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창작 계획서
32181548 박공열
1. 소설 제목
그 사람의 수필
2. 주제와 의도
누군가를 소재로 쓸 때, 그 사람에 대한 존중이 필요하다.
3. 인물 소개와 관계 소개
재환 : 택시기사였다가 사업을 시작했다. 아들인 상헌의 글이 궁금해 찾아보다가 자신을
소 재로 쓴 글임을 알고 찝찝한 기분이 든다.
기자 : 재환을 만나고 상헌의 글이 재환을 소재로 했음을 눈치채고 재환에게 아는 체한다. 그러나 상헌의 글이 어린 시절 재환을 나쁘게 바라본 글이었기에 기자도 재환을 무 심결에 나쁘게 바라보게 된다.
상헌 : 어린 시절 감정적인 아빠의 모습을 나쁘게 바라봤고 이후 성인이 되어 글을 쓸 때, 기억하는 아빠의 모습을 소재로 글을 쓴다.
4. 줄거리 및 구성
발단
재환은 아들인 상헌의 단편 소설이 잡지에 실렸다 이런 소식을 듣는다. 그러나 상헌은 자신의 글을 보여주지 않고 재환은 궁금해 한다. 재환은 서점으로 가서 상헌의 글이 실린 잡지를 찾아 아들의 글을 본다. 그 글은 아들이 바라본 자신이 소재로 쓰였다. 그 때에, 재환은 여러 가지 이유로 힘들어서 집에서 감정적으로 행동했는데 그런 모습들이 글에 적혀 있었다. 재환은 글을 보며 여러 감정을 느낀다.
전개 1
재환은 상헌에게 가 아직 읽지 않은 체하며 언제 글을 보여줄 건지 묻자 상헌은 나중에 보여드리겠다며 대화를 피한다. 자신이 직접 찾아보겠다고 하자 극구 말리는 상헌을 보며 찝찝한 기분이 든다.
전개 2
이후 상헌의 글이 조금은 유명세를 타고 재환의 매장에서 인터뷰를 하게 된다. 기자는 재환을 알아본다. 재환은 자신을 다 아는 듯한 기자의 시선에 소름끼치고 오싹한 기분이 든다.
절정
인터뷰가 끝나고 재환은 상헌에게 자신이 그렇게 싫고 부끄러웠냐고 아들에게 화를 낸다. 재환은 기시감을 느낀다. 상헌의 글을 다시 훑어보며 자신의 의사표현방식이 늘 이런 식이었던 거 같아 후회를 한다. 재환은 상헌에게 진심으로 사과를 한다.
결말
시간이 조금 흐른 후, 다른 잡지에서 재환은 자신의 그 시절을 조금은 따뜻하게 바라본 아들의 글을 본다.
5. 수필 활용
결말 부분에서 상헌이 직접 쓴 수필로 나와 재환을 바라보는 상헌의 시선이 조금은 따뜻해졌음을 보여준다.
6. 소설의 시작 부분
자신의 글이 잡지에 실렸다고 아들이 소식을 전한 건 3일 전이었다. 재환은 진심으로 아들의 소식을 기뻐했고 축하했다. 하지 말라는 부모를 굳이 이겨먹고 시작했는데 드디어 성과가 있구나. 재환은 아들과 진로 문제로 씨름했던 날들을 떠올렸다. 자신과 아내의 반대를 무릅쓰고 이렇게 인정받는 글을 쓴 아들이 대견스러웠다. 재환은 어서 아들이 잡지에 실린 글을 보여주기를 기다렸다. 첫 월급을 타면 부모에게 속옷이라도 사는 관례처럼 아들도 응당 그렇게 하리라 믿었다. 그러나 아들은 아무 언질이 없었다. 어느 잡지 몇 월 호에 자신의 글이 실렸다더라는 그 소식 이후로 아들은 재환에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언젠가 보여 주겠지. 재환은 참을성 있게 기다리다가도 점점 지쳐갔다.
