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공장 첫 모임 관람작 ＜ 동경 이야기 ＞ 에 관하여

[이주연-2학년]

동경 이야기 [ 東京物語 ]

요약 - 일본 스튜디오 시대를 대표하는 감독 중 하나이자 현재까지 가장 중요한 영화 작가 중 하나로 꼽히는 오즈 야스지로 감독의 후기 대표작이다. 도쿄에 사는 자식들을 만나 기 위해 길을 떠난 노부부의 쓸쓸한 이야기를 중심으로 오즈 특유의 절제된 스타일과 서정성이 두드러지는 화면들을 펼쳐낸 영화다.

제작연도 - 1953

감독 - 오즈 야스지로

출연 - 류 지슈, 지에코 히가시야마, 야마무라 소, 스기무라 하루코, 하라 세쓰코, 오사카 시 로, 가가와 교코

시놉시스

도쿄로부터 멀리 떨어진 시골 오노미치에 살고 있는 노부부 슈키시와 토미는 자식들을 만나기 위해 길을 떠난다. 먼저 그들은 도쿄 변두리에서 소아과를 운영하며 살고 있는 첫째아들 집으로 향한다. 하지만 도쿄 구경을 시켜주겠다던 아들은 환자가 찾아오자 일 핑계를 대며 계획을 취소한다. 이후 노부부는 미용실을 운영하며 살아가는 둘째딸 집으로 옮기는데, 거기서도 오래 머물지는 못한다. 그들은 둘째딸의 부탁을 받은 죽은 셋째아들의 아내 노리코의 도움으로 도쿄 구경을 하게 되고, 그렇게 즐거운 하루를 보내고 돌아온 뒤에는 아들과 딸에 의해 다시 근교 아타미 온천 여행에 보내진다.

하지만 막상 간 온천은 젊은 사람들로 인해 시끄러워 쉴 곳이 못되고, 결국 그들은 서둘러 다시 도쿄로 돌아온다. 그리고 오노미치로 돌아가기 전인 마지막 날, 오갈 데 없는 신세가 되어 슈키시는 오래된 친구를 찾아가고, 토미는 노리코를 찾아 하룻밤 신세를 진다. 이윽고 다음날, 노부부는 오노미치행 기차에 오르는데 토미의 몸상태가 나빠져 오사카에 내려 넷째아들 집에서 하루를 머문다. 토미는 이렇게라도 열흘 사이에 자식들을 다 보았다며 좋아하지만, 결국 오노미치에 돌아가자마자 건강이 급격히 악화되어 자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임종을 맞는다.

그렇게 장례식까지 끝나고, 자식들은 다시 뿔뿔이 흩어진다. 노리코만 남아 며칠 더 슈키시를 보살피는데, 그녀마저 도쿄로 돌아가겠다고 하는 날, 슈키시는 그런 노리코에게 자식보다 더 잘해주어 고마운 만큼 새로운 출발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그에 노리코도 자신의 마음이 변해가는 것 같아 두렵고 죄송하다며 울음을 터뜨린다.

작품해설

1. 오즈 야스지로 스타일

고등학교 시절 레지널드 바커, 토머스 H. 아인스가 감독한 〈문명〉이란 작품을 보고 영화감독이 되겠다고 결심했다는 오즈 야스지로는 삼촌의 소개로 1923년 쇼치쿠 촬영부의 조수로 들어가 영화 일을 시작했다. 그리고 불과 몇년 뒤인 1927년 〈참회의 칼〉을 통해 감독으로 데뷔한 이후 53편의 영화를 만들었으며 현재까지 일본의 가장 위대한 영화감독 중 한명으로 꼽히고 있다.

그가 서구에 뒤늦게 소개된 것은 1950년대였는데, 곧장 서구 영화이론가 및 영화비평가들로부터 할리우드의 관습을 거부한 일본의 뛰어난 작가로 칭송받았다. 도널드 리치, 폴 슈레이더, 데이비드 보드웰 등이 오즈의 스타일을 분석하는 데 앞장섰으며, 그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한 것들은 로 앵글을 사용한 ‘다다미숏’, 움직이지 않는 카메라, 극적인 사건의 부재, 아이의 성장과 과년한 딸의 결혼과 혼자 남겨진 늙은 부모에 관한 제한된 이야기의 반복과 변주 등이다.

하지만 1983년 일본의 영화평론가 하스미 시게히코는 〈감독 오즈 야스지로〉라는 책을 펴내 오즈에 관한 새로운 감독론의 필요성을 설득했다. 그는 오즈를 ‘없다’와 ‘않는다’는 표현으로 점철된 “부정적인 언사에 의한 정의로부터 해방”시킬 것을 주장하며 겉으로 정적인 것처럼 보이는 내러티브 구조 속에 얼마나 풍부한 영화적 운동이 존재하고 있는지를 세세하게 분석해냈다.

