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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재를 믿으십니까?
많은 사람들이 영양제에 의지하는 요즘입니다.
"너무 소리 질러서 지금 목이 아파요. 챙겨 먹어야 될 것 같아요. 거의 다 세 개 정도."
"그리고 종합 비타민 좀 드시면 효과가 좀 좋은 것 같으세요?"
"그냥 기분 탓인지 느낌이... 종합 영양제랑 피로 해소에 좋은 거 먹어요."
잠을 많이 못 자는 편이었습니다. 하루에 한 4시간 자면서도 영양제들을 최대한 많이 먹으려고 하죠.
영양제 시장 규모는 6조 원을 육박했습니다.
"비싼 거 드셔. 비싼 게 좋은 거야."
효과와 효능을 기대하며 지갑을 열지만 기만당한 것입니다. 제품들을 엄청 비싸게 팔고 지금 떼돈을 벌고 있는데, 이거는 지나치단 표현보다 선을 넘었습니다. 이런 데는 그냥 제약회사 문을 닫아버려야 돼요.
영양제, 어디까지 과학이고 어디서부터 마케팅일까요?
6년 전 그는 암 진단을 받았습니다. 수술과 항암 치료를 견뎌내고 회복 중이던 어느 날, 신문에서 광고 하나를 보았다고 합니다.
"수술하고 나왔으니까 몸보신 해야 될 거 아닙니까? 그런데 좋다니까 해본 거지. 광고에 나오니까 호한 거 아니겠어요?"
먹는 알부민 영양제였습니다. 간이 알부민을 충분히 만들어내지 못하는 사람은 부족한 알부민을 채워주면 된다, 수술 후 회복이 필요한 분들에게 권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혈중 알부민 수치가 걱정이던 그는 기대를 품고 영양제를 샀습니다. 2개월 복용 후 혈액 검사를 받았는데요.
"23년 2월 달에는 알부민이 4.1 나왔거든. 그런데 검사하니까 알부민 수치가 3.6으로 떨어졌단 말이야."
열심히 영양제를 먹었는데 수치는 오히려 더 떨어졌습니다. 광고와 다른 결과에 실망한 그는 제약 회사에 항의를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아무런 답변도 듣지 못했습니다. 환자로서 절박한 마음에 알부민을 샀던 그는 사기당한 기분이었다고 합니다. 남은 영양제는 보관하고 있습니다. 증거물로 말이죠.
"아, 이걸 왜 남기겠어? 이 비싼 걸 진작 다 먹어 버렸지. 그런데 효과가 없으니까. 아니, 알부민이 좋아져야 되는데 안 좋으니까. 효과도 없는 걸 파니까... 이걸 다 사면 팔 거 아니야."
몇 년 전부터 고급 영양제로 인기를 얻기 시작한 먹는 알부민. 암을 극복하고 건강을 되찾은 비법, 면역력이 떨어지고 감염병에도 취약해지는 이유가 알부민 때문이라며 홈쇼핑을 통해 대대적으로 판매되면서 먹는 알부민 제품은 약 1,200종까지 난립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알부민을 먹으면 정말 혈중 알부민 수치가 올라갈까?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간암과 싸우고 있는 70대 환자. 간경변에서 간암으로 악화됐다고 합니다.
"조금 빠진 것 같아요. 돌덩이 같아. 이렇게 탁 던지면 돌이 부딪히듯이..."
그는 거의 매일 알부민 주사를 맞습니다. 정맥 주사 형태의 사람 혈청 알부민입니다.
"이거는 천천히 투여할 거예요. 4시간 정도 걸릴 거고요."
간경변 환자들에게는 이처럼 혈관에 직접 알부민을 투여해 혈중 알부민 수치를 올립니다. 체내 알부민 합성 능력이 떨어진 환자들을 위한 치료제인 것입니다.
"알부민을 저희가 치료 목적으로 사용할 때는 정맥 주사로 사용을 하고요. 알부민 수치가 낮으면서 복수가 있거나 급성 신장 손상이 있거나 의학적으로 적절한 적응증 하에 사용해야 하는 전문의약품입니다."
사람 혈청에서 추출한 알부민으로 만든 정맥주사 알부민과 계란 흰자 단백질이 원료인 먹는 알부민. 두 가지는 이름만 비슷할 뿐 분자 구조도 완전히 다릅니다.
"오발부민(Ovalbumin), 우리말로 난백 알부민 이렇게 표현을 하는데, 난백 알부민이라고 하니까 진짜 알부민 같잖아요. 잘못 이름 붙인 알부민입니다. 사실 오발부민은 오브(Ovo)하고 하이픈을 넣은 알부민도 아니고 그냥 오발부민이라는 단어예요. 혈청 알부민이 아니고 오발부민, 다른 물질이죠. 그래서 사실은 화학 구조도 전혀 다릅니다. 심지어 그 난백 알부민을 정제해서 사람한테 주사제로 주면 사람은 굉장한 면역 반응으로 쇼크가 올 겁니다."
특히 절실한 암 환자들은 먹는 알부민 광고를 보며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먹는다는 알부민 제품에는 대체 어떤 성분들이 들어 있을까? 성분표를 보니 규칙적인 생활을 강조하면서 달걀 흰자 분말은 고작 1% 미만 들어있습니다. 식품 유형은 건강기능식품도 아니고 '혼합 음료'입니다.
"혼합 음료예요. 건강기능식품도 아니고 혼합 음료. 여기에 지금 단백질이 한 5g 정도 들어 있어요. 어, 이거는 달걀 하나 정도 되겠네."
