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종사님께서는
심신작용을 따라 육도로 변화되는 세상을 보시고(일원상 서원문)
心만이 아니라 身에 대한 중요성을 드러내셔서
몸을 만사만리의 근본이라 하시고(부모은)
육근 사용법을 내어주셨으며(일원상 법어)
그 육근 기관이 머리에 있다시며 머리를 잘 쉬는 법을 내어주시고(좌선법)
身작용의 처리를 기재하시게 하시어(일기법)
우리의 복전이 영과 육에 함께 가득하게 해주셨다.(영육쌍전법)
....
이를 바탕하여 뇌과학의 원리에 근거한 대소유무 시비이해 훈련법을 밝히려 한다.
...
뇌는 손상을 입게 되면 손상 전과 화학적으로도, 구조적으로도, 생리학적으로도 다른 뇌가 된다. 그래서 뇌과학자들은 손상 이후의 뇌를 ‘새로운 뇌'라고도 부른다. 이 새로운 뇌는 신경 세포가 손상되어 기능이 상실 또는 저하된다. 하지만 새로운 뇌는 기존 뇌가 그랬듯 변화에 적응하고 잃어버린 기능을 ‘새롭게 학습'한다.
이렇게 신체 내외의 환경 변화와 자극에 뇌가 적응하고 반응하여 변화하는 성질을 <신경 가소성>이라 한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신경 세포를 구성하는 수상돌기가 더욱 성장하거나 축삭 돌기와 시냅스의 수가 늘어나는 등, 신경 세포 간 연결을 강화하여 회로의 반응성이 더욱 좋아지는 양상으로 나타난다. 반대로 신경 회로를 자주 사용하지 않으면 회로 연결이 약해지는 방향으로도 변화가 일어난다. 우리의 일상 속에서 신경 가소성은 주로 학습과 연습으로 이뤄진다.
예를 들어. 누군가 체조를 배우며 몸을 움직이는 연습을 꾸준히 한다면 운동 신경의 회로가 강화되고, 새로운 언어를 꾸준히 듣고 배우면 해당 언어에 반응하는 청각 피질의 회로가 발달하는 방식으로 뇌가 변하는 것이다. 반대로 새로운 내용을 배운 뒤에 복습하지 않으면 그 내용을 쉽게 잊어버리는 방향으로도 변화한다.
이러한 뇌의 특성은 원불교 훈렵법의 핵심 원리다.
연구에 따르면 뇌 손상 이후 뇌는 이전과 완전히 다른 상태임에도 잃어버린 기능을 다시 학습할 때 손상 이전에 사용하던 신경 가소성의 학습 원리를 동일하게 활용한다.
뇌 손상으로 이미 사멸한 신경세포가 어떻게 학습을 할 수 있을까? 사멸한 뇌세포가 재생되어 다시 학습을 하는 걸까? 아니다. 잃어버린 기능의 재학습은 바로 뇌손상으로 사멸된 부분 이외의 남은 뇌 영역에서 수행한다.
훈련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 어 볼 수 있는데. 훈련 중 양상이 동시에 복합적으로 나타나며 뇌의 손상 정도. 손상 영역, 환자의 건강 상태 등 다양한 변수에 따라 호전 양상이 달라지기 때문에 재활 치료 전문가는 환자를 정밀히 관찰하면서 적절한 치료 방법을 채택하 고활용하게 됩니다. 기능을 훈련하는
첫 번째 방법은
잠든 신경 세포를 깨우는 것이다.
이것을 ‘기능 해리로부터의 회복'이라고 하는데요. 기능 해리부터 천천히 알아보겠습니다. 뇌 손상이
발생하면 뇌는 손상 영역 주변의 가까운 영역부
터 멀리 떨어진 영역까지 신경생물학적 변화를
겪게 됩니다. 이때 뇌 내 혈압의 변화. 염증. 부
종 등 2차 요인의 문제로 손상되지 않은 뇌 영
역의 기능까지 저하되어 온전한 영역의 신경 세
포도 마치 잠든 것처럼 활성도가 떨어진다.
이러한 현상을 가리켜 기능 해리(diaschisis)라
고 부른다. 해리를 유발한 2차 요인이 소산되면 어느 정도 회복될 수도 있지만. 재활 치료가 병행되지 않으면 온전한 회복이 어렵다.
이것은 신경 세포 간의 상호의존성에 기인한 문
제이기도 하다.
