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호에 말을 꺼낸 ‘附吾治疹大法’은 사실 이 필사본 의서의 백미인 셈이다. 여기에는 마진의 변증단계별로 宣毒發表湯, 化毒消表湯, 淸熱導滯湯이라는 3가지 治疹 대표방이 실려 있다. 맨 처음 실린 宣毒發表湯은 마진의 초기에 열이 나면서 발진에 피어오르려고 하나 아직 피지 않은 경우에 쓰는 것으로 升麻, 白粉葛을 主材로 방풍, 길경 … 지각, 목통, 담죽엽 등의 약재가 들어가 있다.
승마갈근탕에 가미한 변방으로 보이는데, 여기에 일기가 몹시 더우면 황금을 더하고 몹시 추울 때는 마황을 가미하여 1∼2첩을 쓴다고 하였다. 그래도 시원하게 透發하지 못하면 紫草茸(지치의 싹)을 조금 더하여 쓰는 것이 저자만의 노하우라 할 수 있는 처방 운용법이다.
◇「마진찬요」
저자의 독창적인 견해는 그 다음에 이어지는 ‘按此方…’이라 한 글에서 더욱 명료하게 드러나는데, 선독발표탕방은 승마갈근탕만을 쓰는 것에 비하여 효력은 크되 맹렬하지 않으며, 두루 널리 쓸 수 있되 번잡하지 않으니 진정한 묘방이라고 자신 있게 내세우고 있다.
이에 비해 두 번째로 등장하는 化毒消表湯은 열꽃이 이미 피어나 발갛게 부어오르는 증상이 심한 경우에 마땅하다. 우방자, 연교, 천화분, 지골피 등을 위주로, 여기에 구갈이 있으면 맥문동, 석고를 더해주고 대변이 秘塞하면 대황을 더해준다. 이에 대해 저자는 方解에서 “이 처방은 진실로 瀉火하여 抑陽養陰, 疎表送毒하는 藥品이니 병세가 비록 熾盛하여도 다만 바깥에서 發表시킨다 한 것은 대개 疹家에서 너무 발출시켜 독기를 조장하고 寒凉한 약을 太過하게 써서 水氣가 잠복하여 안을 공격하지 않을까 염려되기 때문이다”라고 하였다.
만일 毒氣가 流注하여 이질이 된 경우에는 淸熱導滯湯을 써야 하는데, 按語에서 말하기를 “이 처방을 두루 살펴보니 調氣行血하고 淸熱하여 단순히 체기를 내리는 평범한 약제가 아니다. 스스로 마음 깊이 뜻을 헤아려 기미를 살피지 않으면 오묘함을 알기 어렵다. 이것은 마진의 餘毒을 淸利시키는 약방이고 단순히 이질을 치료하는 약이 아니다. 우방자와 연교, 이 2가지 약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여러 모든 약이 마진을 고치는 약이다. 대개 疹症은 本에 속하고 痢症는 表에 속하니 진증을 다스리면 리증은 저절로 없어지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그는 또 “마진의 病態가 바뀌는 것은 疹症의 신구를 가리지 않고 나는 이 3가지 처방만을 쓰니 누구라도 치료법이 성글다고 의심치 않겠는가? 하지만 이것은 병에 대처함에 마땅한 처방을 정하자는 것이요 그 번잡함을 더하고자 하는 것이 아님을 알지 못하는 것이다. 의혹이 있으면 처방을 선택함이 번잡하게 되는 것이니 공효를 얻기가 어려워지게 되는 것이다”라고 했으니, 지금도 곱씹어 볼만한 말이다.
그는 자신의 치진대법을 다음과 같이 알기 쉽게 부연하여 설명하였다. “비유컨대 나에게 精兵 3천이 있다면 저 피로에 지친 100만 군사의 수가 많음을 귀하게 여기지 않을 것이다. 의약이 어찌 이와 다를 것이며, 위의 3처방을 볼진대 藥味는 한정이 있지만 기묘한 쓰임이 무궁하고 病機治法이 잘 요약(개괄)되어 있으니 이것이 진실로 더할 나위 없이 진증을 다스리는 강령이라 하겠다. 후학들은 그것을 간단하게 생각하여 소홀히 여기지 말 것이다.”라고 끝을 맺고 있다.
이 글의 뒤에도 마진의 회충복통에 관한 의론이 이어지는데, 발진 전후로 복통과 嘔吐淸水하는 증상이 있는 것은 충의 병기이니 급히 안회이중탕, 고련근탕, 오매탕 등을 쓰라고 하였다. 하지만 회충증이 있을 때만 이중탕을 쓰고 병이 나으면 곧바로 그치고 너무 많이 먹지 말라고 하였다. 역사시대 내내 모진 질병과의 전쟁이 끈질기게 이어졌으며, 여기에 그중 하나 마진과의 亂中日記가 기록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