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성 정도, 수분 함유량, 고르게 분포된 지방이 맛 결정
쇠고기는 고기의 숙성 정도와 조리 과정 중에서 수분의 유출을 얼마나 최소화 하느냐에 따라 맛이 좌우된다. 여기서 지방의 역할이 중요한데 지방은 살코기 부위보다 열전도율이 낮기에 고온에서 육즙의 손실을 줄이고 수분의 증발을 막아준다. 그래서 지방은 쇠고기 육질 특유의 부드러운 감칠맛을 살려준다. 지방의 함량보다 지방이 고르게 잘 분포되어 있는 지가 더 중요한 이유다.
부연설명 하자면 일반적으로 도축된 직후의 쇠고기가 가장 신선하고 맛있을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바로 도축된 고기는 단백질 수축이 일어나면서 굉장히 질긴 육질의 특성을 보인다. 대신 일정 시간이 지나면 단백질 분해와 함께 아미노산이 생성되면서 육질도 부드러워지고 풍미도 한층 깊어진다. 도축되고 유통되는 쇠고기는 어느 정도 숙성이 진행된 상태라고 보면 된다.
어느 정도 숙성된 쇠고기의 맛을 최대한 살려내기 위해서는 조리 과정에서 약 75%의 수분으로 이뤄져 있는 고기 내의 육즙을 잡아두는 것이 중요하다. 조리하는 시간이 길수록 육즙의 손실이 커지고 고기의 질감이 질겨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TV요리프로그램에서 셰프들이 스테이크를 구울 때 고온의 불로 고기의 표면을 단시간에 가열하여 고기 내부의 지방과 육즙의 손실을 최소화 하고 풍미를 살려내는 조리법을 사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앞에서 고기의 숙성 정도가 맛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라고 언급 했는데, 최근 쇠고기를 더 맛있게 즐길 수 있는 드라이 에이징 스테이크 전문점과 숙성된 고기를 판매하는 곳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 고기의 본고장이 미국과 유럽보다도 쇠고기의 숙성 정도에 대해 더 깊이 연구하고 새로운 맛의 지평을 개척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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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라이 에이징시킨 2등급 한우 등심. /신세계푸드 제공
숙성의 방법에는 웨트 에이징(Wet Aging)과 드라이 에이징(Dry Aging)이 있다. 일반적으로 쇠고기는 도축과 함께 부위별로 진공포장을 하거나 공기가 통하지 않도록 비닐에 싸서 냉장보관을 하는데, 큰 범주에서 이를 웨트 에이징의 개념으로 본다. 사실 웨트 에이징을 통해서 어느 정도 맛의 상승효과는 있지만 그 차이는 크지 않다.
최근에는 갓 도축된 2등급 이하의 상대적으로 저렴한 신선한 쇠고기를 구매하고 가정의 김치냉장고에서 짧게는 2주, 길게는 한달 가까이 웨트 에이징 하여 쇠고기의 깊은 맛을 즐기는 미식가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등급을 뛰어넘는 맛의 개선 효과는 크지 않지만 살코기의 단백질에서 느껴지는 깊은 육즙의 풍미를 느끼기에는 충분하다.
드라이 에이징 숙성방법은 저지방 살코기 부위를 활용해 고기표면을 공기에 노출시켜 자연스럽게 수분을 증발시키는 건조 숙성방식을 의미한다.
보통 숙성기간 10~40일, 온도 1~3℃, 습도 70~80%를 유지해야 한다. 드라이 에이징의 장점은 최고 등급의 쇠고기가 아닌 2~3등급의 저지방 부위라도 숙성에 의해 1등급 이상의 부드러운 맛과 풍미를 살려낼 수 있다는 점이다. 단, 온도와 습도, 바람이 설정한 조건 내에서 일정한 기간 동안 통제되고 유지시킬 수 있는 숙성고가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웨트 에이징과는 다르게 가정에서 쉽게 시도해볼 수 있는 방법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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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세계백화점 본점 SSG푸드마켓 정육코너의 드라이 에이징 숙성고. /신세계푸드 제공
드라이 에이징 스테이크는 숙성과정에서 지방과 다양한 성분이 농축되고 육즙이 더욱 풍부해져 쇠고기 특유의 감칠맛과 풍미가 깊고 뛰어나다. 그렇다고 최고 등급의 스테이크에 비해 맛이 특별하게 더 뛰어나다는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고소한 기름의 풍미에 길들여져 있는 우리의 입맛에 부드러운 살코기의 풍미와 육즙을 경험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마블링이 좋은 1등급 이상의 고급육이 주목 받으면서 상대적으로 홀대 받는 2등급 이하의 저렴한 쇠고기로 더 뛰어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상품을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래서 육가공 상품개발연구원으로서 관심을 가지고 트렌드의 변화를 지켜보고 있다.
http://cafe.daum.net/rotc14.mt./kbFI/341?q=%B0%ED%B1%E2%BC%F7%BC%BA&re=1
첫댓글 "소금" 밑간을 생각했는데... 슈바인학센 TV에서는 굵은 소금과 후추로 잠깐(?) 숙성시키는 모습이 보였는데... 자료를 찾다가 보니까, 소금을 쓰면... 염도차로 인해서... 육즙이 빠지고, 그만큼 고기가 퍽퍽해지고 질겨진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