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20 에덴동산을 지킨 두루 도는 화염검은 무엇인가?
이같이 하나님이 그 사람을 쫓아내시고 에덴동산 동쪽에 그룹들과 두루 도는 불 칼을 두어 생명나무의 길을 지키게 하시니라(창 3:24)
이 구절을 현대인의성경으로 읽어보자. “이와 같이 하나님은 그 사람을 쫓아내시고 에덴동산 동쪽에 그룹 천사들을 배치하여 사방 도는 화염검으로 생명나무의 길을 지키게 하셨다." 이런 내용을 읽을 때 독자들의 마음은 어떠한가? 서늘한 느낌이 드는가? 따스한 느낌이 드는가? 당연히 전자이다. 그야말로 두렵고 슬픈 추방이요 가슴 아픈 이별이다. 역사 이래로 이 그림을 그린 거의 모든 성경 삽화는 그 묘사가 대동소이하다. 큰 칼을 든 천사가 슬픈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는 아담과 하와를 에덴 밖의 길로 안내하는 모습이다. 이런 그림들이 이 구절의
진정한 의미를 잘 전달하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오히려 왜곡하는가?
이 구절이 뜻하는 바를 바르게 이해하는 것은 '그룹들'에서부터 출발할 수 있다. 그룹은 하나님의 보좌 가까이에서 그분을 옹위하는 천사들이다. 성경은 거듭해서 하나님을 “그룹 사이에 계신 이스라엘 하나님 여호와”(사 37:16; 시 80:1; 99:1)라고 부른다. 이러한 이유로 그룹의 형상이 법궤와 성막의 휘장 위에 있었다(출25:18; 26:1, 31). 특별히,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가장 거룩한 물건이었던 법궤 위 뚜껑인 '시은좌' 혹은 '속죄소'(mercy seat)는 두 그룹 천사로 옹위되고 있었다. 하나님은 “두 그룹 사이에서 내가 이스라엘 자손을 위하여 명할 모든 일을 이르리라"(출 25:22)고 하셨다. 이 그룹이 나중에 지어진 솔로몬 성전에서는 성전벽과 문들에도 새겨졌다(왕상 6:29 32, 35) 그룹은 하나님의 임재를 옹위하는 천사들이다. 그러므로 그룹이 있으면 하나님이 계신다.
'화염검'이라고 번역된 히브리어 라하트 하헤레브를 직역하면 '불 칼', 즉 '화염검'이 아니라 '칼 불', 즉 '검의 화염' 혹은 '칼의 광채', 즉 ‘검 빛’이다. 정관사 하가 붙은 헤레브가 구성형이기 때문이다. 또 '두루 도는'으로 번역된 함미트하페케트는 어떤 것에 의해서가 아니라 그 스스로 자체적으로 회전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니 많은 그림들이 묘사하듯이 나타난 것은 '불칼도 아니고 더군다나 그룹들이 들고 있는 것도 아니다. 그것은 스스로 회전하는 칼 모양의 광채였다. 그것은 그룹 천사들 사이에 하나님이 임재하실 때 수반되는 영광의 빛이 나타나는 모습이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그 영광의 빛을 세키나(shekinah)라고 불렀다. 흥미롭게도 여기 "그룹들과 두루 도는 화염검을 두어”라고 할 때의 '두어'의 원형이 셰키나가 파생된 동사인 샤칸이다. 세키나는 바로 이 동사에서 왔다. 엘렌 G. 화잇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하고 있다.
사람의 타락 후에 생명나무를 지키도록 즉시 거룩한 천사들이 명령을 받았다. 이 천사들 주위에는 번쩍이는 칼 모양의 광선이 번쩍였다(부조, 60).
하나님의 영광이 그룹 천사들이 경비하는 낙원의 문에 나타났다. 하나님의 영광이 그룹 사이에 나타났으며 후에는 이것을 세키나라 불렀다. 이곳으로 아담과 그의 아들들이 하나님을 예배하려고 나아왔다(부조, 62).
결국 이곳은 에덴에 있던 첫 부부를 추방하고 그들로 하여금 다시 들어오지 못하도록 금지하는 장소가 아니라 추방된 그들을 다시 만나기 위해 하나님께서 임재하시는 장소였다. 그러므로 이 장면을 그림으로 묘사한다면 아담과 하와가 공포와 슬픔에 잠겨 에덴을 등지고 돌아서 있는 모습이 아니라 소망과 믿음의 표정으로 에덴을 향하여 나아오는 모습으로 그려야 할 것이다. 화잇은 다시 그 사실을 다음과 같이 확인해 주고 있다.
그룹 천사가 지키던 낙원의 문에는 하나님의 영광이 나타나고 이곳으로 처음 예배자들이 나왔다. 이곳에 저들의 제단이 쌓이고 저들의 제물이 바쳐졌다. 가인과 아벨이 제물을 가져오고 하나님께서 저들과 교통하시려고 내려오신 곳도 이곳이었다(부조,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