프라이나 삶은 달걀에 들어 있는 난백 알부민과 다를 바가 전혀 없습니다. 알부민 영양제를 먹는 것은 쉽게 말해 계란 흰자를 먹는 것과 같습니다. 소화 과정을 거치면서 모두 아미노산으로 분해되어 흡수될 뿐입니다. 알부민 제품의 성분 표시란을 자세히 보면 난백 알부민이 표기되어 있습니다. 혈청 알부민이 아닌 것입니다.
"우리가 주사제로 투여하는 알부민은 사실 수혈이나 마찬가지거든요. 사람한테서 혈액을 뽑은 다음에 그 안에서 단백질 성분을 정제한 거예요. 그런데 그걸 영양제로 먹는 걸로 만들었다고 하니, 제가 이해가 안 돼서 처음에 얘기를 들었을 때는 '어? 주사제를 집에서 맞아요?' 이렇게 반문했죠. 그랬더니 먹는 게 있다고 하더라고요. 지금까지 제가 영양제에 대해 받은 충격 중에 가장 큰 충격이었어요. 그러니까 이게... 어, 이거는 지나치단 표현보다 선을 넘었는데..."
결국 지난 4월 식약처가 단속에 들어갔습니다. 일반 식품인 알부민을 효과나 효능이 있는 건강기능식품으로 오인하도록 부당 광고를 한 업체들이 적발됐습니다.
"피로 해소라고 광고를 하고 있다면 이제 그 업체도 저희 식품표시광고법의 부당광고 행위에 포함될 것으로 보이고요."
하지만 이번에 단속된 업체는 극소수입니다. 사람 혈청 알부민과 계란 흰자 알부민을 동일한 것처럼 홍보했지만 법망을 빠져나간 업체가 훨씬 많습니다.
"너무 과도하잖아요. 어느 정도 이윤을 남겨야지, 몇십 배씩 남기는 것은 결국 광고라는 걸로 포장을 할 수밖에 없고, 그걸로 소비자를 현혹할 수밖에 없는 거잖아요."
"사실 조금 아쉬운 부분은 이제 홈쇼핑에서 이게 굉장히 많이 판매가 됐거든요. 그런데 저희가 홈쇼핑을 적발하기에는 광고가 정말 애매합니다. 쇼호스트가 나와서 전혀 관련 없는 것처럼 '알부민에 대해서 이렇게 저렇게 좋다'고 설명해요. 그러면 우리 어머니, 아버지들은 옛날에 몸 아플 때 알부민 주사 하나 맞아서 정말 좋아졌던 그 기억 때문에 '똑같은 제품이구나' 하고 사서 드시는 거죠."
"알부민 복합물, 제가 직접 배합했습니다."
과학적인 사실을 모를 리가 없는 의사들도 알부민 광고에 등장했습니다.
"화면으로 정리합니다. 우리 오한진 박사님께서 굉장히 설계를 잘해 주셨어요. 간에 필요한 영양소는 간으로 보내 줘야죠. 이걸 누가 해요? 바로 알부민이 합니다."
대한의사협회에서는 먹는 알부민 광고에 나선 의사들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밝혔습니다. 해당 의사들은 윤리위원회에 회부되었습니다.
"이런 방송을 잘 보시면 굉장히 교묘하게 진행됩니다. 혈장 알부민의 역할에 대해 정확하게 얘기하는 것은 전문가의 영역이죠. 하지만 그 다음에 어느 연예인이 나와서 '나는 알부민을 먹고 있는데 되게 좋아'라는 내용이 붙어 버리면, 일반 시청자들은 '먹는 알부민도 같은 역할을 하겠구나'라고 오해를 할 수 있지 않습니까? 그런 스토리가 만들어지는 데 역할을 해놓고 '나는 책임이 없다'고 하는 것은 저희는 굉장히 무책임하다고 보는 거죠. 잘못된 정보들을 의사 가운의 권위에 기대서 이야기하는 것은 잘못된 오용이자 도전입니다."
의사로서 혈청 알부민과 난백 알부민을 구분하지 못할 수 있는 것일까? 의사들은 왜 먹는 알부민 광고를 한 것일까?
"안녕하세요, 저희 취재진인데요. 오한진 박사님 좀 만날 수 있을까 해서요."
"아주 어려우실 것 같아서... 지금 따로 촬영이나 미팅은 어려울 것 같습니다."
"저희 기다릴 수 있는데..."
"아예 따로 얘기할 거 없으시다고 하십니다."
그의 입장은 무엇일까? 전화 통화를 시도했습니다.
"알부민 관련해서 여쭤볼 게 좀 있어서 연락드렸어요."
"네, 뭐를 알고 싶으신데요?"
"의협에서 이 제품 판매에 관여하신 의사분들한테 징계 절차를 밟고 있다고 하는데..."
"전혀 모릅니다. 그건 회사에서 만든 거지 제가 만든 게 아니고, 저는 거기에 모델로 참여했을 뿐이에요."
"아니, 홈쇼핑에 출연하셨을 때 알부민 성분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셨었잖아요."
"알부민에 대한 설명을 했죠. 예, 알부민에 대한 설명을 했을 뿐이고 저는 모델로 참여했을 뿐이지 제가 제조하거나 이런 게 아닙니다. 일반 식품이니까 얼마든지 제가 들어갈 수 있는 거고 법적으로 문제가 없어서 다 한 거잖아요. 이미 허가를 다 받고 한 거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그쪽 기관에 물어보시면 될 거 같습니다. 더 이상 얘기는 이제 그만하시죠."
