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누군지 알아!”
(정균화복지칼럼 :주필, 회장, 교수)
신년에는 우리 모두 구시화문(口是禍門)을 되새깁시다. 口是禍之門(구시화지문)이란? “입은 재앙을 불러들이는 문이다.”라는 뜻으로 전당서(全唐書 )설시편(舌詩篇)에 나오는 한 구절이다. 물고기가 입을 잘못 놀려 미끼에 걸리듯, 입을 함부로 놀리는 사람은 그 순간의 잘못한 입으로 화를 자초하는 법이다. 입구(口)자 세 개가 모이면 품(品)’자가 된다. 자고로 입을 잘 단속하는 것이 품격의 기본이다.
입이란 무엇인가? 음식물이 입에 들어가야 사람은 에너지를 확보할 수 있고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 사람이 먹는 음식물이 어디서 왔는가를 따져보면 땅 (地) 에서나온 것들이다. 인간이 먹는 음식물이란 땅의 지기(地氣)를 받고 자라 것들이다. 이렇게 보면 입은 지기가 들어가는 곳이다. 그러면 천기(天氣)가 들어가는 곳은 코다. 사람은 코를 통해서 산소를 흡입 한다. 산소는 바로 천기가 아닌가, 천기를 흡입하는 코와 지기를 섭취하는 입의 사이에 있는 부위가 바로 인중 (人中)이다. 사람의 가운데란 뜻이다.
이 부위가 인중이라는 이름이 된 이유는 천기와 지기의 중간이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이유는 인중 위쪽으로는 구멍이 2개씩이다. 인중을 중심으로 위로는 음이 아래로는 양이 배치되어있는 상황이다. 여기서 입의 위치를 다시 살펴보면 인중 아래로 양(陽)이 시작되는 지점이다. 인체의 양은 입에서부터 비롯된다. 달리 표현하면 인간 만사가 입에서부터 시작된다는 의미다. 입은 화(禍)가 들어오는 문(門) 이라는 의미이다. 말 한마디로 이 세상은 남이 되고 이혼하고 원수가 되고, 옥고를 치루고 더 나아가 이념의 전쟁까지 하게 된다. 입을 조심하고 혀를 조심하고 말을 삼가라는 것은 인간 세상이 존재하는 한 유구한 진리다.
최근 입단속을 잘못해 많은 사람들이 구설수에 오르내리고 있다. 우리사회가 발전하면서 인간의 사고·행동양식도 다양한 형태로 변화되고 있다. 고도 산업사회로 황금만능 풍조가 시대흐름으로 오늘날 인간의 행동양상 특징은 돈과 관련된 이기적이고 극단적인 세태와 불가분의 연관성을 보인다. 최근 인간행위의 두드러진 특징으로 갑 질과 ‘묻지 마’식, 무차별적 막말의 행태를 볼 수 있다.
지난 1월 4일 오후, 온라인 SNS에 '백화점 모녀 갑 질'이란 동영상과 사연이 화제가 되었다. 고객으로 보이는 한 모녀(母女)가 아르바이트 주차요원을 무릎 꿇리고 폭언하는 내용이다. 주차 알바생의 안내를 무시한 이들은 주차 직원을 무릎을 꿇게 하고 뺨을 때렸다는 충격적 보도였다. 또 서울 황학동의 한 대형마트에서도 고객 37살 박 모 씨가 마트 보안요원과 직원을 폭행한 사건이 뒤늦게 알려졌다. '내가 누군지 아느냐'며 약 30분 동안 난동을 부렸고, 이 과정에서 보안요원이 박 씨에게 맞아 피를 흘리기까지 했다. "내가 그럴만한 집안이기 때문에 소리 지르는 거야. VIP 고객한테 XXXX이야, 몇 억 씩 쓴 사람한테?" 경찰은 폭행과 상해 등의 혐의로 박 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온 나라가 뒤숭숭한 문건사건과 대한항공 '땅콩 회항' 사태 등 사회 각층에서 갑 질이 벌어지는 황당한 사건들의 연속이다.
