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취테러
병원 정문에 도착한 김병연은 피곤한 몰골로 황급히 병원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수술실에서는 여러 명의 내과 의사들과 간호사들이 그가 오기만을 목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곧바로 장갑과 마스크 수술 가운을 차려 입은 뒤 곧바로 수술실 안으로 들어섰다.
병연은 차트에서 여미지라는 여성 환자의 이름을 기억했다. 그리고 그 차트를 조수 중 한 사람에게 건네주었다.
"가서 태워버려."
병연의 지시에 그는 차트를 가지고 수술실 밖으로 나갔다.
수술에 들어가기 전 김병연은 네 명의 의사들에게 주의를 주었다.
"지금 실시하는 실험은 실험이 아니라 단순한 뇌종양제거 수술인 것이다. 어느 누구도 이 사실을 각자의 뇌리에 심어 놓고, 기록에도 남겨야 할 것이야. 절대 변종바이러스 실험으로 알고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알겠나?"
네 명의 보조의사들은 일제히 고개를 끄덕이며 미세한 소리로 대답했다.
“우리는 이 여인의 뇌하수 전엽 일부를 절개하고 호르몬을 채취할 것이다. 짧고 어려운 수술이니 만큼 신중해주길 바란다."
그리고 장엄한 분위기에서 수술이 시작됐다.
완벽하게 밀폐된 수술용 투명 밀폐 천막 속에 마취상태로 여미지는 잠들어 있었다.
김병연은 바이러스가 옮겨지지 않게 조심하며 특수 천막과 연결된 투명 수술 장갑 속에 손을 집어 넣었다.
새벽 3시경 헬기 한 대가 검은 창공을 가로질러 갔다.
헬기의 미세하게 열린 창 틈 사이로 거친 바람이 새어 들어오며 휘이잉 하는 기이한 소음을 일으키고 있었다.
쌘 바람에 듬성듬성한 머리칼이 휘날리는 김병연은 오히려 열 받은 뇌를 식히는 기분이들었다.
그는 긴장한 표정으로 두 손으로 묵직한 알루미늄 합성 티타늄 브리프 케이스의 손잡이를 단단히 붙들고 있었다.
충북 오송 질병관리국 병원 옥상 헬기장 위로 헬기가 천천히 착륙했다.
헬기장에는 질병관리국 박경원 과장 연구원이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잔뜩 긴장한 얼굴로 식은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프로펠러가 천천히 멈추자 박경원은 고개를 숙인 채 헬기 문쪽으로 다가갔다.
문을 연 김병연은 헬기에서 내리자마자 조심스럽게 박경원 연구원에게 가방을 건네며 말했다.
"이 가방 안에는 MI434V, 일명 뮤테이트 변종이 들어 있어. 이 모든 사실들을 아무도 몰라야 하네. 이것은 일급비밀이며 무덤까지 가지고 가야 해. 만일 이 사실이 노출되는 날은 서로들 미리 하직인사를 올려야 할 걸세."
"알겠네. 자네도 조심하게나."
"나는 걱정말아. 혹시라도 놈들이 눈치 채면 곧바로 군산으로 옮겨야해."
"알겠네. 염려말게."
병연은 경원에게 가방을 건네자마자 곧바로 헬기 안으로 올라탔다.
헬기의 프로펠라는 다시 가속을 내며 돌기 시작했다.
박경원은 떠나가는 헬리콥터를 잠시 동안 응시하다가 이내 가방을 들고 헬기장을 벗어났다.
새벽 5시경 삼성병원
새벽부터 경찰들의 철통경비가 삼엄해진 삼성병원은 긴장감이 가득했다.
MI변종 바이러스 실험에 앞서 연구원들은 새벽부터 삼성병원에 출근하여 실험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김영찬 연구원은 다른 연구원들과 함께 모든 준비를 마친 뒤 김병연 실장에게 통보했다.
"실장님! 준비 다 됐습니다."
"어, 그래 지금 소장님이랑 가는 길이야."
원장실에 있던 삼성병원 원장은 뒤늦게 도착한 오석만 소장, 김병연 실장은 비밀 실험실로 빠른 걸음으로 이동했다.
이십 대로 보이는 여성 환자가 마취된 상태로 들것에 실려 수술실 안으로 들어갔다. 그녀는 투명 비닐로 차단된 실험대 위에 몇 시간 전신 마취제를 투여 받아 깊이 잠에 들어 있었다.
수술실은 두 개의 층이 크게 뚫려서 상층 부에 설치된 커다란 통 유리창으로 실험실 상황을 관람 및 중계를 할 수 있게 되어 있었다.
막 도착한 오석만 소장과 병원 원장, 그리고 김병연 실장이 수술실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그들의 뒤편에는 이정환 요원이 조용히 나타나 수술광경을 지켜보기 시작했다.
김영찬 연구원은 다른 간호사들과 보조의사들과 합을 맞추어 장장 한 시간 동안 복개 및 척수 추출 수술을 실시했다.