그에 따르면 오즈의 영화에서는 먹는 행위, 옷을 갈아입는 행위, 의미 없는 인사를 나누는 행위, 무언가를 함께 보는 행위, 날씨의 표정, 정물과 풍경의 인서트 등 지극히 사소해 보이는 숏들이 무엇보다 놀라운 서정을 일으키고 감동적인 영화적 운동으로 귀결된다. 그래서 그의 영화를 볼 때는 “무언가를 숨기거나 하지 않는” 표면으로서의 화면들을 “스스로의 소실”을 체험할 때까지 계속 보면서 보이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운동들을 “풍부하게 긍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2. 주제

오즈가 스스로 “멜로드라마의 경향이 가장 강한 작품”이라 말했던 영화 〈동경 이야기〉는 도쿄에 사는 자식들을 만나기 위해 길 위에 오른 노부부의 쓸쓸한 말년을 극히 일상적인 언행의 연속을 통해 그려낸다. 겉으로는 큰 동요 없이 평온하게 흘러가는 듯 보이는 이 영화에서 아마도 가장 심각한 사건이라 할 만한 것은 노모의 죽음이다.

그런데 오즈는 그 거대한 죽음조차 어느 평범한 여름날의 날씨처럼 아무 동요 없이 무상하게 흘러가는 것으로 다루어낸다.

그의 영화세계가 그렇게 삶을 다루는 방식에 대해 프랑스 철학자 질 들뢰즈는 “오즈의 영화에서 모든 것은 일상적이거나 진부하며, 죽음조차, 그리고 자연스런 망각의 대상이 되는 죽은 자들조차 그러하다. 갑작스럽게 눈물을 터뜨리는 유명한 장면들은 일상적 삶의 희미한 시간들에 대립하는 강렬한 시간들을 구성하지 않”는다고 쓴 적이 있다. 그리고 그는 다시 라이프니츠를 말을 빌려 오즈가 영화로 표현하고자 한 것도 바로 그런 “일상의 법칙에 순응”하는 “우주의 지속적인 연속성”으로서의 삶, 인간이 흔들어대지 않으면 언제나 “잠자는 물과 같은 삶”이 아닌가 말한다.

하스미 시게히코가 이 영화의 아름다움이 맑은 여름날의 더위를 흑백필름에 선명하게 담아낸 데 있다고 지적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는 오즈의 세계 속 “노인들은 예외 없이 쾌청한 날에 숨을 거두”는데, 특히 이 영화에서 “막 아내를 잃은 슈키시가 높은 곳에서 오노미치항을 응시하면서 ‘오늘도 덥겠는데’라고 말할 때 그는 마치 그것을 축복하는 것 같다”고까지 말한다. 왜냐하면 “섬세하면서도 대담한 오즈의 화면은 계절적인 수사학의 서정에 젖는 일이 결코 없”기 때문이다. 보드웰 역시 “오즈의 연민어린 무심함”이란 모순형용 표현을 사용해 이 영화가 결코 감동을 지어내지 않으면서도 끝내 감동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한 바 있다.

3. 촬영 기법

〈동경 이야기〉에는 오즈만의 것이라고 할 만한 여러 가지 표현들이 등장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눈부실 정도로 청명한 여름 날씨다. 이에 관해서는 하스미 시게히코의 분석과 그가 오즈의 촬영감독 아쓰다 유하루와 나눈 대화를 살펴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하스미는 그를 “백주의 작가”로 지적하면서, 죽음과 날씨를 아이러니하게 교차시켜 정서적 반응을 이끌어내는 이 작품의 아름다움에 대해 “〈동경 이야기〉는 거의가 쾌청한 하늘 아래에서 전개되는 오즈의 흑백 작품 계열 가운데서도 더위의 인상을 특히 훌륭하게 정착시킨 작품일 것이다.··· 이 작품만큼 태양광의 눈부심을 잔혹하게 표현한 작품도 없다”고 설명한다.

