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제는 역시 어려워 / 최미숙
즐겨 보는 티브이 프로그램(program) 중 매주 월요일 저녁 제이티비씨 ‘싱어게인-무명가수전’이라는 예능 프로가 있다. 대중 앞에 설 기회가 없는 무명 가수에게 무대를 만들어 주는 오디션으로 이름 대신 숫자로 부른다. 최종 10위 안에 들어야만 비로소 자신의 이름으로 무대에 오를 수 있다. 오랜 시간 무명으로 활동하면서 자신이 걷고 있는 길이 맞는지 확인하고 싶다는 사람부터 본인을 알리는 무대가 필요했다는 가수까지 많은 내적 갈등에도 음악을 놓지 않고 묵묵히 걸어온 바람은 시청자의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한가지 목표만 바라보며 긴 세월 보상 없이 견뎌 온 절절한 사연에 울컥하기도 하고, 더 이상 내려갈 곳이 없는 그들의 간절한 노래를 들으며 음악에 문외한인데도 위안을 받는다. 그래서 매주 빼먹지 않고 본다.
올해가 2회째로 1회 출연자 중 3위를 차지한 63호 가수 ‘이무진’이라는 친구가 있다. 엠비씨 복면가왕에 출연해 3회 연속 가왕까지 했던 실력파 뮤지션이자 서울예술대학교 음악학부 실용음악과 싱어송라이터 전공 20학번 재학생이다. 노래 실력이 뛰어나 이미 대학생 사이에서는 유명 인사였던 그가 ‘교수님 죄송합니다.’라는 과제곡을 만들어 제출했단다. 과제를 많이 내주는 교수님에게 울분을 표현하고자 만든 노래로 많은 대학생과 에스엔에스에서 화제가 되었고, 공개 당일 리트윗 수가 6만 회를 넘겨 또 한 번 화제를 모았다고 한다. 어떤 노래인지 궁금해 유튜브를 찾아 들었는데 듣자마자 빵 터졌다.
침울한 얼굴을 한 이무진이 “교수님 죄송합니다.”를 시작으로 잠을 줄여서 5개 과제를 다 했는데 너무 많아 다음엔 적은 양을 내 주셨으면 좋겠다는 내용이었다. 실제 이 노래를 들은 교수님이 많이 웃으셨고 해당 학기에 에이플러스 학점을 받았다고 한다. 내가 교수라도 기발하고 재치 있는 학생의 창의력에 놀라 웃으면서 좋은 학점을 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렇게 실력 있는 가수들이 운이 닿지 않아, 또는 자신을 알릴 기회를 얻지 못해 발버둥치며 버텼을 걸 생각하니 안타까웠고 그래서 더 응원해 주고 싶다.
수많은 출연자가 자신이 목표한 고지에 오르려고 과제를 하나하나 해 나가는 노력을 보면서 매 순간 나를 돌아보게 된다. 안정되고 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장이 있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언제든 도전 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많다는 것이 고마웠다. 올해는 좀 더 도약해 보고자 첫 과제이자 목표를 책 쓰기로 정했다. 잘 할 수 있을지 걱정도 되지만 벌써 4학기째 글쓰기를 하고 있으니 어떻게든 해 낼 것이라 스스로를 믿어보기로 했다.
처음 글쓰기를 시작할 때 한 학기만 하고 그만두려고 했다. 명색이 교사인데 겨우 이 정도밖에 글을 못 쓰는지 자괴감이 들었고 내 글을 남에게 보이는 것이 창피했다. 하지만 이왕 시작했으니 조금만 더 해 교사로서 좋은 글을 보는 눈이라도 길러야겠고, 이제 포기하면 더 이상 기회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제는 책을 내고 싶은 욕심까지 생겼다. 실력도 되지 않으면서 과하다는 생각도 들지만 일단 목표는 정했으니 어떻게든 가보려고 한다.
그동안 쓰고, 2022년 ‘일상의 글쓰기’에서 내고, 또 그 외의 글도 틈틈이 모은다면 꽤 많은 분랴이 될 것 같다. 글쓰기 동무인 양 교장님, 최 교장님, 이남옥 선생님이 같이하기로 했으니 큰 힘이 될 것이다. 아직도 글 한편 쓰려면 일주일 내내 고민하다 능력의 한계를 느끼기도 하지만, 노력하다 보면 지금보다는 수월 해 질 날이 오리라 믿는다.
아이고 그런데 어쩌랴, 며칠째 생각만 하다 오늘은 마무리를 지어야겠기에 아침부터 노트북을 들고 글쓰기에 매달려 있는데 오늘따라 더 진도가 나가질 않는다. 쓰다 지우다를 반복하다 보니 밤 11시가 다 되어 간다. 겨우 한 장 조금 넘는 글도 제대로 못 채우면서 무슨 책? 오늘도 또 나와 싸운다.