이런 논란이 우리 사회에 끊이지 않는 것은 서비스노동자를 천시하는 사회적 분위기와 ‘손님은 왕’이라는 후진적 문화와 무 개념 안하무인[眼下無人]식 막가파 수준이다. 실제 서비스직원들과 같은 감정 노동자의 스트레스는 일반 직종에 비해 높다고 한다. 이들은 늘 고객들 앞에서 친절함을 보여야 되기에 자신의 감정을 표출하기 힘들다. 많은 서비스 업종 종사자들이 우울증, 자기비하, 감정부조화 등 심리적 불안정을 겪는 경우가 많다. 얼마 전 아파트 경비원, 교수, 치과 의사의 성폭행 등 비슷한 묻지 마, 갑 질 범죄가 연달아 발생했다. 특히 가진 자들과 갑 질의 위치에 있는 자들이 먼저 나서서 약자에 대한 배려와 겸손으로 사랑을 실천하고 베푸는 문화가 무엇보다 절실하다.
이러기 위해서는 가정·학교·사회가 연대하여 인성교육을 강화하고 묻지 마 및 갑 질 범죄 대상자들에 대한 종교단체·시민단체의 관심과 선도활동 또한 활성화되어야한다. 최근 벌어진 서초동 세 모녀 살인사건은 아버지라 할 수없는 인면수심(人面獸心)사건이다. 이러한 무책임한 범죄는 남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는 물론 더 나아가 국민적 수치다. 이런 범죄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우리 모두 주변에 배려와 관심,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어 양극화 해소를 해야 한다. 심리적으로 권력을 잡게 되면 자기중심적이 되고 타인에 대한 배려심이 사라지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갑 질이 이토록 극성을 부리는 것은 우리 사회가 결국 초보적인 교육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어렸을 적부터 집에서 가르쳐야 할 예절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해서다. 공부 못하는 아이, 집안 안 좋은 아이, 가난한 집 아이와 놀지 말라고 대놓고 가르치는 부모가 가장 많은 나라가 우리나라라고 한다. 이러다 보니 우리 부모의 모습은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자식들은 무엇보다도 필요한 '남을 배려하는 삶'의 인성교육보다 학교성적에 목숨을 거는 잘못된 자녀교육의 폐쇄적인 환경의 결과물이다. 결국 공부 잘해서 돈 많이 벌고 갑 질의 자리와 고액 소득자가 되는 것이 지상 최대 목표가 되였다. 이렇게 제대로 인성교육이 안 된 사람이 돈을 많이 가졌을 때 생길 수 있는 모든 부조리의 행태가 최근 몇 건의 사례로 대변해주고 있다. 가정에서 남을 배려하는 삶을 가르치지 않고, 성공해서 돈 많이 벌어 높은 사람이 되라는 데에 우리 교육의 초점이 맞추어져 있으니 끊임없이 비인간 적인 행동들이 반복되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다시금 각 계 각 층의 리더들이 나서서 모범이 되고 우리 사회를 나눔과 배려의 복지사회로 개선해야겠다. 지금 우리에겐 너무도 주변에 배려하는 삶이 절실하다. 한국 사회의 뿌리 깊은 상하관계 문화가 사회지도층의 ‘갑 질’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아직도 봉건사회적인 ‘귀족’ 개념이 사라지지 않고 자신의 권력을 보여주고 싶다는 이유로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전형적 특권의식의 발현이라고 본다. 이런 가치관이 뿌리 깊어 ‘을’도 ‘갑’의 위치에 오르면 ‘갑 질’을 하게 된다. 올해는 더욱 복지사회로 가는 길에 사회전체가 이런 무례한 막말, 갑 질, 폭행 등 대한 엄중한 사법처리와 책임을 물게 될 것”이라는 잣대로 우리 모두 스스로 반성하고 구사화문을 되새기자. “내가 누군지 알아!” 는 말을 입 밖에 내뱉는 순간 본인은 인면수심 인간이라는 닦지가 붙는다는 사실을 알아야한다.
(주: 이글은 정균화 동문의 글로 제가 배열을 다시 한 것입니다.엄효섭)
첫댓글 잘보이도록ᆞ배려해주신 엄동문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