알부민 광고를 한 또 다른 의사에게도 입장을 물었지만 회신은 오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식약처의 단속 이후 알부민 시장에는 변화가 있었을까? 창고형 약국들을 둘러봤습니다. 여전히 다양한 알부민 제품이 판매되고 있습니다. 약국에서도 먹는 알부민을 혈청 알부민처럼 설명하며 추천하기도 합니다.
"알부민이 나이 들면서 빠지는데, 걔네들이 하는 일이 영양소를 운반해 주는 거예요. 실제로 효과 보신 분들이 많아서 이게 제일 잘 나가요."
"알부민 드시려면 비싼 거 드셔. 비싼 게 좋은 거야. 성분이 많이 들어갔다는 뜻이에요. 메이커 있으면서 성분 좋은 거를 드셔야 효과를 봐요. 좋은 제약사 제품을 먹어야 효과가 있어요."
실제로 대형 제약회사나 그 계열사가 내놓은 알부민들은 대부분 여전히 판매 중입니다. 포장에는 사람 혈청 알부민과 계란 흰자 알부민이 나란히 기술되어 있습니다. 동일한 성분인 것처럼 소비자들을 혼동시키는 문구들입니다. 유명 제약회사임을 강조하기도 합니다.
"제약회사인데 모르겠습니까? 이게 오너의 욕심이죠. 건강기능식품을 만들어서 파는 회사들이 기본적으로는 효과나 국민들의 건강에 도움을 주겠다는 생각보다는, 이윤을 어떻게 하면 더 극대화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는 경우가 너무 많아요. 알부민은 대표적인 케이스죠. 효과가 있고 없고를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돈을 좀 벌어보겠다는 욕망이 극대화되어 보여진 케이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약회사들의 입장은 무엇일까? 알부민을 판매 중인 유명 제약회사의 관계사를 찾았습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일단 저는 영업부 소속이라... 저희는 홍보팀이 없어요. 저희는 조립사에만 있고 홍보팀도 따로 없어서, 영업부하고 마케팅, 개발 부서로만 구성이 돼 있거든요."
이어서 또 다른 유명 제약회사 관계사를 찾았습니다.
"네, 저희가 그거에 대해서 알고 있는 사람이 없는 걸로 알고 있어요. 사실 이 기업에서 생산한 제품인데요, 담당자들이 다 퇴사하시고 이래서... 위에 보고드리고 답변드릴 수 있는 분이 정리해서 연락을 드리라고 할게요. 그런데 저희가 이게 의약품에 기재되어 있는 혈청 알부민이라고 기재한 게 아니고, 보시면 저희가 명확하게 '난백 알부민'이라고 기재를 해놨어요. 박스에 함량 성분이 나와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게 문제 되는 부분은 아닙니다."
서면으로 보내온 답변에서 A사는 난백 알부민을 혈청 알부민으로 오인하도록 의도적으로 유도한 것이 아니라고 답했습니다. B사는 표기가 명확하지 않아 오인하게 했음에 공감한다며, 이미 구매한 소비자들에게는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답했습니다.
'추적 60분'의 조사에 따르면 상위 15개 제약회사 또는 관계사 가운데 10곳이 알부민을 판매했거나 하고 있습니다.
"제약사에서 만들었다고 하면 기존에 갖고 있던 의약품의 후광 효과를 마케팅에 그대로 반영할 수가 있죠. 그래서 소비자들은 '어, 이건 식품이 아니고 약인가 봐', '제약사가 만든 건강기능식품'을 '제약사가 만든 약'처럼 받아들이는 거죠. 그래서 제약사들한테는 이걸 놓칠 수가 없는 영역이죠."
이렇게 유명한 제약사에서 만들었는데 설마 속이겠냐는 신뢰를 갖고 구매하는 소비자들을 생각하면 책임 있는 태도가 필요해 보입니다.
앞서 보셨듯 영양제로 팔리는 먹는 알부민은 사람의 혈액 속 필수 단백질인 혈청 알부민과는 다른 물질입니다. 이 먹는 알부민에 들어 있는 것은 계란 흰자에서 유래한 식품 단백질입니다. 전문가들은 이 한 병을 마시는 것이 계란 한 개 정도를 물에 타 먹는 것과 비슷하다고 하는데요. 그런데도 가격은 비싼 경우 한 병에 9,900원에 달합니다. 30배 비싼 계란인 셈입니다.
우리 법규에 따르면 의사가 약이나 건강기능식품의 기능성을 보증 또는 추천하는 것은 엄격히 제한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먹는 알부민은 '일반 식품'이기 때문에 의사가 광고해도 법적으로 문제가 없습니다. 먹는 알부민을 광고한 의사들은 이런 법적 허점을 잘 알고 있는 것입니다.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의 문제인데요. 식품표시광고법 자체는 상당히 엄격하게 되어 있습니다. 의사나 대학 교수 같은 분들이 특정 식품을 추천하면 안 되거든요. 그런데 문제는 뭐냐 하면, 그 제품의 개발에 참여를 하시면 그걸 또 표시할 수가 있습니다. 실질적으로 보면 이런 의사나 대학교수분들이 간접적으로 제품을 홍보할 수 있는 게 아니냐라는 결과가 나옵니다."
