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형진 평론가
박용래 평전
박용래 산문 선집
박용래 시 선집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잘 표현
예이츠나 프로이트 시보다 더 좋다 - 오탁번
월훈(月暈) - 박용래 시인
첩첩산중에도 없는 마을이 여긴 있습니다.
잎 진 사잇길 저 모랫둑,
그 너머 강기슭에서도 보이진 않습니다.
허방다리 들어내면 보이는 마을.
갱(坑)속 같은 마을. 꼴깍, 해가, 노루꼬리 해가 지면 집집마다 봉당에 불을 켜지요. 콩깍지, 콩깍지 처럼 후미진 외딴집, 외딴집에도 불빛은 앉아 이슥토록 창문은 모과 빛입니다.
기인 밤입니다. 외딴집 노인은 홀로 잠이 깨어 출출한 나머지 무를 깍기도 하고 고구마를 깍다. 문득 바람도 없는데 시나브로 풀려 풀려 내리는 짚단, 짚오라기의 설레임을 듣습니다. 귀를 모으고 듣지요. 후루룩 후루룩 처맛깃에 나래 묻는 이름 모를 새, 새들의 온기를 생각합니다. 숨을 죽이고 생각하지요.
참 오래오래, 노인의 자리맡에 밭은기침 소리도 없을 양이면 벽 속에서 겨울 귀뚜라미는 울지요. 떼를 지어 웁니다. 벽이 무너지라고 웁니다.
어느덧 밖에는 눈발이라도 치는지, 펄펄 함박눈이라도 흩날리는지, 창호지 문살에 돋는 월훈(月暈)
시어 풀이
허방다리
허방다리는 짐승을 잡기 위해 땅을 파고 위에 얇게 덮어 위장한 함정(陷穽)을 뜻하는 순우리말입니다. 겉으로 보기엔 평범한 땅 같지만 실제로는 위험한 구덩이로, 타락이나 전락의 함정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도 쓰입니다.
주요 내용
뜻: 발을 잘못 디디면 빠지도록 만든 구덩이, 즉 함정을 의미합니다.
비유: 사람을 빠뜨리는 유혹, 모략, 모함의 그물을 가리킬 때 사용됩니다.
관련 표현: '허방(을) 치다'(바라던 일이 실패하다), '허방을 짚다'(잘못 판단하여 실패하다) 등의 관용구로 쓰입니다.
유래: 땅을 파서 허방(구덩이)을 만들고, 그 위를 길처럼 보이게 덮어놓은 것에서 유래한 고유어입니다.
유사어/관련어
함정(陷穽): 한자어.
헛방/허방: 미덥지 못하거나 보람 없는 일, 또는 땅바닥이 움푹 팬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