재환은 내성적이고 성실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택시기사를 시작하며 그는 변했다. 밤이면 까다롭고 위험한 손님들을 상대해야 했고 생활패턴도 불규칙했다. 재환은 예민하고 짜증이 많아졌다. 그래서 재환이 개인택시를 해야겠다고 아내에게 말했을 때, 아내는 오히려 택시를 그만 두기를 권했다. 재환도 택시 일에 지쳤기에 빠르게 수긍했고 재환 부부는 새로운 사업을 시작했다. 서울 도심지에서 팔찌나 반지와 같은 악세사리를 판매하는 사업이었다. 사업을 시작하기 전날 밤 재환은 악몽에 시달렸다. 빨간 딱지가 온 집에 붙어 있는 진부한 장면이 꿈에서 반복됐다. 재환이 보는 TV에서 보는 드라마에서 언제나 불행의 시작은 사업이었다. TV가 아니더라도 주변 사람들의 인생 이야기에서 실패한 사람들의 이야기에는 꼭 사업이 들어갔다. 괜찮던 집안이 사업에 실패하고 가세가 기울었다는 이야기는 너무 흔해져버린 이야기였다. 재환 부부는 그런 걱정을 이겨내고 보란 듯이 자리를 잡았다. 매장 간판의 색이 바래 리모델링을 고민할 단계였다.
재환이 택시기사였을 때는 손님이 없을 때도 택시를 몰며 거리를 배회해야 했지만 이제는 다르다. 그에게는 시간이 많다. 그의 매장 또한 도심지에 위치한 곳이다. 근처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나온 재환은 매장에 돌아가지 않고 근처에서 가장 큰 서점으로 향했다.
서점은 오후인데도 사람들이 많았다. 이제 어엿한 사업가가 된 그는 오후의 부산스러움이 부러웠다. 이 시간에 이 정도의 손님이라니. 서점에서 나오는 음악이나 인테리어들이 낯설게만 느껴졌다. 재환은 서점을 배회하면서 택시기사가 됐던 때가 떠올랐다. 그 시절은 네비게이션이 대중화되지 않았을 때고 익숙해질 때까지 길을 오가며 외워야 했다. 재환은 그때처럼 같은 길을 돌고 또 돌았다. 그리고 서점이 자주 가는 편의점처럼 익숙해질 무렵에야 재환은 잡지코너를 찾아냈다. 재환은 아들이 어렴풋이 말했던 잡지의 이름을 떠올리려 노력했지만 쉽지 않았다. 다행히 문예잡지는 수가 적었고 재환은 하나하나 들추며 목차에서 아들의 이름을 확인하기로 했다. 다섯 번 째 문예지를 확인할 때 재환은 아들의 이름을 찾을 수 있었다. 재환가 아들에게 자주하는 충고처럼 아들의 글은 너무 앞도 아니고 너무 뒤도 아닌 애매한 중간에 위치해 있었다.
재환은 아들의 글을 읽으며 많은 감정들이 지나갔다. 그의 단편소설에서 나오는 인물은 재환을 소재로 쓴 것이었다. 글에서 인용된 자신의 모습은 모두 사실이었다. 재환은 아들이 마사지를 해준 것은 기억나지 않고 장갑은 사준 적이 없었다. 아마 극적 효과를 위한 장치일 거라 생각했다. 물론 아들과의 사이는 별다른 사건이 없었지만 원만하게 회복한 상태였다. 재환은 자신을 따뜻하게 바라본 아들에게 고맙다가도 모질게 굴었던 거 같아 미안했다. 또 동시에 자신의 치부를 만천하에 드러낸 것 같았다. 아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면 자신도 별 감흥이 없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아들은 말하지 않았다. 숨기려는 의도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재환은 아들이 자신에게 뒷담화라도 한 것처럼 배신감이 느껴졌다.
7. 수필 전문
최근에 동화 ‘눈의 여왕’을 읽었다. 그 책에서 마법의 거울이 나오는데 거울의 조각이 박힌 사람은 마음이 차갑게 변하고 모든 사람과 사물을 나쁘게만 바라보게 된다. 나는 마법의 거울을 생각하며 아빠를 떠올렸다. 아빠의 차가운 왼손을.
아빠의 왼손은 피가 잘 통하지 않아서 차가워. 그러니까 아들이 마사지를 해서 따뜻하게 해드려. 언젠가 엄마가 나를 불러서 말했다. 피가 통하지 않아 손이 차갑다니. 아직 어렸던 나는 엄마의 설명을 들어도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빠의 왼손은 조금 이상했다. 원래부터 그런 건 아니고 내가 태어날 즈음에 그렇게 됐다고 엄마는 말했다. 공장에서 사고가 났을 때, 왼손에 허벅지 살을 이식했다며 아빠의 허벅지에 있는 흉터에 대해서도 말해줬다. 요즘 아빠가 힘들어하니까, 아들도 좀 신경써주렴. 나는 그즈음에 아빠가 어려웠다. 아빠는 눈의 여왕의 이야기 속 주인공처럼 극적인 변화를 겪고 있었다.