이번 먹는 알부민 사태처럼 영양제를 믿고 산 분들의 피해가 계속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60대 후반의 한 남성이 제보를 해왔습니다. 또래보다 작은 키가 한평생 고민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소셜 미디어에서 성인들의 키 성장법에 대한 광고를 보았습니다. 성장판이 닫힌 나이에도 키가 클 수 있다는 영상이었습니다. 50대 후반의 의대 교수도, 심지어 92세 할머니도 키가 컸다고 광고하고 있습니다.
"광고가 너무 리얼하게 나오는 거예요. 광고에는 60대도 불과 3, 4개월 만에 10cm 가까이나 컸다는 것을 보여주는 거예요. 너무 황당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키가 좀 컸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 때문에 거기에 빠져들게 된 거죠."
기대를 걸고 광고에 나온 키 크는 영양제를 구매했습니다. 다섯 상자에 약 60만 원을 지불했다고 합니다. 정성껏 챙겨 먹었지만 키는 조금도 크지 않았습니다. 서너 달이 지난 후 속았구나 싶었다고 합니다.
"거의 매일 재다시피 하죠. 왜냐하면 너무 간절하니까. 돈도 아깝기도 하고... 자고 나면 재보고 자고 나면 재보고 이랬다니까요. 얼마나 간절했으면 그렇게 했겠어요. 어떻게 보면 악덕 상인이라고 볼 수 있잖아요. 소비자들의 그 약한 부분을 이렇게 건드려서... 단 1mm, 2mm도 안 컸으니까 사기라는 생각이 충분히 들죠."
청소년 사이에서는 키 크는 영양제가 좀 더 보편화되어 있습니다.
"영양제 먹는 사람 있어요?"
"어, 진짜 먹어요. 키 크는 거 먹어요."
"키 좀 많이 컸어요?"
"아니요, 하나도 안 컸어요."
"저 키 성장 영양제요."
"그러면 키 크는 데 좀 도움이 됐어요?"
"아직 잘 모르겠어요."
"한약 먹어요. 그... 키 크는 한약이요."
키가 조금이라도 더 클 수 있다면 투자하고 싶은 부모의 마음. 키 크는 영양제는 정말 효과가 있는 것일까?
우리는 한 내부 고발자를 만났습니다. 키 크는 영양제를 판매하는 회사에서 일했다고 합니다. 기내 면세점에서도 판매되었던 T사의 키 성장 영양제. 미국 의료진이 개발한 미국 제품임을 강조합니다.
"최고의 의료진, 이런 미국의 전문가들이 '본트 연구소'라는 곳에서 만들었다고 하는데 그것들이 다 허구고 존재하지 않는 연구소입니다. 영양 성분도 특별하지 않은데 굉장히 과대 포장된 내용입니다."
미국의 한 연구소에서 개발한 영양제를 수입 판매하는 것처럼 광고하고 있습니다.
"다 거짓말이고 없는 무형의 연구소와 내용들을 짜낸 거죠. 한국 팀이 미국에 아예 없는 연구소를 실제 있는 것처럼 국내 소비자들한테 인식을 시켜주고 어필하기 위해서 저희 내부적으로 마케팅용으로 만든 겁니다."
"기획을 한국에서 한 제품인 건가요?"
"네, 기획 자체를 다 했고 일반 아르바이트생이 다 한 거예요. 약사도 아니고 일반 직원 몇 명이 모여서 소꿉놀이처럼 한 거죠."
제보 내용은 사실일까? 우리는 문제의 영양제를 구매해 보았습니다. 6일 만에 배송된 영양제는 한 박스에 약 20만 원. 아침에 세 알, 저녁에 세 알 복용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보낸 주소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판매 페이지를 보면 존스 홉킨스를 비롯한 미국 대학 연구소와 함께 만들었다고 합니다.
"국내 대학교에 있는 사람도 못 만나봤는데 존스 홉킨스는 무슨... 미국 약국도 못 가봤습니다."
제보자는 영양제 개발 당시에 작성한 문서도 보여주었습니다. 미국 전문가가 아닌 T사 직원들이 이처럼 영양제를 기획했다고 합니다. 한국에서 개발한 영양제를 미국에서 역수입했다는 것일까? 그렇다면 이유는 무엇일까?
"대표가 얘기한 게, 엄마 아빠들이 미국 제품이라고 하면 보지도 않고 무조건 신뢰하고 먹인다는 거예요. 소비자들과 부모들을 기만한 거죠. 실제 없는 연구소를 있다고 표현하고 제품들도 엄청 비싸게 팔아서 지금 떼돈을 벌고 있는데..."
키 성장 성분을 배합했다는데 실제로 효능은 있는 것일까?
"이걸 먹고 키가 다 클 수 있으면 세상에 키 작은 사람이 누가 있겠어요? 비타민 B군이랑 아연처럼 아이들 성장에 필요한 그런 영양 성분이 들어 있는 거라서, 어찌 보면 종합 비타민에 들어 있는 성분이랑 비슷한 거예요.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하면 키가 크니까 그것에 착안한 거겠죠. 아이들은 스트레스 적게 받고 잠을 충분히 자는 게 훨씬 더 성장에 도움이 많이 될 수 있어요."
영양제가 발송된 미국 주소지를 추적해 보기로 했습니다. 로스앤젤레스의 한 오피스타운. 주소지에는 공유 오피스 건물이 있었습니다. 입주 사업자에게 주소지를 제공하고 우편물 관리 서비스도 해준다고 합니다. 공유 오피스 직원과 얘기를 나눠볼 수 있었습니다.