나아가 그는 촬영감독 아쓰다를 만나 오즈와 함께 비 오는 장면을 찍어본 적이 있느냐 묻는다. 이에 아쓰다는 “음, 그게, 없습니다”면서 다음과 같은 〈동경 이야기〉의 뒷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만들 때, ‘선생님(오즈 감독), 〈동경 이야기〉는 몇월 정도의 이야기입니까?’라고 물어보니 ‘봄부터 여름, 그 정도의 이야기네’라고 하셨죠. ‘그럼, 계절감은 그다지 나타내지 않아도 좋습니까?’라고 했더니, ‘음 괜찮아, 좋아’라고 하셨습니다. 여름의 경우는 밖은 (밝은 광선으로 화면을 하얗게) 날려버립니다. 그리고 실내(의 밝기)를 떨어뜨리지요. 이것으로 그 더위를 나타냅니다.” 실제로 이 작품 외에도 오즈는 돈 쓰는 데 인색하기로 소문난 쇼치쿠 스튜디오에서 일류 감독으로 일하게 된 이후 제대로 돈을 들이지 않으면 자칫 완성도가 떨어져 보이는 비 장면을 거의 피했다고 한다.

수상

• 1954년 마이니치신문영화상 여우조연상

• 1958년 영국영화연구소(BFI)상 서덜런드 트로피(작품상에 해당)

• 영국 BFI 주관 투표 ‘위대한 영화 탑 10’ 중 비평가선정 3위(1992), 5위(2002), 3위(2012), 감독선정 17위(1992), 16위(2002), 1위(2012)

음악

〈동경 이야기〉 이후 오즈 야스지로의 대부분의 후기작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 사이토 고준이 음악을 맡았다. 음악을 많이 사용한 영화는 아니지만, 사용될 때는 각 장면의 정서나 분위기를 더없이 정확하게 드러내도록 사용되었다. 토미가 손자 이사무를 데리고 집 앞 언덕으로 산책을 나가는 장면에서는 예기치 못한 슬픔이, 노부부가 며느리와 도쿄 나들이를 하는 장면에서는 의외의 경쾌함이, 노부부가 도쿄의 빈터에서 오후 한때를 보내는 장면에서는 쓸쓸함이, 노모가 죽은 날 새벽 풍경이 담긴 장면에서는 무심한 평온함이, 음악을 통해 더욱 분명하게 드러난다.

연관 영화

〈내일을 위한 길〉(1937, 레오 매커리) : 은퇴 이후 다정하게 살아가던 노부부가 집을 은행 경매에 부칠 수밖에 없게 된 뒤 각기 다른 자식의 집에서 떨어져 살게 되는 이야기. 〈동경 이야기〉를 쓴 노다 교고는 레오 매커리의 이 영화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사랑 후에 남겨진 것들〉(2008, 도리스 되리) :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아내가 그 사실을 숨긴 채 남편과 자식들이 사는 베를린으로 여행을 다녀오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다룬 영화. 도리스 되리 감독이 〈동경 이야기〉에 영감을 받아 만든 작품이다.

〈동경가족〉(2013, 야마다 요지) : 작은 섬에 사는 노부부가 자식들을 만나러 도쿄에 다녀오는 이야기를 통해 현대 일본 사회의 면면을 담은 영화. 야마다 요지가 〈동경 이야기〉를 현대적으로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동경 이야기 [東京物語] (세계영화작품사전 : 가족을 다룬 영화, 씨네21)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2074108&cid=42621&categoryId=44441

[이한석-1학년]

저는 이 영화를 재미로 보지는 않았습니다. 함부로 재미있다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자극성보다 작품성(예술적 가치)이 두드러진 영화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훌륭한 작품성의 기준은 바로 인간의 모순에 주목하느냐에 있습니다. 저는 인간의 모순에 주목하는 인문학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영화를 진지하게 감상합니다. 그래야 저의 삶을 성찰할 수 있고... 타인을 가치판단하기에 앞서 그들을 이해하려는 시도를 할 수 있으며... 더 나아가 그들과 차이 속에서 조화로움을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주연-2학년]

준비한 보람을 느끼게 해주는 감상평이네요 ^ㅡ^
앞으로도 다양한 의견 기대하겠습니다.

[이준형-4학년]

감사합니다^^. 원문출처 링크도 올려주세요.

[이주연-2학년]

감사합니다~ 수정 했습니다~ ^ㅁ^

[이준형-4학년]

감사합니다~ 막 이래~~

[옥정수-4학년]

60년대의 '팔도강산'이란 한국영화가 떠오릅니다. 국가홍보 영화의 모범으로 국책영화의 효시가 된 작품이라 내용적 완성도는 애초에 기대할 수 없는 영화였죠. 노부모가 자식들을 만나기 위해 떠나는 여행이란 이야기 구조는 동경이야기와 유사하지만 깊은 울림을 주는 영화는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동경이야기 꼭 찾아봐야겠어요. 감사합니다.

[이주연-2학년]

역시 선배님이십니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