아빠는 택시 기사였다. 하루는 온전히 일만 했고 그 다음 하루는 집에서 잠만 잤다. 아빠가 일을 마치고 돌아온 날에는 피아노 위에 지폐 몇 장이 놓여 있었다. 돈은 우리 식구가 생활하기에는 적어서 엄마는 부업을 시작했다. 아빠는 그 상황을 견디기 힘들어했던 거 같다. 녹초가 되어 돌아온 새벽에도 아빠는 엄마의 부업을 도왔다.
오전에도 잠을 자야하는 아빠를 위해 안방에는 어둡고 굵은 커튼이 종일 펼쳐져 있었다. 나는 자고 있는 아빠가 좋았다. 어쩌다 아빠가 정신을 차리고 있는 날이 있더라도 잠에서 깨어난 것처럼 예민했다. 내가 조금이라도 떠들다 아빠가 잠에서 깨는 날에는 크게 혼났다. 아빠는 늘 화가 나 있었다. 나에게 화를 내거나 아니면 엄마와 싸웠다.
생각해보면 스무 살이 될 때까지 아빠와의 기억은 늘 갈등이었다. 사춘기 때는 아빠의 신경질적인 성격에 나도 까칠하게 반응하기 시작했다. 입시 때는 진로선택으로 싸웠다. 아빠는 장남이고 내신도 적당히 좋은 내가 평범한 공부를 하기 바랐지만 결국 나는 다른 길을 선택했다. 우리는 서로를 이해하지 못 했다.
아빠는 늘 하얀 면장갑을 끼고 외출을 했다. 교회를 다녀오거나 등산을 할 때에도 늘 같은 면장갑을 꼈다. 정작 밖에 있을 때도 대부분 왼손은 주머니에만 있었다. 일을 하는 날에도 아빠는 저녁을 먹으러 집에 들어왔다. 밖에서 사먹는 돈을 아끼고 엄마가 하는 부업을 도와주기 위함이었다. 빠르게 저녁을 먹고 다시 일을 하러 나가는 아빠는 지치고 힘들어 보였다. 아빠가 힘들어 해. 그때 엄마의 말이 떠올랐다. 마사지를 해드리겠다고 말하자 아빠는 놀라워했다. 당시에 아빠와 나는 잦은 싸움에 서먹서먹한 관계가 유지되고 있었다. 아빠는 쑥스러워하며 면장갑을 벗고 왼손을 내밀었다. 아빠의 손은 맨손으로 눈싸움을 한 아이의 손처럼 차가워 깜짝 놀랐다. 그날은 한여름이었고 아빠의 등은 땀으로 젖어 있었다. 아빠에 대해 모르는 게 많았구나. 차가운 왼손을 조물거리며 생각했다.
그 즈음부터 아빠를 좀 더 이해하려고 노력했던 거 같다. 아빠는 손이 불편하기에 신경질적으로 변했지만 불편한 티를 내지 않았다. 그래서 나도 아빠를 평범하게 대했다. 아빠가 장애를 가졌다는 사실을 깊게 생각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관심을 가지고 아빠를 보니 숨이 턱 막혔다. 머리를 감는 것도, 키보드를 치는 것도 운동도 힘들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아빠는 두 손으로 기도를 드릴 수도 없었다.
아빠가 나이를 먹는 만큼 나도 나이를 먹고 성인식을 보내고 군대에 가게 되었다. 그동안 늘 보던 부모님을 한 달 만에 면회로 만나게 되었을 때, 두 분이 늙으신 게 보였다. 눈가와 이마의 주름들이 깊어 보였다. 부모님이 늙었다는 사실은 당연했지만 충격적이었다. 어릴 때 어른은 변하지 않는 완전한 존재라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나도 이제 어른이라고 불리는 나이가 되었지만 아직도 부족하고 성장하고 있다. 그동안 아빠는 변했다. 아빠는 다시금 온화하고 약간은 내성적인 사람으로 돌아왔다.
어려웠던 아빠가 이제는 이해가 된다. 그 당시 힘들었던 아빠의 상황과 그 불편함을 이제는 공감할 수 있다. 그런 힘든 상황에도 잘 인내하고 버텨준 아빠에게 고맙다. 아직도 아빠의 손은 차갑다. 올라가는 주말에 장갑을 하나 준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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