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25일 수요일
맑음
뽀르또마린에서 곤사르를 지나 빨라스 데 레이까지 24km
새벽 4시30분에 미사를 드리기로 했으나 우리가 묵은 알베르게Ferramentiero는 130여명을 수용하는 대형 알베르게인지라 순례자들 중에 새벽 4시에 일찍 일어나 준비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새벽 미사를 드릴 수 없다. 빨라스 데 레이에 가서 미사를 드리기로 했다.
신부님은 먼저 출발하시고 우리는 7시쯤 출발했다.
산티아고에 입성할 날이 가까워지자 한걸음 한걸음 아껴 걷게 된다.
8km를 걸어 곤자레스 호스텔에서 잠시 쉬었다. 한국인 순례자들이 참 많이 보인다. "다음 Bar에서 기다릴깨요." 라고 바오로씨가 그들에게 반갑게 인사를 건네고 또 다음 마을로...
1시간 걷고 Bar에 들려서 먹고 마시고 쉬고 하면서 쉬엄 쉬엄 갔더니 4시 가까이 되어서야 우리가 예약한 Buen Camino 알베르게에 도착했다.
어제 숙소 예약을 할 때 캡슐형 알베르게 센도이라는 full이라고 해서 아쉽지만 예약을 못했고, 몇군데 알베르게에 전화를 했더니 모두 full이란다. 숙소가 없을까봐 걱정했는데 마침 Buen Camino 알베르게에 예약이 되어 들어 왔다. Bar에 낯익은 수레바퀴가 보인다. 방 하나에 이층침대 5개가 놓여있는데 넓고 깨끗하다. 우리 셋 모두 1층 침대에 들어 갔다.
Palas de Rei(왕의 궁전이라는 뜻) 마을에서는 매일 저녁 7시에 순례자를 위한 미사가 있다는 공지를 보았다.
레스토랑에서는 7시가 되어야 음식을 먹을 수 있다고 한다. 길양식으로 가볍게 식사를 하고 저녁 미사에 참석했다.
우리 신부님과 현지 신부님 4분이 공동으로 미사 집전을 하셨다. 미사 후 주례자 신부님이 모든 순례자들을 위해 강복해주셨다.
미사 후에 우리나라 순례자들이 신부님께 반갑게 인사를 드렸고 함께 기념 사진을 찍었다.
김영대 바울라씨와 에스더씨는 못내 아쉬워하면서 신부님과 차라도 한잔 나누고 싶다면서 Bar에 들어갔다. 신부님이 그동안 찍은 사진을 보면서 감탄을 한다. 그리고 한국인 신부님을 이곳에서, 게다가 산티아고 입성 직전 800km 힘든 길 막바지에 만나 뵙게 되어 얼마나 기뻐하는지 신부님을 바라보는 그들 얼굴이 환하다. 그리고 그들이 마음에 품은 이들을 위해 기도해달라고 마사예물을 드린다.
신부님과 매일 미사를 드리면서도 당연한 것으로 생각했었던 내가 부끄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