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회 종로문학상 심사평
문인들이 기대하고 소망하는 문학상 계절이 돌아왔다. 문인들은 누구나 지난 1년동안 얼마만큼의 열정으로 작품 창작에 임하고 문단활동에도 성의있게 기여했느냐 하는 조그마한 성과에 대한 보답을 자성하고 앞으로도 더욱 향상된 작품을 창작하라는 노력의 의미가 함축되어 있을 것이다.
금년 제8회 종로문학상에는 김진중의 시집 『너희가 한단을 아느냐』와 이주현의 「마음자리」 외 9편, 현미정의 「시간은 지나가는데」 외 9편, 그리고 황정연의 「고드름」 외 9편이 영광을 차지하였다.
김진중은 시집에서 그의 전공인 민조시와 함께 현대시를 묶어서 시집 『누가 순국을 보았는가』 이후 “돌아보면 20대 초 내 청춘의 성장통을 문학이라는 항생제로 쓰다듬어 왔던 시절”의 현대시와 근래에 창작한 민조시가 상응하는 조화를 이루고 있어서 주목하게 된다. 그는 한국문협 민조시분과회장을 역임하고 『민조시학』 주간으로 있으면서 한국문학과 종로문학의 발전에 크게 기여하였다.
이주현은 먼저 모든 사물을 상징이나 이미지로 형상화하는 시법을 주목하게 된다. 그는 “감나무에 거미줄이 새겨 놓은 상형문자”라든지 “냉정한 가슴마다 지혜의 꽃을 피워(「마음자리」 중에서)”라는 등의 표현은 “블랙홀”이라는 형체와 “마음자리”, “삶의 향기”라는 의식의 중심에서 발현하는 소재와의 연결된 시어의 묘미가 우리들의 흡인력을 갖는다.
현미정은 작품의 구조나 운율이 낭송인답게 잘 짜여졌다. 특히 작품 「시간은 지나가는데」에서는 “숲에서 부는 바람 알아차리듯/ 삶 속에서 살며시 스치고 지나가는 / 사랑의 표현이란 걸 왜 몰랐을까” 그리고 “그리움은 생명의 여울/ 나만이 피워내는 그 애절한 향/ 흐르는 물처럼/ 동그라미로 피는 고요한 향(「그리움」 중에서)”들의 어조와 같이 자신의 진솔한 심정올 토로하고 있는 것이다.
황정연 역시 사물 “고드름”이나 “휴대전화기” 등 외적인 사물에서 자신의 관념으로 우리 인간들의 생활과 직접 상관하는 어조로 작품을 간략하게 완성하고 있다. “기색 없는 나를 비비다 두드리고/ 전기 먹여 살려내/ 숙성된 추억을 맛본 그대여/ 미래에 넌 나의 아바타(「휴대전화기」 중에서)”와 같이 사물의 의인화와 “노랑나비 더듬더듬/ 속살을 간지럽히고/ 꿀벌노래에 맞춰/ 허튼춤을 추고/ 그윽한 향기로 시를 짓는다(「행복의 쉼터」 중에서)”는 등의 시법은 많은 정감을 교감하고 있다.
항상 하는 말이지만 시는 아름답기만 해서는 안되고 우리들의 영혼을 맘대로 흔들어야 한다는 유명한 어느 평론가의 시론을 상기하면서 수상자에게 축하를 보낸다.
심사위원 김송배(글) 강정수 송연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