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REAL
한국영화, 장르:액션, 개봉:2017.06.28
감독:이사랑, 제작:코브픽쳐스
주연:김수현,성동일,이성민, 관객:469,411명(2017.07.27.현재)
아시아 최대의 카지노 “시에스타”의 오픈을 앞두고 보스 “장태영”(김수현역)은 “최진기”(이성민역)정신과 전문의로부터 상담을 받고 있다. 지킬드와 하이드같은 두명의 존재자가 하나의 몸에 깊은 동거를 하고 있다. 재활치료간호사 “송유화”(최진리역)가 의무차트를 가져와 보고를 하고 최진기의사는 송유화와 장태영과의 은밀한 관계를 짐작하고 있음을 밝힌다. 최진기는 장태영에게 최면을 걸어 그의 내면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가장 난폭한 장태영과 온순하지만 장태영의 또다른 그림자와 같은 장태영은 하나의 몸을 가지고 전쟁중에 있다.
시에스타 카지노를 노리는 또 한사람, “조원근”(성동일역)이다. 그는 암흑가 대부로서 피냄새를 즐겨찾는 지독한 사냥꾼이다. 모든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되어 가던 장태영의 눈앞에 조원근이 나타나 카지노의 소유권을 주장한다. 뜻하지 않은 조폭의 개입으로 장태영은 자금문제 해결을 위해 투자자를 모집하고 있다. 형형색색의 화려한 카지노는 밤에도 불을 밝히며 원색적인 칼라를 드러낸다. 섹스와 마약과 부패한 자금이 뒤엉켜진 카지노엔 언제나처럼 환락의 라스베가스를 연상케 한다. 나신들의 춤사위 뒷켠에는 여전히 카지노를 차지하려는 조직들의 음모와 전쟁이 계속되고 있다.
리얼은 자신의 목적달성을 위해서는 무엇이든 서슴치 않은 조폭형 야심가 장태영으로부터 출발한다. 이러한 본래의 장태영을 흠모하고 때로는 시기와 질투에 물들은 또 하나의 장태영이 "탄생"(BIRTH)해 가는 과정이 리얼하게 그려진다. 불의의 사고로 응급실에 들어와 식물인간이 되어 버린 한 사람에게 장태영이 찾아가 그의 존재속에 동거하는 자신의 또다른 존재를 삽입하는데 성공한다. 그리고 그 식물인간이 영원히 식물인간이 되거나 죽어 버리기를 염원하며 유유히 돌아선다. 그러나 모든 것은 자신의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식물인간으로서 영원히 함구되어야할 새로운 장태영이 그속에서 죽음을 뚫고 생존한 것이다.
그러나 그는 아직 알을 깨뜨리지 못한 상태로 밀봉되어 있다. 철갑으로 가려진듯한 얼굴에는 아직 미완성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지만 그는 이제 새로운 진화과정을 통해 세상에 자신의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장태영은 지금 간호사 송유화와 뜨거운 사랑을 나누고 있다. 그 장면을 유심히 들여다 보는 장태영2는 송유화의 또다른 분신으로 선택한 “한예원”(한지은역)과 애정행각을 벌이며 대리만족을 즐기고 있다.
장태영2는 누구인가? 의문의 사고로 식물인간이 되어 버린 장태영2와 재활치료사 송유화는 어떤 관계속에 존재하는 인물인가? 한가지 추측은 가능하다. 송유화에겐 전 남편이 존재한다. 그는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그후 장태영의 재활치료 과정에서 중독된 사랑에 빠진다. 약물중독으로 인한 폐해가 낳은 자극적인 사랑에 몰입되어 버린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본래 의문의 남자 장태영2의 아내였을 것이다. 그로 인하여 장태영2는 송유화를 앗아간 장태영의 본류를 쫓아 그 유전자까지 독차지 하며 스스로 2라는 숫자를 떼어 내려고 하는 것이다. 이제 두 사람의 관계는 “대결”(VS)이 불가피하다.
시에스타 카지노에는 “최낙현”(김홍파역)의원의 개입이 있다. 그는 부패한 국회의원으로서 환락가를 출입하는 현실파다. “사도진변호사”는 VIP고객만을 취급하는 부패한 법률가다. 돈이면 닥치는대로 일을 처리한다. 이렇듯 현금뭉치가 쌓여가는 카지노 주변에는 정치가와 경제인, 그리고 법조계를 망라하는 모든 권력자들이 존재한다. 중반 이후부터 등장하는 또하나의 인물 “김교수”(정인겸역)다. 그러나 그는 빛을 보지 못한다. 복선조차 되지 않은채 자멸해 버리는 거부답지 않은 거부다. 그래서 그는 존재감마져 없다.