신경 세포는 시냅스를 이룬 세포. 혹은 연결성
이 높은 신경 회로 사이의 꾸준한 자극과 반응 으로 생존하기 때문에 상호 의존도가 높습니
다. 그런데 뇌 손상 환자들은 손상된 뇌세포가
수행하던 기능을 수행하는 데 큰 어 려움을 느껴
해당 기능의 수행을 피하게 되고. 이로써 손상
영역과 주변부의 자극이 크게 감소합니다. 손
상 영역의 주변부로 자극이 발생하지 않아 기능
해리가 회복되지 않는 것이죠.
그래서 재활 치료는 환자들로 하여금 기피하고
싶은 행동을 꾸준히 할 수 있도록 연습시키고
훈련하는 방향으로 이뤄집니다. 뇌에서 지속적
인 자극과 반응이 일어날 수 있도록 유도해서
잠든 신경 세포를 깨우고 잃어버린 기능을 되찾
을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좌반구 손상으로 브로카 실어증이
발생해 조음이 어려워진 환자를 대상으로 꾸준
히 발음 연습을 할 수 있도록 재활 치료를 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기능 해리를 회복시키는 재활 치료의 효과는 동
물 대상 연구과 인간 대상 연구 모두에서 증명
된 바 있습니다. 신경과학자 Randy Nudo가
주도한 동물 대상 연구에서 연구자들은 실험동
물의 손가락과 손목을 조절하는 뇌의 운동 영역
에 국소적으로 뇌경색을 일으켰습니다. 실험동
물은 뇌경색으로 해당 영역의 세포가 사멸되어
처치 전에 비해 손가락으로 물건을 집거나 들어
올리는 숙련된 동작을 제대로 하지 못했습니
다. 그런데 손상 이후 재활 치료 없이 실험동물
을 그대로 두었을 때. 기능 처하는 손과 손목에
서 확장되어 팔과 어깨 움직임까지 운동 기능이
떨어지는 것으로 관찰됐습니다.
이러한 운동 기능 처하는 뇌영상 사진으로 파악
할 수 있는 뇌의 운동 영역 표상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뇌 손상 직후 확인한 운동 영역
표상에선 연구자가 손상을 가한 영역에서만 활
성도가 떨어지 것으로 파악되었지만 재활 치료를 를 하지 않고 시간이 흐르게 두었을 땐 손상 영
역의 주변부인 어깨와 팔꿈치 움직임을 담당하
는 영역 또한 활성도가 떨어진 것으로 파악됐습
니다. 더불어 뇌 지도 상 영역의 크기도 위축된
것으로 관찰됐습니다. 이로써 연구자들은 손상
되지 않은 영역의 기능 저하 현상(diaschisis)
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 연구진은 기능 해리로부터의 회복을 목적
으로 시행하는 재활 치료의 효과를 파악하고자
실험동물을 대상으로 며칠간 재활 치료를 진행
했습니다. 치료를 시행한 후. 실험동물의 팔꿈
치와 어깨 움직임은 일부 회복되었으며 뇌영상
사진상으로도 운동 영역의 높은 활성도와 범위
확장이 관찰되었습니다. 또한. 뉴런 당 시냅스
의 개수도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특히
뉴런 당 시냅스의 개수 증가는 재활 훈련 이후
해당 영역의 신경 회로가 다시 설계되었음을 증
명합니다. 다시 말해. 연구진은 비손상 영역의 기능 해리를 재활 치료로 회복할 수 있다는 점
을 입증한 것입니다. 두 번째 방법은 언어 생산과 관련 없던 뇌 영역
이 언어 기능을 수행하게 되는 기능 ‘전환'입니
다. 기능의 전환은 상황과 환경에 맞추어 적응
하고. 학습하는 뇌의 신경 가소성을 잘 보여주
는 회복 양상입니다. 이러한 특성을 활용한 재
활 치료는 2005년에 브로카 실어증 환자를 대
상으로 진행된 연구에서 그 효과를 검증할 수
있었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좌반구 뇌경색, 구체적으로 좌
측하전두이랑(left inferior frontalgyrus) 경
색으로 인해 언어 장애가 발생한 환자에게 우반
구 동일 영역인 우측하 전두이랑의 활성도를 높
여 기능의 전환을 유도하는 언어 재활 치료를
시행했을 때, 해당 영역이 언어 기능을 수행하
는 기능의 전환이 관찰됐습니다. 대개 언어 기
능은 좌측 편향되어 발달한다는 점을 미루어 보
았을 때. 이 연구는 언어 기능에 관여하지 않던
우측 뇌 영역이 신경가소성에 기반한 재활치료 에 의해서 언어 기능을 대신 수행하게 되었음을
증명하는 연구결과였습니다. (Crosson et al.,
2005)
그렇다면. 뇌 기능의 전환은 어떻게 유도할 수
있을까요? 실제로 환자들을 대상으로 시행되
는 재활 치료 방법 중 하나인 멜로디 억양 치료
(melodic intonation therapy; MIT)-g g-g
한 뇌영상 연구를 통해 알려드리겠습니다. MIT 란 브로카 실어증 환자들의 회복을 돕고 의사소
통 능력을 촉진하기 위해 일상에서 자주 사용되
는 발화에 다양한 억양과 음높이를 붙여 마치
노래를 부르는 것처럼 발화를 연습시키는 치료
방법입니다. 똑같이 입으로 소리를 내기 때문
에 먈을 할 때와 노래를 부를 때 사용하는 뇌 영
역이 일치한다고 생각하는데요. 실제로 우리
뇌는 말을 할 때와 노래를 부를 때 서로 다른 영
역을 사용합니다.
