로 조금은 만족해 보기로 했다.




수산리저수지를 찾은 건 정말 오래간만이었다. 요새 바쁜 일상과 스트레스 받는 일이 전부였던 내게 힐링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계속됐다. 그래서 나는 쉬는 날, 무조건 수산리저수지로 여행을 하자 마음먹었고, 쉬는 날, 곧바로 수산리로 떠났다. 애월의 바다를 드라이브로 살짝 맛본 뒤, 곧바로 수산리저수지로 떠난 나는 넓은 주차장 한 편에 주차를 하고 차 시트를 뒤로 젖힌 뒤 낮잠을 청했다. 고요함 속에 들려오는 새소리와 살짝 내린 창문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은 내게 힐링을 선물했고, 스트레스가 바람을 타고 조금씩 날아가고 있음을 깨달았다. 나는 그 기분이 좋아 한 시간가량 낮잠을 잤고, 완벽히 풀린 스트레스를 뒤로한 채 책을 한 권 읽기 시작했다. 책의 잔잔한 내용과 수산저수지의 분위기가 알맞아 오롯이 '힐링'으로 다가온 시간. 책을 좋아하는 내게 이 시간이 얼마 만인가 되새겨 보면서도 그만큼 바쁘게 살았다는 내 자신에게 이런 시간을 자주 주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책을 반쯤 읽은 나는 북마크를 그 자리에 끼워두고, 수산저수지 한 바퀴를 걸어보기로 했다. 제주에선 큰 규모의 저수지지만, 원래 고향이 포천인 내겐 이 저수지의 크기는 큰 편이 아니었다. 포천의 산정호수, 고모리 저수지까지 큰 규모의 저수지가 즐비한 곳에서 자랐고, 그곳을 많이 걸었던 나기에 이곳은 내겐 가벼운 산책과 힐링으로 다가왔다. 내가 이 저수지를 사랑하는 이유는 길 위에 놓인 천연기념물 곰솔이 한몫을 했다. 수산저수지 물에 닿을락 말락 할 정도로 크게 자란 곰솔은 웅장하면서도, 그 세월이 고스란히 느껴져 고목의 포근함을 선물하는 이 나무는 수산저수지에 없어선 안 될 아름다운 존재였고, 저수지 풍경을 더욱 사랑스럽게 만드는 것이었다.
그렇게 약 20분 정도 만에 한 바퀴를 돌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 나는 곰솔 뒤에 있는 동백, 수산봉 위에 있는 사찰까지. 모든 사랑스러운 것들을 눈으로 담았고, 이곳 수산저수지를 찾은 목적을 정확히 이루고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대게 많은 사람들은 바쁘게 살아가고, 평일이라는 일상을 일로 보낸다. 그렇기에 우리는 탈출구, 쉼의 장소가 필요하다. 내게 이곳은 그런 장소였다. 만약 쉼이 필요하다면, 제주를 여행하는 중에 많은 사람 때문에 지쳤다면, 조금은 특별한 이곳 수산저수지를 가보자. 이곳에서 낮잠도 자고, 사색도 즐기고, 평소에 필요한 힐링까지 경험한다면 아무리 아름답고, 좋은 여행지보다 이곳이 더 좋은 여행지가 아닐까.
그리고 이곳 옆에 있는 수산봉은 현재 SNS로 인해 유명해지고 있다. 그 이유는 그네와 수산저수지를 한 번에 담아 인생샷을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힐링과 인생샷 두 개 다 챙길 수 있는 곳. 그게 공항에서도 멀지 않은 수산리에 있음을 집고 넘어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