장태영과 장태영2의 만남은 우연한 투자자의 관계로 출발한다. 그의 가면이 벗겨져 속살처럼 드러났을 때 장태영은 깜짝 놀라며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그러나 두사람은 일단 손을 잡아야 했다. 먼저 처리해야 할 대상이 있기 때문이다. 거대한 카지노 시에스타를 놓고 정태영과 정태영2, 그리고 조원근과 김교수 등 수많은 권력자들이 꿈틀거리고 있다. 이들 가운데 그 누구도 양보의사가 없다.
조원근이 자기 수하들과 함께 나타나 두명의 장태영 가운데 하나를 우선 처리한다. 그러나 장태영과 함께 있던 한예원은 즉사했으나 장태영은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다. 그리고 이어지는 주저없는 복수극은 완벽한 치밀함이다. 조원근의 본거지인 차이나타운에서 벌이는 혈투는 그야말로 아수라를 연상케 한다.
카지노의 새로운 고액고객이며 의학박사인 최진기 정신과 의사는 자신이 개발한 수상한 의약품으로 인하여 많은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다. 스스로도 그 약품에 중독된 것이다. 어쩌면 장태영2 또한 최진기 박사가 낳은 부작용의 부산물이거나 또다른 내면의 존재가 밖으로 표출된 신인류일수도 있다.
급기야 무용수처럼 보여지는 라스트 엔딩 무술은 설명할 길이 없다. 결국 두명의 장태영은 어느것 하나 선명하게 해결된 것 없이 별개의 존재로 살아간다. 두명의 지분인 듯 하나, 한명의 지분이 되고, 두 개의 존재가 서로 다투는 듯 하나 같은 편이 되고, 상호 불신하는 듯 하나 여전히 공존하는 듯한 모습에서 어쩌면 장태영2는 하나의 가상일뿐 존재하지 않고 실제 하나의 장태영이 두 명의 역할을 해낸 것일수도 있다.
끊임없이 전개되는 총질에 이 영화가 서부영화인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너무많은 CG와 칼라로 인해 눈의 피로가 오고 때로 듣기싫은 음악에도 불구하고 잠이 올때도 있다. 007시리즈를 연상케 하는 장면과 다양한 CG와 흔들리는 기괴음은 무엇인가 뒤틀린 기어처럼 맞물려 가지 않는다.
영화 리얼에 대하여 어떤 사람은 김수현의 세몰이 일 뿐이라고 혹평을 한다. 영화는 끝이 났다. “리얼”(REAL)은 무엇에 대한 리얼인가? 정보화 사회, 다양성이 결합된 현대사회에서 나는 과연 누구인가? 남에게 보여지는 나와 내가 아는 나 자신 가운데 어느 자아가 진짜의 나일까? 스스로가 오리지날이라는 것을 의심하는 나와 다른 사람에게 자신이 오리지날임을 증명하려는 나를 통해 진정한 의미의 나를 발견하는 것을 리얼은 원하고 있다.
그리스도인은 무엇을 고민해 보아야 할까? 세상속에서 살아가는 나와 교회속에서 살아가는 내가 존재한다. 기독교인은 카멜레온과 같다. 세상속에서는 세상사람처럼 잘 어울리고, 교회속에서는 기독교인처럼 또 잘 어울린다. 분명 충돌할 수밖에 없는 구조의 틀속에서 자유롭게 왕래가 가능한 것이 기독교인이다. 우리는 지금 하나의 존재가 필요하다. 오직 하나님 한분만을 섬기는 그리스도인으로서의 내가 필요한 것이다. 세상에도 속하고 하늘나라에도 속하는 방법은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제 두 개의 존재가 있어서 끊임없이 세상을 향하려 한다면 나는 매일 죽노라고 고백하는 사도 바울처럼 매일매일 자기 자신을 죽이는 훈련이 필요할 것이다. 그렇지 않고 이것을 그대로 방치한다면 언젠가 이 괴물같은 존재가 우리 자신을 삼켜 버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