따라서 좌반구의 브로카 영역이 손상된 환자는
언어 기능이 손상되어 발화가 어렵지만. 노래
를 부를 때 사용하는 우뇌 영역은 손상되지 않
았기 때문에 노래는 따라 부를 수 있습니다. 다
시 말해. MIT는 노래를 부를 때 사용하는 뇌 영
역과 말을 할 때 사용하는 뇌 영역이 다르다는
점. 그리고 노래를 부를 때 우뇌 영역이 활성화
된다는 점에 고안하여 좌뇌에서 우뇌로 언어 기
능 전환을 유도하는 치료 방법이라고 할 수 있
습니 다. 2009년에 시행된 연구에서 MIT를 통해 언어
기능의 전환이 일어나는 양상과 영역을 뇌영상
연구를 통해 밝혔는데요. 해당 연구에선 좌뇌
전반에 손상이 발생해 브로카 실어증이 발생한
환자 6명을 대상으로 높은 강도의 MIT를 매일
1회씩 78-80회 시행했습니다. 강도 높은 재활
치료 세션 이후. 연구자들은 신경 세포제를 서
로 연결하고. 거시적으로는 군집을 이루는 신
경 회로 영역 간 연결을 담당하는 백색질
(white matter)의 변화를 관찰했습니다. 특
히. 신경 섬유 다발의 변화를 관찰하기 용이한
뇌 확산텐서영상 기술(diffusion tensor
imaging; DTI)을 통해 재활 치료 세션 전후를
비교했는데요. 그 결과 재활 치료 이후에 우반
구의 궁형 다발(arcuate fasciculus; AF)의 섬
유 수가 더욱 증가하고 부피가 커진 것으로 밝
혀졌습니다. AF는 청각 정보에 적절한 반응을 할 수 있도록
조절하는 상측두피질(superior temporal
lobe)과 운동 행위의 순서를 결정하고 계획하
는 전운동피질(premotor area), 성대 움직임
과 조음 운동을 조절하는 후하전두엽회
(posterior inferior frontal gyrus)-g 연결하
는 신경 섬유 다발로. 일반적인 경우에 언어 중
추에 해당하는 좌반구에 편향되어 더욱 발달합
니다. 따라서 우뇌를 활성화하는 DTI 서1션 이
후. 우뇌의 AF가 더욱 성장했다는 점은 좌편향
되었던 언어 중추의 기능이 우뇌로 전환됐음을
시사합니다. 지금까지 뇌신경 재활학 연구를 통해 손상된 뇌
가 다시 기능을 학습하는 원리와 재활 치료의
효과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뇌 손상 환자
들에게 재활 치료 과정은 고되고 힘겨운 훈련일
것입니다. 하지만 위 연구 결과에서 그러했듯
이. 전문가의 치료를 꾸준히 따른다면 뇌의 신
경 가소성으로 기능을 어느 정도 회복할 수 있
다는 희망을 품어볼 수 있겠죠. 뇌 손상 환자들
의 회복과 건강한 생활을 위해 뇌과학자들이 뇌
의 학습 원리를 더욱 명확히 이해하고. 효율적
인 재활 치료 방법을 고안하길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