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운전석에 앉아 라디오를 켜자 노래가 흘러나왔다.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10월의 마지막 밤을
뜻 모를 이야기만 남긴 채 우리는 헤어졌지요
그날의 쓸쓸했던 표정이 그대의 진실인가요
한 마디 변명도 못하고 잊혀져야 하는건가요"
어제가 10월의 마지막 날, 이날이면 떠오르는 노래가 가수 이용이 부른 바로 이 노래다.
아마도 어제 하루 가장 많은 전파를 탔을 가요가 아닌가 싶다.
노래 제목이 '잊혀진 계절'이고, 노랫말 중에도 '잊혀져야 하는 건가요" 하며, 사랑이 잊히는 것에 대한 아쉬움을 표현한다.
그런데 여기서 '잊혀지다'가 옳은 말인지 의문이 간다.
'잊다'의 수동형은 '잊혀지다'가 아니라 '잊히다'이기 때문이다.
여기서의 '-히'는 수동의 뜻을 나타내는 접미사로, 어간이다.
'잊혀지다'는 '잊히다'의 어간 '잊히'에 어미 '-어지다'가 결합된 형태다.
'-어지다'는 음성 모음(ㅓ,ㅕ,ㅔ,ㅖ… 등)으로 된 동사 어간에 붙어 수동 또는 자동의 뜻을 나타내는 종결 어미다.
그러하니 '잊혀지다'는 수동의 뜻을 나타내는 접미사 '-히'에 또다시 수동의 뜻을 나타내는 어미 '-어지다'가 이중으로 붙은 꼴이다.
'잊다'의 수동형 '잊히다'의 어간 '잊히'에 또다시 수동의 의미를 지닌 어미 '-어지다'를 붙일 수는 없다.
능동형 '잊다'의 어간 '잊'에 수동의 뜻을 지닌 어미 '-어지다'를 붙이면 수동의 뜻이 된다.
그러므로 수동의 뜻을 지닌 '-히'와 '-어지다'를 이중으로 쓰는 것은 잘못이라 하겠다.
'잊히다'로 쓰든지, '잊어지다'로 써야 옳지 않을까 한다.
"밤 세워 울까요 그러면 잊어질까
긴긴날 맺은 정이 그러면 잊어질까"
- 이용복의 '마지막 편지' 노랫말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