"여기에 주소가 등록되어 있네요. 웹사이트에 나와 있는 곳인데, 여기에 실제로 없는 회사들이 많나요?"
"네, 그렇습니다."
T사의 영양제가 미국에서 개발되고 생산된다는 광고는 어디까지가 사실일까? 광고에 등장하는 미국 최고의 제조 시설, 뉴욕주에 위치한 그 제조 시설을 찾아가 보았습니다. 규모가 상당한 공장입니다. T사뿐 아니라 전 세계 여러 업체와 계약해 위탁 생산을 하는 곳이라고 합니다.
T사가 판매하는 키 크는 영양제를 개발했다는 미국 연구소는 대체 어떤 곳일까? 미국 특허상표청에서 해당 연구소를 검색해 보았습니다. 그런데 연구소의 현 소유주가 한국 법인으로 되어 있습니다. 등기를 확인해 보니 미국 법인의 설립자와 한국 법인의 실질 경영자가 같은 사람이었습니다. 한국인이 설립하고 한국 판매사가 소유한 연구소. 이 영양제를 미국 연구소 제품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T사의 입장을 물었습니다.
"회사가 실제로 존재하나요?"
"있죠. 있는데 지금 제가 거기에 대해서 자세하게 설명드릴 수는 없어서 곤란할 것 같고, 나중에 만나게 되더라도 나중에 하도록 할게요."
"광고에 나오는 공유 오피스에서 만들었다는 내용 등이 거짓이라는 점에 대해서는요?"
"아, 네. 알겠습니다. 제가 지금 공식적으로 답변드릴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서요."
T사가 보내온 서면 답변입니다. '미국 내 시설에서 위탁 제조되고 있으므로 광고는 사실에 부합한다. 제품 개발과 제조는 미국에서, 광고는 한국에서 수행했다'는 입장이었습니다.
2002년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법적으로 일반 식품과 구별되는 건강기능식품이라는 영역이 탄생했습니다. 종합 영양제, 글루코사민, 유산균, 오메가3, 루테인, 최근에는 뇌 영양제까지 영양제에도 시대별 유행이 존재하기도 했습니다.
최신 유행 영양제는 어떻게 탄생할까요? 광고에서 우리는 하얀 가운을 입은 전문가가 실험하는 모습을 자주 봅니다. 그런 연구 과정을 통해 하나의 새로운 영양제가 개발된 후 판매에 들어가게 된다고 생각하게 되죠. 하지만 실제로는 역순으로 진행된다고 합니다. 발송할 메시지를 먼저 정하고 제품을 거기에 끼워 맞춘다는 것입니다.
70대 암 환자 한 분이 연락을 해왔습니다. 7년 전 육종암 진단을 받은 그는 여러 차례 수술과 항암 치료를 받았습니다.
"지금 현재 재발 징후가 있는 거예요. 그러니까 절박한 마음이죠. 이게 1년, 2년짜리가 아니고 수술을 한 번, 두 번, 세 번, 네 번, 막 다섯 번을 하니까 너무 고통스러워서 뭔가를 붙잡고 싶은 거라."
암 환자에게 가장 절박한 것은 면역력입니다. 그때 소셜 미디어에서 영양제 광고 하나가 눈에 띄었습니다. 홍삼 제품이었습니다. 카이스트 박사가 24년 연구 끝에 개발에 성공했으며, 면역력 200% 상승, 암 전이를 억제한다고도 했습니다.
"효과가 입증됐다는데 그러면 더 이상 뭐 따지고 할 필요가 뭐 있겠어요? 카이스트 공학 박사가 24년 동안 연구 개발했다는데..."
제조사에 확인도 해보았습니다.
"이런 부분에서 조금씩 차츰차츰 좋아지시거든요. 꾸준히 드시는 것이 훨씬 더 도움이 되십니다."
"아, 그래요?"
"네, 항암을 하시게 되면 이제 간에 무리도 좀 가시고 면역력도 같이 떨어지는데, 드시면 훨씬 더 덜 힘드시고 좋으실 겁니다."
4개월 치가 약 120만 원. 오랜 투병 생활로 자신은 물론 자녀들의 부담도 커지고 있지만, 암 전이를 막아준다는 말에 믿고 샀습니다.
"비싸게 주고 샀으니까 설마 물보다 낫겠지 하고 오늘도 먹었어요. 속은 것 같기도 하고... 이 돈으로 다른 과일이나 다른 항암 음식을 더 집중적으로 먹었으면 몸이 안 나았을까 하는 그런 자책감도 들고 그래요. 암 환자를 기만해서 돈을 벌어야 되겠냐고요."
영양제 광고의 새로운 무대가 된 소셜 미디어는 우리의 결핍을 콕 집어냅니다.
"아침 공복에 1회 섭취만으로 200이었던 공복 혈당 수치가 80으로 뚝!"
"딱 7일만 드셔보세요. 거울을 보는데 자글자글하던 주름들이 다 사라졌더라고요."
"뇌에서 성장기로 착각하면서 성장판이 다시 열린다는 거예요."
한 유통업체에서 일하는 제보자를 만났습니다. 연 매출 수천억 원, 직원 수 약 200명. 주력 제품군은 화장품과 영양제라고 합니다.
"브랜드 종류가 엄청 많은데 한 40개 정도 됐던 것 같아요. 폐업한 브랜드까지 합하면 60개, 70개 정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콘셉트는 너무 다양해서 치질도 있었고 비문증, 탈모, 비만 이런 건 당연히 있었고요. 그런 식으로 키워드를 선택했던 것 같습니다."
