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택배/김필로
개강 첫날
분홍색 보자기에 싸인 물건이 처음부터 호감이 가고 궁금하다
나는 택배로 거래하는 걸 즐기지 아니한다
의심 많은 도마처럼 만져 보고 눈으로 보는 걸 선호하며 불편 없이 산다
그러나 우리 집 현관에는 택배 박스가 쉬지 않고 일을 한다
의문의 책보가 풀어지고
주문하지 않은 택배를 받았다
벅차올라 눈물 섞인 웃음이
시 창작교실 꽃등처럼 환하게 피어오른다
정호승 시인의 '슬픔이 택배로 왔다'
는 한 학기 동안 시의 언어를 풍성하게 만들어 줄 놀라운 제작소가 될 예감으로
설렌다
그렇게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알맞는 격려와 위로의 메세지를 담은
교수님의 수상한 택배는 하자 없이
각자의 심장에 배달되었다
첫댓글 잘 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