수술이 끝난 뒤 여인은 여전히 특수 비닐로 밀폐된 들것에 실려 안전하게 병실로 옮겨졌다.
영찬은 그녀의 몸에서 얻은 항체로 2차 실험을 개시해야만 했다. 뇌척수액과 혈액으로부터 바이러스와 항체를 분리하는 실험이었다.
수술진들은 수술실에서 연구원들은 필요한 모든 자재와 기구들을 실험실로 옮겼다. 척수가 담긴 실린더를 튜브에 옮겨 담은 뒤 실험실로 이동했다.
두 시간 가량 실험이 진행됐다.
실험 종료 후 김영찬 연구원은 조심스럽게 변종바이러스를 밀폐 튜브 속에 넣은 뒤 보안설정이 된 티타늄 브리프케이스형 가방 속 고정 틀 속에 끼워 넣었다.
실험실 문이 열리며 김영찬이 티타니움 브리프케이스 가방을 들고 나왔다.
실험실 문 앞에서는 많은 관계자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가운데 이정환 요원이 김영찬의 가방을 건네받았다.
함께 있던 김병연 실장이 이정환 요원에게 바이러스의 안전을 재차 확인하려는 의도로 물었다.
"질병관리국 서울본부인 서울병원으로 옮겨야 하는 거 알고 계시죠? 조심히 다루셔야합니다."
"걱정 마세요. 안전하게 옮겨드릴 것입니다."
" 잘 좀 부탁드립니다."
"네. 걱정마세요."
한참 실험이 끝날 때까지 외부 보안을 맡은 수한은 다른 요원들과 함께 병원 주차장 부근에서 흩어진 채로 SUV차량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그때 그의 차 앞으로 낯선 검정 승합차 한대가 지나가고 있었다.
검은 승합차의 조수석 쪽으로 선 굵은 인상에 노랑 머리의 백인 남자가 선글라스를 낀 채 창 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그는 창밖으로 팔을 내밀며 그 백인을 향해 무심한 시선을 보냈다.
수한과 눈이 서로 마주친 백인은 그를 외면하며 검은색으로 코팅된 창문을 올려버렸다.
지하 주차장에서 이정환이 이끄는 보안팀 요원들이 바이러스 가방을 들고 특수 제작된 승합차에 탑승했다.
이정환 요원은 보안팀의 안전여부를 확인하고서는 그의 SUV차량에 타 시동을 걸었다.
보안팀의 특수 방탄 처리된 검정색 밴과 이정환 요원의 검정색 SUV가 주차장 밖을 빠져나갔다.
신수한의 SUV와 두 대의 대테러진압팀 SUV 차량들은 보안팀의 뒤를 바짝 붙어 달려오고 있었다.
교차로를 지나갈 무렵 신호등 앞에서 보안차량과 이정환 팀의 차량들이 빠른 속도로 사거리를 통과했다.
이어서 수한의 팀이 교차로를 통과하기 위해 첫 번째 횡단보도를 밟고 지나가고 있었다.
신호등이 느닷없이 주황색을 무시하고 바로 녹색에서 빨간 불로 교체됐다.
"이런 뭐야?"
수한은 속도를 줄이지도 않고 그대로 교차로를 통과하기 위해 가속페달을 더 깊게 밟았다.
교차로의 신호가 바뀐 줄도 모르고 그대로 지나가는데 우측 차량들이 먼저 교차로 중앙을 밀고 들어왔다.
여러 대의 차량에서 경적이 울리며 사방에서 차량들이 들이닥쳤다.
수한은 밀려들다가 중간에 멈춰버린 차량들과 부딪히기 일보직전에 급브레이크를 밟았다. 끼이익 하는 소음이 일어나며 바퀴에서 연기가 일어나고 있었다. 눈앞에 몰려든 차들이 속도를 줄이지 않고 빠르게 달려와 수한의 차량 뒷편을 인정사정없이 밀어 붙였다.
그의 차는 강력한 충격에 서너 바퀴를 도로 중앙에서 회전을 하다가 멈췄지만, 뒤를 따르던 차량들에게서 거친 소음소리가 들려왔다.
콰쾅쾅
대테러팀 차량들에서 요란한 소음을 일어나고 있었다.
차량들은 고의적으로 밀고 들어온 차량들과 부딪히며 충격으로 뒤짚힌 채 굴러가고 있었다.
수한은 정신을 차리고 재빨리 무전기를 들고 소리쳤다.
"레드코드, 레드코드!"
정환이 수한의 교신을 받는 찰나였다. 보안차량과 정환의 차량 앞으로 갑자기 여러 대의 구형 그렌져 차량들이 양방향에서 사선으로 밀고 들어오며 보안차량을 에워싸기 시작했다.
보안팀 차량들의 앞을 막아선 그렌져에서 완전무장에 복면을 쓴 괴한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