먼저 그때그때 유행하는 키워드를 찾고 거기에 맞는 영양제를 구상합니다. 기존 원료를 이리저리 배합하면 영양제 하나가 뚝딱 만들어진다고 합니다.
"제품 출시를 하겠다고 말하고 판매까지 이루어지는 시간이 한 3개월 정도 걸려요. 제조를 했다고는 하는데, 실제로 새로 개발한 게 아니라 기존에 제조된 제품을 그대로 사서 저희가 여기다가 추가로 관여를 한다면 색깔이나 모양, 크기 정도예요. 아니면 '요즘 좀 핫한 성분을 구해서 이것 좀 넣어달라'고 하는 게 끝이었던 것 같아요. 굳이 따지면 주문 제작 정도죠. 그냥 매출만 나오면 장땡인 거니까요."
실제로 배합과 생산을 해주는 한 OEM 기업에서 생산한 제품만 해도 누적 1,000종에 달한다고 합니다. 식약처에 고시된 기존 성분들이 있고, 이 중 원하는 것을 선택해 새로운 영양제가 만들어집니다. 비슷비슷한 영양제가 쏟아지는 이유입니다.
"제품 자체의 경쟁력이 없으니까 과장 광고를 하고 또 자극적인 메시지를 던지는 거죠. 예를 들면 '이거 먹으면 살 빠진다', '이거 먹으면 바로 효과가 난다' 이런 식으로요. 소비자들이 짧게 보고 '어, 약간 내가 이런 게 고민이었는데' 하면서 쉽게 사게끔 유도하는 거죠. 제품 가격이 만 원이라고 쳤을 때 제품 원가는 1,000원이고 광고비가 한 4,000원에서 5,000원 정도 들어갑니다."
왜 이렇게 영양제 광고가 많을까? 답은 산업 구조에 있었습니다. 지난 6년간 건강기능식품 제조업체 수는 비슷한 수준이 유지된 반면, 유통업체는 약 8만 곳에서 12만 곳으로 1.5배 급증했습니다. 온라인 셀러들, 인플루언서, 1인 사업자, 대학생 스타트업, 타 업종에서 넘어온 소상공인 등 정말 다양해졌습니다. 이유는 전문 지식이 없어도 진입이 가능해졌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인플루언서 같은 경우 예전에는 협찬을 받아서 판매를 했습니다. 그런데 가만 보니까 '이거 내가 직접 만들어도 되겠네' 싶은 거죠. 그러니까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드는 겁니다. 공장이 없어도 되고 직접 생산을 안 해도 되니까요. 이러다 보니 유통업체가 많이 늘어나게 된 겁니다.
영양제 위탁 생산은 정말 그렇게 손쉽게 이루어질까? 공장 한 곳에 문의를 해보았습니다.
"아무것도 잘 몰라도 창업하고 많이들 그러시나요?"
"아, 그럼요. 피로나 다이어트, 아니면 간 건강 요런 식으로 해서 제가 판매를 하고 싶다고 하시면 됩니다. 디자인을 저희한테 주시고 나서 제품이 나오기까지는 한 달 정도 걸려요."
또 다른 공장, 제품 포장 라인이 바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원하시는 거 다 만들어 드려요. 영양제 하나의 최소 주문 금액은 보통 1,000만 원 정도입니다. 기존 영양제의 브랜드만 바꿔 주기도 합니다. 저희가 가지고 있는 기존 레시피가 있으니까 원하시는 브랜드 디자인만 얹어서 가져가실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업체는 영양제 성분보다는 마케팅이 중요하다는 조언을 해 줍니다.
"저희는 그냥... 배합을 어떻게 해야 되는지까지 소비자가 알아야 되나요? 그냥 콘셉트만 얘기를 해주시면 그거에 맞춰서, 거기에다가 플러스로 경쟁력 있는 성분을 우리가 찾아서 넣어 드려요. 그러니까 마케팅만 신경 쓰시면 되는 거죠. 제품력보다는 마케팅이에요. 마케팅은 단어 싸움이거든요. 제품을 1,000원짜리로 만들고, 그 제품을 마케팅으로 키워야 하는 거죠."
효과를 기대하며 구매하는 영양제, 그중 원료값은 과연 얼마나 될까?
"건강기능식품 시장은 건강을 파는 시장이 아니라 불안을 파는 시장이 맞습니다. 제품이 부족해서 광고가 많은 게 아닙니다. 제품이 너무 비슷하기 때문에 광고가 많아지는 겁니다. 그다음으로 책임 소재가 분산됩니다. 이게 소비자의 기대와 괴리감이 큰 문제인데, 만약 문제가 생겼다고 해봅시다. 그러면 판매사는 '제조는 공장에서 했다'고 하고, 공장은 '기획과 광고는 판매사가 했다'면서 책임을 분산시켜 버려요. 소비자는 제약회사처럼 한 회사가 책임지는 약 같은 품질을 기대했는데, 실제로는 여러 단계로 흩어진 구조라서 피해 구제가 굉장히 어렵습니다. 즉, 판매사든 공장이든 문제 소지가 될 만한 부분이나 책임 소재를 규명할 때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할 수 있죠. 효과가 없다거나 부작용이 있어도 소비자가 항의할 대상조차 없는 것입니다."
그런 이유 때문에 최신 유행 영양제 시장은 '떴다방'에 비유되기도 합니다. 한 업체가 효능과 효과가 있다고 과장 광고를 해서 유행하는 영양제를 판매했다고 가정해 봅시다. 하지만 당국이 단속에 나설 때쯤이면 이미 판매 수익을 챙긴 업체는 폐업하고 사라져 버립니다. 그리고 어디선가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어 또 다른 유행 영양제를 판매할 것입니다.
이토록 많은 영양제가 떴다가 사라지는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전문 의약품에 비해 영양제 만들기가 쉽기 때문이라고 분석합니다. 요즘 유행하는 뇌 영양제를 예로 들어 볼까요?
"예를 들어서 '포스파티딜세린'이라는 성분의 약효를 증명하고 싶다고 해봅시다. 그러면 임상 3상을 하면 됩니다. 하지만 제약회사 중 아무도 안 하죠. 왜냐하면 수천억 원이 들거든요. 그러니까 학술지 수준이 되게 낮은 논문들을 힘들게 찾아야 해요. 그런 낮은 수준의 학술지일수록 약물에 대한 치밀한 연구보다는 약물에 대한 확증 편향 데이터가 많습니다. 그러니까 전문가 입장에서는 '이 데이터가 일부 있긴 하지만 연구의 신뢰도가 높지 않습니다'라는 부드러운 어조로 얘기할 수밖에 없는 거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왜 약도 아닌 영양제를 믿고 싶어 하는 것일까요?
6년 차 헬스 트레이너 재영 씨. 수업도 하고 센터 관리도 하다 보면 식사를 거를 때가 많다고 합니다.
"수업이 좀 많아서 중간에 먹을 시간이 많이 없어요. 스케줄이 없을 때 운동을 최대한 빠르게 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다시 수업을 하고 있어요."
과로로 응급실에 한 번 다녀온 이후 건강 관리에 더욱더 신경을 씁니다. 영양제를 꼼꼼히 챙겨 먹게 된 재영 씨는 한 번에 10알이 넘는 영양제를 먹습니다. 칼슘, 마그네슘, 비타민 D 복합제와 아르기닌, 멀티비타민, 비타민 C, 커큐민, 코큐텐, 카르니틴 등입니다. 두세 달 치 영양제를 한 번에 구입하는 데 보통 30만 원 정도를 쓴다고 합니다. 월평균 10만 원을 영양제에 지출하는 셈입니다. 정보는 유튜브와 AI 검색에서 얻습니다.
"운동을 하다 보니까 지방 억제제나 피곤할 때 먹는 간 영양제, 그리고 비타민 C를 많이 챙겨 먹습니다. 속이 좀 불편한 경우도 있어서 개수를 줄이려고는 하는데 그게 쉽지는 않아요. 운동을 안 하면 찝찝하듯이 영양제도 안 먹으면 많이 찝찝한 느낌이 들기는 해요."
대전의 한 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는 택수 씨. 퇴근 후 달리기가 그의 루틴입니다.
"집에 가기 전에 한 한두 시간 정도 뜁니다. 뛸 때는 힘든데 뛰고 나면 스트레스가 좀 풀려요. 뛰는 동안에는 아무 생각도 안 들다 보니까 그게 좋은 것 같습니다."
집에 오면 잠들기 전까지 공부를 합니다. 서울로 통학하며 석사 과정을 밟고 있습니다.
"내가 아파서 일을 못 한다고 해서 다른 사람이 대신해 주는 게 아니잖아요. 낫고 나서 내가 또 해야 할 일이 생기는 거니까 영양제 먹으면서 관리도 하고 운동도 하면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갓생러(부지런하고 모범적인 삶을 사는 사람)'. 성실하게 경력을 쌓아나가며 자기 관리도 철저히 하는 택수 씨가 요즘 먹고 있는 영양제를 보여주었습니다. 홍삼을 비롯해 수많은 제품이 모여 있습니다.
"어, 이렇게 모아놓고 보니 많네요. 저도 이렇게 많은 줄 몰랐는데... 하지만 다시 돌이켜 보더라도 다 필요해서 샀던 것 같아요. 아침에 일어나서 유산균이랑 아르기닌, 오르니틴 복합 영양제를 챙겨 먹고 홍삼도 한 포 먹습니다. 점심, 저녁, 그리고 자기 전이나 운동할 때 각각 챙겨 먹고 있습니다."
영양제는 택수 씨에게 '내 몸을 잘 챙기고 있다'는 안도감을 줍니다.
확장일로의 영양제 시장. 화장품이나 생활용품에 주력하던 매장들도 영양제 판매대를 넓히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아픈 곳을 낫게 하려고 약국에 갔다면, 이제는 자신을 업그레이드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영양제 과잉 시대, 영양제는 과연 어디까지 건강에 도움이 되는 것일까요?
"영양 성분이 결핍되어 꼭 필요한 사람들은 먹어야 합니다. 철 결핍성 빈혈이 있을 때 철분제라든가, 골다공증에 칼슘제나 비타민 D 같은 것을 먹는 게 예가 되겠죠. 중요한 것은, 아무 병이 없는 건강한 사람이 특정 영양 성분을 먹으면 질병이 예방되고 몸에 좋더라는 주장은 근거가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훨씬 많다는 점입니다. 그런 것들이 과연 몸에 들어가서 내가 원하는 만큼의 효과를 낼지는 의문일 수밖에 없습니다."
"6조 원이라고 하는 영양제 시장 규모는, 시장 자체가 대단해서 성장했다기보다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사회적인 불안, 즉 '불안에 대한 비용'이라고 생각합니다. 인간의 본성과 여러 가지 상업적인 현재 상황, 그리고 환자들이 불안해하는 심리를 복합적으로 보면서 이해해야 합니다. 의사들도 비슷한 태도를 많이 취하실 텐데, 영양제를 먹겠다고 하면 '드셔도 돼요' 하거나 '굳이 사지 마세요'라고 말하는 정도죠."
오늘도 영양제를 삼키는 우리. 우리가 믿는 것은 과학일까요, 아니면 마케팅이 만든 이야기(서사)일까요?
"건강이 일종의 소비재가 되면서 생긴 가장 큰 부작용 중 하나는요, 우리가 언뜻 보기에는 과학에 근거해서 뭔가를 사는 것 같지만 사실은 '서사(이야기)'를 사는 경우가 많다는 점입니다. 어느 정도 쉬어야 내가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지 스스로 알고 있으면서도, 현대인에게는 일도 하고 싶고 여가도 즐기고 싶지만 쉬고 싶지는 않은 욕구가 있죠. 자기 몸을 한계 가깝게 몰아붙이면서, 이런저런 영양제를 챙겨 먹으면 원래 나의 능력 한계치를 뛰어넘는 존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는 경향이 분명히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영양제는 절대 나를 슈퍼맨으로 만들어 줄 수 없습니다."
보통의 힘으로는 할 수 없는 것까지 해내려는 간절한 마음 때문에 영양제를 산다, 이것이 6조 원에 달하는 영양제 시장의 사회적 의미라는 것입니다.
또 한 가지, 취재를 통해 우리 사회의 영양제에 대한 믿음이 팽창하게 된 데는 미디어의 책임이 막중하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영양제를 둘러싼 부정확한 정보들, 저희 언론 역시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이번 취재가 고민되었던 이유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스스로의 모순을 반성해야 언론의 책무를 다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이번 취재를 진행했습니다. KBS 역시 객관적인 지표를 제공하기 위해 책임 있는 태도를 유지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저는 영양제 안 먹어요. 세 끼 식사를 아주 잘 챙겨 먹기 때문에 영양제를 먹을 필요성을 별로 못 느끼기도 하고... 뭐, 먹어서 해롭지는 않겠지만 지갑에는 되게 해롭죠."
"가끔 먹기는 합니다. 부인이 먹어보고 '이거 괜찮은 것 같다'며 먹으라고 권할 때, 가족 관계의 평화를 위해서 먹습니다."
📌 핵심 요약 정리
알부민 영양제의 진실 (마케팅 vs 과학)
오해:시중에 파는 '먹는 알부민'을 먹으면 병원에서 맞는 '혈청 알부민 주사'처럼 면역력이 오르고 간 기능 및 수술 후 회복에 도움이 될 것이다.
진실:주사용 알부민은 사람의 혈액에서 정제한 전문의약품이지만, 먹는 알부민은 계란 흰자(난백 단백질, 오발부민)가 원료인 일반 식품(혼합 음료)에 불과합니다. 소화 과정을 거치면 그냥 삶은 달걀을 먹는 것과 똑같이 아미노산으로 분해될 뿐이며, 가격은 계란보다 수십 배 비싸 소비자를 기만하고 있습니다.
키 크는 영양제의 허구
오해:미국 유명 대학 및 의료진(본트 연구소 등)이 개발한 성분으로 성장판이 닫힌 성인이나 청소년의 키를 키워준다.
진실:해당 연구소는 한국 판매사 대표가 미국에 설립한 유령(무형) 연구소이며, 한국인 직원과 아르바이트생이 마케팅용으로 기획한 제품입니다. 성분 역시 시중의 흔한 종합 비타민(비타민 B군, 아연 등)과 다를 바가 없으며 과학적 근거가 없습니다.
영양제 산업의 구조적 문제와 법적 허점
쉬운 위탁 생산(OEM):특별한 전문 지식이나 제조 공장이 없어도 1,000만 원 안팎의 소자본과 기존 레시피로 누구나 쉽게 브랜드를 만들어 유통·판매(인플루언서, 1인 기업 등)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이 때문에 제품력보다는 자극적인 '마케팅 키워드'에만 치중합니다.
의사 광고의 허점:의사가 건강기능식품이나 약품을 보증·추천하는 것은 불법이지만, '일반 식품'이나 '제품 개발 참여' 형식으로 우회하여 의사의 권위를 교묘하게 광고에 악용하고 있습니다.
책임 회피:문제가 발생하면 판매사와 제조공장이 서로 책임을 전가하며, 단속이 시작되면 폐업하고 다른 브랜드를 만드는 '떴다방'식 영업이 성행하여 소비자 피해 구제가 어렵습니다.
결론 (영양제 과잉 시대의 사회적 의미)
건강한 사람이 특정 영양제를 먹어서 질병을 예방한다는 과학적 근거는 대부분 부족합니다.
현대인들이 영양제에 집착하는 이유는 과학적 효과 때문이 아니라, "쉬지 않고 일과 여가를 모두 잘해내고 싶다"는 사회적 불안감과 한계를 뛰어넘고 싶은 욕망이 반영된 결과입니다. 즉, 6조 원의 시장은 '불안에 대한 비용'이며, 영양제는 결코 인간을 슈퍼맨으로 만들어 줄 수 없으므로 균형 잡힌 식사가 우선되어야 합니다.

첫댓글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